서강대 철학과 교수 서동욱과 그의 제자였던 시인 김경주의 만남. 민음사 인문 인플란트 반비에서 나온 첫 책, <철학 연습>의 릴레이 두번째 강연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빗속을 뚫고 애써 간 강연회는 실망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앞에 청중들은 왜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시간이었다.
서동욱 교수의 발제지와 말은 칠판에 판서를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문장으로 채워져 있었고, 시인 김경주는 역할이 없었다. 사회를 본 문학평론가 분이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미리 짜여진 대본에 맞춰 서동욱 교수와 번갈아가며 말을 주고 받았다. 북콘서트 느낌을 살리려고 기획한듯 기타와 아코디언이 함께 했는데, 강연의 시작과 끝 공연은 괜찮았지만, 강연 중간중간 짧은 인용문을 서동욱 교수가 읽을 때마다 작게 들리는 선율은 오히려 인용문의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했다. 연주자 탓이 아니라 무대의 기획자 탓.
무척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아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다음 강연회가 제대로 준비가 될 듯하여 솔직한 소감을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이렇게나 많은 게스트가 필요치 않고, 서동욱 교수 한 명이면 족하다. 만일 사회자가 필요하다면 출판사 담당 편집자가 하면 제격이고,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서동욱 교수 혼자서 진행하면 된다. 서동욱 교수가 칠판에 판서를 하거나 아니면 말을 무척 쉽게 해야 한다.
청중은 고등학생부터 연세 드신 분들까지 다양하다. 눈높이를 어디에 맞출 것인가 고민된다면, 대학 초년생에 맞추면 된다. 알라딘 공부방 강연은, 강연자의 스타일에 따라 파워포인트를 준비하거나 발제지를 나눠주는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기본적으로 알라딘 엠디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사회 정도만 있고, 나머지는 강연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책을 출간하고 홍보를 하고,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또는 이미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자리라면, 오늘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출판사에서 고민 많이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