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경영연구전문가'라는 직함을 가진, 구본형. 이름은 많이 접했지만, 사실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공병호와 비슷한 행보를 걷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공병호와는 아주 거리가 멀고, 박원순과 비슷했다. 박원순이 사회의 변화에 촛점을 맞춘다면 구본형은 개인의 변화에 촛점을 맞춘다. 그러나 개인이 변화함으로써 사회도 변화할 수 있다.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곳에서는 기업의 구성원과 개인을 대상으로 여러 강연을 하고, 꿈벗, 연구원 등의 직함을 단 사람들이 그와 함께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켜나가고 있었다. 소수의 연구원과 꿈벗, 그리고 트위터러, 블로거가 모였고, 그들에게서 자극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평범함으로부터 비범함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평범함은 단지 아직 누군가의 속에 있는 개화하지 않은 것을 지칭한다는 말, 그리고 그것이 터져나올 때 누구나 비범함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말. 자기를 실현하고자 하나 평범함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현재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수 있는 삶에 대한 태도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 두껍지 않은 책에서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된다. 문장은 추상적이고 간결하지만 시적이며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

자리의 성격은 조금 애매했다. 저자의 강연, 그리고 소수의 독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인 줄 알았지만, 그보다는 자유롭게 식사를 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 출판사가 마련한 자리지만, 출판사는 자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되 자리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고, 저자와 그의 연구원, 꿈벗이 주도하는 자리였다. 그들 중 일부는 수년전 저자를 만나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다. 아직 무엇인가를 준비 중인 사람도 있고, 이미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다섯 권이나 낸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백수가 아닌 1인 기업가이자 자기 삶을 실현하는 사람들이었고, 이들이 내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자리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관찰자가 되었다.

살인을 하지 않는 한 잘릴 일이 없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작던크던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생활을 유지해주는 회사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항상 꿈꾼다. 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 홀로 무엇인가를 이루겠다고.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과 문화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리를 보존하는 것이 안정적이겠지만, 스스로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꾸며 실현하는 이들이 있다. 꿈을 실현하는 과정은 고되다. 십년 또는 1만 시간을 견딘 후에야 잠재된 씨앗은 싹을 틔우고, 모습을 드러낸다.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살아남는가를 이야기하는 다수의 자기계발서들보다 개인의 내면에 눌린 꿈을 발견하고, 발현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 '자기계발'이라는 본분에 더 적합하지 않겠나. 삶의 활력과 자극을 원한다면,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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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5-1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대학 입학 전에는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꿈꾸고,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꿈꾸고, 그렇게 직장에 들어가고 나면 그 직장을 그만 두고 나오는 것을 꿈꾸며 살고...우리의 진짜 꿈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마늘빵 2011-05-13 12:43   좋아요 0 | URL
네, 타인을 모방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 애썼던 저도, 인생의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게 되네요.

2011-05-13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4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이 2011-05-1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분이 공병호와 비슷한 행보를 걷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책 한번 읽어 봐야 겠네요..

마늘빵 2011-05-18 22:58   좋아요 0 | URL
네, 공병호와 비교하면 오히려 실례가 된다는. 책 생각보다 아주 좋았습니다. 자극도 받았고, 문장도 남는 게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