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알라딘 독자 서평단 활동 안내


  짧은 시간 안에 지나치게 많은 뇌를 써버려서 아직도 부팅 중이다. 뭘 해야겠다, 뭘 써야겠다, 생각은 가득한데, 도통 손가락이 자판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올라가봐야 나올 게 없어서. 당분간은 부팅을 계속 해야 할 듯 하다. 부팅하다 너무 오래 걸리면 리셋하고. 나의 20대(?) 중 가장 지쳐서 보낸 한해였다. 나름대로 바빴는데 회사 일 말고는 한 게 없는 거 같고, 나이만 먹은 느낌이다. 매년 스스로에게 뭔가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나로서는, 실망스러운 한해였달까. 기존에 축적해놓은거만 빨아먹힌 기분.

  알라딘 서평단 1기 지원시 많이 망설였는데, 결국 이 지경이 되었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받은 책에 대해 한 글자도 못 쓰고 있다. 어느 님의 말처럼 책이 너무 단기간에 속속 밀려드는 바람에 당황스러웠고, 그 시기가 아주 절묘하게도, 내가 가장 바빴던 시기에서 긴장이 확 풀어지고 뇌에 남아 있는 게 없는 시점과 맞물려, 이제 시간은 있지만 머리와 가슴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에선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다. 또 하나는, 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한 몫 했다. 쓰다보니 내가 왜 아직까지 결과물을 내뱉지 못하는가에 대한 변명이 되어버렸다. 원래 이런 글을 쓸려고 한 건 아닌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과학'때문에 살짝 망설였고, 바빠지는 시기와 겹칠까봐 망설였는데, 결국은. 고미숙의 <호모 에로스>는 재밌게 읽었고,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쉽게 빨려들어갔는데, <인간조종법>과 <뇌, 생각의 출현>은 출간 이후 독자들에게 반응은 좋은 것 같지만 내가 시간들여 찾아볼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전자는 읽었고, 후자는 두께도 두께지만, 내용도 눈에 안들어와 그냥 내버려뒀다. 이 책은 올해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 이런저런 매체들의 '올해의 책'에도 오르는 것 같은데, 나는 영 끌리질 않는구나. <타임 패러독스>는 그 두께에 한번 놀랬고, 현재 읽다 말았다. 계속 읽을지 어떨지는 아직 두고봐야겠다.

  60% 였던가. 결과물을 내보내야했던 양이. 지금 받은 책 중, 읽은 책 중 얼마나 결과물로 내보내게될지 모르겠는데, 정해진 때는 이미 한참 지났다. 자발적 의지나 마음의 흐름에 따라 읽는 책이 아닌지라 역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때쯤이면 괜히 신청했구나 싶다. 2기는 할 생각이 없고, 할 생각이 있다고 해도 지금 이 사태까지 와버린 마당에 나를 다시 뽑아줄리는 만무하다. 염치없게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 2기에 활동하시는 분들께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해당 분야에 몇몇 책이 나왔고, 그 중 두세권을 선택하게 한다면 좀더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 매주 쏟아지는 수많은 신간 중 왜 하필 보관함에 없는, 눈길도 주지 않은 이 책들이 나와 인연을 맺었을까?

  자세히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는데, 알라딘 측에서도 같은 분야에 속한 '서재지기'(대개 이 단어는 알라딘 서재지기님을 지칭하는데 나는 이곳에 활동하는 블로거들(?)을 이렇게 지칭하고 싶다. '알라디너'라는 표현은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는 모든 이들을 지칭하기엔 너무 '열혈'느낌이 나고, 그렇다고 다른 사이트처럼 그냥 '블로거'라고 말하기엔 뭔가 많이 모자라다.)들에게 매번 같은 책을 준 것 같지는 않다. 언뜻 봤을 때 어떤 님에게는 나에게 주지 않은 다른 책을 주고 했던 것 같은데, 이건 서재지기의 성향을 보고 알라딘 엠디들(?)이 판단한 것일까 하는 의심(!)을 해봤다. 그렇다면, 좀 더 나아가 앞서 말한대로 선택권을 엠디(이건 의심이다)가 아니라 독자인 서재지기에게 줌이 어떨런지.  

  미안하다. 말이 많았다. 그러니깐 난 받은 책에 대해서 어떻게든 60%는 말을 쏟아내야겠구나. 무거운 짐이다. 딱히 쓸 말도 없고, 쓰고싶지 않은데 써야한다는 것이. 그러니깐 이게 다 내 탓이다. 나는 위에 건의한대로 알라딘에서 해준다고 해도 2기에는 지원하지 않을테니 혹 나와 같은 불편(?)을 느낀 분이 '꽤' 있다면 그렇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알았다. 이제 그만하고, 나는 뭔가를 뱉어내야겠구나.

 

정정 : 60%가 아니라 설문 70%, 리뷰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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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1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처럼 자기가 관심있는 책을 신청해서 받으면 좋을 텐데...
현재 서평단 모집해서 일괄적으로 책 보내는 것은 운영진에서 일하기 편한 방법 같아요.ㅜㅜ

마늘빵 2008-12-18 00:05   좋아요 0 | URL
음 그러게요. 후보군을 주고서 그 중에서 고르게 하는 게 좋을 듯...

