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어디서나 평안을 찾았지만, 책이 있는 한쪽 구석을 제외하곤 어디서 찾을 수 없었다."(토마스 아 켐피스, <그리스도를 본받아>)
"천국은 도서관과 같으리라."(가스통 바슐라르)-24쪽
이민족 정복자가 정복지의 책을 불태우는 일은 현대에도 계속되었습니다. 히틀러는 1933년 봄 30개 대학에서 ‘독일정신에 위배되는’ 책들을 분서한 이래 12년 동안 1억 권이 넘는 책과 600만이 넘는 사람들을 화염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나치는 독일뿐 아니라 피정복국의 도서들도 약탈했는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폴란드의 경우 1,600만 권이 파괴되고 12세기의 희귀 필사본들이 설탕공장의 연료로 사라졌습니다. 히틀러만이 아닙니다. 티베트를 침략한 중국군은 불교사원을 약탈하고 수십만 권의 책을 불태웠으며, 사라예보를 공격한 세르비아군은 국립 도서관을 겨냥해 포탄을 쏟아 부었습니다.
21세기에도 이런 일은 사라지지 않아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문화예술의 산실인 ‘지혜의 전당’이 폭격으로 불타고, 국립 도서관을 비롯한 희귀 고문서 보관소들이 약탈되거나 불타 없어졌지요. -88-89쪽
재판정에서 빈센테(1830년 에스파냐의 수도원 장서 관리자로 책을 훔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인물)는 왜 사람을 죽였냐는 물음에 "사람은 언제나 죽게 마련이지만 좋은 책은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고 태연히 답해 주위를 경악시켰습니다.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검찰 측이 살인의 증거로 삼은 유일본에 대해 그 책이 프랑스에도 한 권 있으므로 유일본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 어떤 말에도 태연하던 빈센테는 변호인의 이 말에 놀라 이성을 잃었습니다. 처형되는 날에도 그는 "그 책이 유일본이 아니라니!"하며 탄식했다고 합니다. -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