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초등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공부하고 싶니? 하고 물으니 하기 싫대요. 공부 안 하고 뭐 하고 싶어? 하고 다시 물었죠.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한 대요. 대학은 가야 하니까. 이게 초등학교 3학년생 입에서 나온 대답이에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뭐 하려고? 그래야 돈을 많이 벌죠. 돈이 전부라는 배금사상을 지적하는 게 아니에요. 공부를 못해서 원하는 대학을 못 가면 인생이 꼬인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한다는 게 문제죠. 누구나 어릴 때 꿈이 있잖아요. 교수, 과학자, 영화감독, 가수, 파일럿 …. 이렇게 미래상이 다양해야 정상이잖아요. 뭘 하면서 사느냐가 아니라, 돈을 못 벌면 인생을 망친다는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거예요. (김세호 강남 정신과 의사)-71쪽
강남 애들의 문제는 부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두 그룹의 부모가 있는데, 한쪽은 너무 많이 개입해서 아이를 괴롭히고, 한쪽은 실제로 어려움이 닥치면 그냥 방치하는 쪽이에요. 부모들이 전문의와의 상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까닭은, 애가 마음만 다잡으면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자식이 공부를 못하는 건 마음을 못 잡아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떠맡기고 있는 셈이죠. 해결 방안이라고 해봐야 좋은 과외 선생을 붙여주거나 다른 학원을 알아보는 정도죠. 정작 아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아요. -73쪽
다른 사람과 경쟁을 시작하면 교육은 위험해집니다. 교육은 평등과 연대의 원리에 기반한 협력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평등과 연대에 기반한 핀란드 교육은 최상위권 학생에게만 수혜가 몰리는 한국과는 달리 자원에 골고루 분배되어 학생들 간, 학교 간 수준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아무 곳이나 자유롭게 갈 수 있죠. 특정 학교에 가려고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겁니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 교육과정)-126쪽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보라고 했어요. 제 나름으로 아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올라가서 어느 날 아이가 막 울면서 오더군요. 사회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는데 자기는 6학년 정도 수준으로 책에서 배운 내용밖에 모르는데, 다른 애들은 중3, 고등학교 수준으로 대답을 하더래요. 또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남자아이가 내 딸에게 "수학 어디까지 나갔어?"하고 물었대요. "아무것도 안 나갔는데" 그랬더니 어떡하려고 그러냐면서 자기는 <수학정석>을 한 대요. "너 그렇게 공부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도 못 들어가." 그래서 딸아이가 다른 친구에게 물었더니 정말 <수학정석>을 배웠다고 해요. 또 어떤 친구는 딸에게 "너 왜 그렇게 망가졌냐" 그랬대요. 집에 온 딸이 울면서 "엄마, 때려서라도 공부를 시키지 그랬어?"라고 하더군요. -162-16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