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1
이성숙 지음 / 책세상 / 2002년 4월
구판절판


상업적인 섹스는 인간의 감성적인 욕구와 물질적인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곧 남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건전하고 바람직한 매매춘" 형태가 될 것이며, 나아가 강요된 여성의 삶의 한 형태인 매춘 여성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될 것이다. -22쪽

도덕적, 종교적 페미니즘은 매매춘에 대한 남성 위주의 도덕과 윤리 중심주의 견해에 머물고 있다. 윤리 중심주의의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매춘 여성들은 구석으로 내몰린다. 도덕적 페미니즘 정책이 매춘 여성이라는 '인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도덕과 윤리를 위한 정책이 된 것은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이 '사려 깊은 척하거나 점잖은 척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31쪽

만약 두 성인남녀가 성적 행위를 위해 경제적 거래에 합의하고, 그들의 행위가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을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하거나 부도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따라서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다시 한 번 의심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35쪽

자본주의는 여성들로 하여금 성적인 서비스를 파는 매춘 여성이 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생존을 위해 노동력을 파는 임금 노동자가 되도록 몰아넣기도 한다. 매춘 여성과 임금 노동자 둘 다 비인격적인 사회 제도의 희생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 각각의 활동에 관해 도덕성을 부여하는 합리적인 가설이 존재할 수 없다. 사회주의는 매춘 여성들을 자본주의에서의 착취가 집약적으로 드러난 실체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매춘 여성의 상황을 또는 임금 노동자의 비천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는 계급에 의해 착취당하지만 매춘 여성은 성과 계급에 의해 이중으로 착취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춘 여성은 임금 노동자보다 더 심각한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희생자인 것이다. -57쪽

남성 고객이 매춘 여성을 성적 만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매춘 여성들 역시 남성 고객을 그녀의 경제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매매춘에 관련된 여성과 남성은 서로를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85쪽

물론 페미니스트 정치 이론가들은 결혼 제도를 반대하고 있지만, 매매춘 제도에 대한 비난만큼 강도가 높지는 않다. 다만 결혼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도 여성은 여성이기 때문에 늘 강요된 직업과 삶을 살고 있다. 정치 이론가들은 규정된 아내 역할과 성 서비스의 제공자가 될 가능성을 최소한 줄일 수 있는 고용 기회의 확대와 평등 임금을 위한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여성도 아내(부엌데기 남편)를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남녀 평등 사회가 실현된다면, 매춘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여성의 수는 줄어들고 아마 매춘 남성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94쪽

다소 비약하는 측면도 있지만, 섹스는 어떤 특정한 방법으로 획득할 수 없다면 구매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영양분이다. 사먹는 음식이 그렇게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96쪽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전 지구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받고 성적인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규정할 수 있는가?-104쪽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위해 음식물을 판매하는 것은 건전한 일로 인식되어왔으나 감성적인 느낌을 판매하는 것은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러한 차이는 문화적, 종교적, 성적 금기의 사회적 영향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나체는 공격이며, 성기는 방어적이고, 여성의 생리는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온 것은, 인간의 성을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것이라고 규정하고 싶어하는 신경 과민증 환자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금기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이러한 금기에서 자유로워진다면, 간호사가 신체 장애자들의 목욕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춘 여성을 남성의 자위 행위 또는 수음을 도와주는 도우미쯤으로 여길 것이다. 간호원의 역할은 환자들의 보건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며, 매춘 여성의 역할은 손님들의 감성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105-106쪽

매매춘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강제의 형태가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매춘 여성 역시 매춘을 하나의 승인된 직업으로 간주해야 하고, 매춘이라는 직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한 성인 여성이어야 한다. 달리 말해 건전한 매매춘이란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인 매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한 매매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것을 합법화해야 한다. 매춘 여성이 법률 위반죄로 고발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불행을 감소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건전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제공받아야 한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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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10-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점이 당혹스러운가요?

마늘빵 2008-10-01 21:44   좋아요 0 | URL
흐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나름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듯 하면서도, 그 연결고리들이나 논리를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성매매는 정당하고, 여성들이 남성의 성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더 쉬워져야한다는 식으로 흘러요. 책을 읽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깐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성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해서 신체를 도구로 이용해 사고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가니깐 결국은 유럽이나 미국식 성매매 방식으로 가자는건지. 아예 합법화시켜서.

2008-10-02 2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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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2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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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2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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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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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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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1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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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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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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