L.SHIN 2008-12-18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 생각의 출현>...이라면 나는 덥썩 입에 물었을텐데.ㅋㅋ
나도 편식주의라서 아프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마늘빵 2008-12-18 09:22   좋아요 0 | URL
흠. 그 책 두께도 또 만만치 않아서. 몇 장 넘겨봤는데 그닥 마음이 안 생기고, 얇으면 의무감에라도 읽겠는데, 넘 두꺼워서 고이 모셔놨어요. -_- 이런 책도 시간이 지나 관심사가 이쪽으로 갔을 때 꺼내보면 읽히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은 일단 아닙니다.

드팀전 2008-12-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군요.
제가 알라딘 서평단에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그겁니다. 사실 서평단 유감이란 글로 서평단 모집할 때 쓰려고 했지만 괜히 초치는 것 같아서 말았지요. 다들 그런 생각은 하셨을텐데 일단 신청하시더군요. 서평단에 제가 아는 분들이 많아요. 독서에 대한 생각이 다르니 각자의 생각은 존중해야하지만 저로서는 왜 달려드는지 좀 의문이 되었습니다. 얻는 것은 공짜 책이요 읽는 것은 독서의 자유일 수도 있는데...그 둘의 거래라?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따라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들이 제공하는 책을 어쨋든 몇 % 이상은 읽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과연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합리적 선택인가? '하는 점에서 봐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선정도서의 임의지정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서평단에는 기웃거리지 않을 듯 해요. 사실 바뀌어도 제 맘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몇가지 남지 않은 제 '자유'중에 일부를 양보할 마음은 별로 없다는게 현재의 입장입니다.

마늘빵 2008-12-18 10:11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올만이에요. :) 그런 생각을 전혀 안했던 건 아닌데 말여요. 인문/사회라서 아무래도 찜하는 책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중구난방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저도 후회가 됩니다. 읽을 책들도 쌓여있는데 이 의무감이 너무 부담스럽더군요. 구속되고 끌려가는 거 같아서 '부채'만 해결하고 끝내려고요.

멜기세덱 2008-12-18 15:40   좋아요 0 | URL
사실, 알라딘이나 보내주는 출판사엔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애써 마음을 편히 갖고, 맘에 안드는 건 안 읽고, 안 쓰고, 그럴라구요. ㅎㅎ 그까이꺼, 다음에 안 뽑아주면 마는거구.
알라딘이나 출판사에서도 어디까지 하라는 강제는 없으니까요, 독서의 자유를 지키면서, 게다가 공짜책을 주니 고맙고, 어쩌다 평생 손 한 번 안 대볼 책 구경하는 재미를 한번씩 느끼면서, 이왕하는거 내맘대로 재밌게...그렇게 해보죠 뭐...ㅎㅎ

마늘빵 2008-12-18 23:48   좋아요 0 | URL
아핫. 그건 정말 미안한걸요. ^^ 그러기엔 마음의 부채감이 너무 커요. 그렇다고 대충 보고 끄적이고 싶지는 않고.

마노아 2008-12-1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아프님 같은 상황이 될까 봐 신청 못했는데 했으면 변명페이퍼 2탄은 제가 썼을지도 몰라요. 지금도 선물받은 책들 못 읽고 리뷰도 못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ㅜ.ㅜ

마늘빵 2008-12-18 14:27   좋아요 0 | URL
흑. 이 부채감을 어찌하리오. -_ㅠ

건조기후 2008-12-1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근래에 독서량이 너무 부실해서.. 애초부터 서평단 지원한 이유가 반강제적-_-으로라도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거였는데. 그나마도 여의치가 않더군요. 리뷰 달랑 하나 올려놓고 스톱이니 원-_- 리뷰등록기한은 거의 다 지났고;; 늦게라도 어여 읽고 리뷰를 써야하는데. 훔;;

마늘빵 2008-12-18 23:48   좋아요 0 | URL
음 뭐든 강제 요소가 부여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죠.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_- 어쩐대요.

건조기후 2008-12-19 10: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렇게라도 읽어보려고 했는데 하는 거 없이 바빠서 별 소용이 없더라구요-_- 지금까지 온 책들은 아프님 말씀대로 사회분야책이 하나도 없어서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나름 재밌게 보면 또 봐질 책들인데. 결국 서평단이든 아니든 상황은 비슷한 거지요. 사서 쟁여놓으나 받아서 쟁여놓으나.ㅋ;

마늘빵 2008-12-19 12:12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눈에 안들어오는 책을 억지로 읽진 않기 땜시... 나중에 간혹 다시 끌리는 경우는 있긴한데. '문제의식'을 갖고 읽지 않으면 그냥 눈으로 '읽은 것'에 불과하죠. 인문사회과학이라지만 저랑은 먼 목록이에요. 쟁여놓은 책만 꺼내 '줄줄이 엮어서'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