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구판절판


작가의 말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격리된 사람들에게 밥을 해 먹였던 철거민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맞고 쫓겨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전태일 이후로 수십년째 줄기차게 목숨을 버리고 있지만 전태일만큼 유명해지기는커녕 연예인 성형 기사에조차 묻히는 실정이다.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 선생님을 꿈꾸던 아이들이 지금은 안정된 수입 때문에 선생님을 꿈꾸고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나눈다. -208쪽

이런 것들이 민주화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실질적인 삶의 문제들과 관계가 없는 거라면 그럼 민주주의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란 말인가. 지배층과 대거리를 할 만큼 똑똑해서 그들의 통치에 훈수나 비판을 던질 수 있는 수준 높은 사람들이 더이상 황당한 이유로 끌려가지 않게 되는 것이 민주화란 말인가. 민주화란 게 겨우 그런 거라면 할 말 좀 참고 좀더 배불리 편하게 먹고 사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의 흐름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사회의 문제로 고통받으면서도 제 탓만 하고 사는 사람들 앞에서 20년 전에 이룩한 민주화를 찬양하는 것은 삶의 질과 민주주의가 아무런 연관을 갖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행사장 귀빈석에 앉은 분들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 같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8-209쪽

똑같은 얘기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하나마나한 소리도 꼭해야 하는 소리가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 -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처럼 터무니없이 약하고 겁 많고 평범한 사람들 -이 피와 땀을 흘렸고 제 삶의 기회를 포기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안심할 정도로 튼튼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강화하고 보완하려는 노력 없이는 어느날 사람 좋아 보이는 도둑놈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하고 싶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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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6-1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는 최규'적'이라고 써있어요,아프락사스님.

마늘빵 2009-06-18 09:15   좋아요 0 | URL
아 오타가... ^^ 수정했어요.

머큐리 2009-06-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의 그 뜨거움이 지금을 버티는 힘이 되는거 같아요...

마늘빵 2009-06-18 23:19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이 만화에 들어간 역사적 현실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최규석이 자신이 그러함에 대해 부끄러움을 표했는데, 저 역시 벗어날 수 없네요. 그 힘으로, 그 뜨거움을 이어받아, 지금을 이겨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