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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것은 우연이다. 살면서 고양이를 알게 된 것. 그리고 그 우연이 인연이 되었다." 시인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정확히는 길냥이다. 시인은 오지를 떠돌다 동네를 떠돌았고, 동네를 떠돌다 고양이를 만났다. 사람들은 흔히 길에서 보는 주인이 없는 고양이를 '도둑 고양이'라고 부르며 기피하지만, 시인에게 고양이는 또 하나의 이웃이었다. 2009년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에 이어 낸 고양이와의 두 번째 만남을 기록했다. 시인의 거주지가 바뀐 탓이다.
길에서 만나게 되는 개들은, 대개는 주인이 있거나 주인이 있었지만 주인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는 대부분 주인이 없이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먹고 자고 길에서 죽는 생을 반복한다. 많은 고양이들이 그런 삶을 살아가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네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는 사람을 피하고, 사람도 고양이를 피하는 까닭이다. 간혹 차 밑이나 으슥한 골목에서 고양이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어쩌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빤히 쳐다본다. 사람과 만나는 것이 익숙해진 탓일까.
한 번은, 집앞의 쓰레기 봉투를 헤집고 있는 고양이와 마주했는데, 낼름 도망가더니 멀리 가지 않고 골목 귀퉁이에 서 있다. 내가 가던 길을 걷고 봉투에서 멀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원하는대로 나는 집으로 들어갔고, 고양이는 다시 봉투로 기어왔다. 그 봉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뭘 먹겠다고 계속 헤집어놓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있던 참치캔을 따서 집 앞에 두었더니 처음엔 경계하던 녀석이 그걸 다 먹어버렸다. 흔적도 남겨놓지 않고. 그러나 다시 그 고양이를 만난다 해도 참치를 먹은 고양이인지 구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에는 고양이의 생이 담겨 있다. 시인이 사는 동네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고, 처음에는 그들을 구별하지 못했지만, 곧 그들의 거처와 특징, 가족 관계까지 꿰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어떤 고양이가 사라지면 그 고양이의 행방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십중팔구 누군가에게 맞아 죽거나 겨울을 나지 못한 경우다. 고양이는 사람들 곁에서 어울리는 동물은 아니지만, 분명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울고 웃고 아파하는 또하나의 존재를 우리 곁으로 불러온다.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명랑하라 고양이."
덧) 이 책에 실린 고양이 사진은 시인이 직접 찍었다. 이런 장면을 어떻게 포착했을까 싶을 만큼 재미난 사진도 많다. 그만큼 시인이 길에서 고양이와 지낸 시간이 많다는 증거일 게다. 또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고양이가 카메라를-아니, 정확히는 카메라를 든 시인을- 바라보는 눈빛이 친근하다는 것이다. 매번 밥주고 물주고 놀아주기에 이런 표정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