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 제러미 벤담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64
제러미 벤담 지음, 신건수 옮김 / 책세상 / 2007년 7월
구판절판


감옥의 세 가지 원칙

고통 완화의 원칙 : 장기간의 강제 노동을 선고받은 수감자의 일상적인 상황이 건강 혹은 생명에 해를 끼치거나 치명적인 신체적 고통을 동반해서는 안 된다.

엄격함의 원칙 : [수감이라는] 모욕적인 처벌을 당하는 것이 가장 불우한 계층의 사람만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 건강, 신체적 편안함 외에, 수감자에게 죄 없고 자유로운 가난한 사회 구성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의 원칙 : 생활, 건강, 신체적 편안함, 필요한 교육, 수감자의 미래 소득 외에, 경제성은 관리에 관한 모든 대상 중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공공 비용을 지출해서는 안 되며 어떤 목적을 위해 가혹함이나 관대함을 이용해서도 안 된다. -36쪽

오랫동안 절대 고립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 본성에도 위배된다. 이는 아주 중요한 경제성이라는 이유를 들어서도 논박할 수 있다. 즉 절대적 고립에는 막대한 건축 비용이 지출된다. 그리고 채광과 청결 유지, 환기에도 그 비용이 배가된다. 또한 개인 수용실[독방]은 공간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두세 명도 공동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 선택의 여지가 축소된다. 마찬가지로 이 방식은 숙련된 기술자에게서 도제 교육을 받게 할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고립에 의한 의기소침은 무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동 노동에서 발생하는 활력과 경쟁심을 파괴함으로써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 -48쪽

여기서부터 [해제 - 파놉티콘과 근대 유토피아] 발췌

행복이란 행위자의 행복이 이나리 행위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의 행복이다. 따라서 벤담에 따르면 모든 입법의 목표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어야 한다. 또한 그는 유용성의 원리에 입각해 모든 처벌은 고통을 수반하는 악이므로 '더 큰 악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는 한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즉 공리주의 입장에서 처벌이 합리적일 수 있는 경우는 처벌이 범죄자를 교화하거나 그에게서 사회를 보호함으로써 더 이상의 범죄를 막고 다른 사람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할 때다. -74쪽

벤담은 여기서 이 감시 권력이 가시적이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다. 감시탑에서는 모든 것이 보이지만 각 수용실에서는 감시탑의 상황을 알 수 없다. 즉 감시의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누가 감시하는지 모르지만 항상 감시되고 있는 상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파놉티콘이다. 그리고 푸코가 분석했듯이 이 장치는 자동 규율 장치로 확장된다. 수감자는 항상 자신이 감시받는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감시하며 자기 통제를 내면화한다. -90-91쪽

파놉티콘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가?

첫 번째는 공간 규모가 확대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다. 시각적인 한계 때문에 감시탑에서 각 수용실을 감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파놉티콘의 연장선상에서 계획된 어떤 감옥은 감시탑에 망원경을 달아두기도 했다. 두 번째는 수용해야 할 인원이 너무 많다. 그런데 완전한 파놉티콘은 많은 수감자를 수용할 수 없었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당시 상황에서 이는 사치로 여겨졌다. 세 번째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이다. 박애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파놉티콘은 무척 비인간적으로 여겨졌다. 네 번째는 새로운 공간 모델의 등장이다. 특히 널리 확산된 미국 모델들(주로 방사형)은 부분적으로는 파놉티콘의 원리를 따르지만 보다 넓은 수감 공간을 확보해주며 보다 인간적으로 여겨져서 굳이 힘들여서 벤담의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 -106쪽

어번 시스템은 수도원 모델에 근거한 것으로, 사회 자체를 복제함으로써 범죄자가 '사교성의 습관'을 회복시켜 사회적 개인으로 자리 잡도록 훈련시킨다. 펜실베이니아 시스템은 엄격한 개인 고립 생활 속에서 각 수감자에게 내면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즉 어번 방식이 본질적으로 활력을 되찾은 사회 자체였던 데 비해, 펜실베이니아 방식은 소멸되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삶이었다. 파놉티즘은 이 두 체계 중 펜실베이니아 방식을 통해 더 비중 있게 실현되었지만 벤담의 노동과 인간 개선에 관한 관점은 어번 방식과 유사하다. -114-115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08-04-2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선생님은 이 책을 인정하지 않겠군요 ㅋㅋ

마늘빵 2008-04-22 09:0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근데 말여요. 신기한건 이 책 각주1번에 파놉티콘이 외래어 표기규정에 맞다고 되어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표기했다고. -_- 그럼 교과서랑 선생님이 틀린거에요. 학생 답 맞게 해야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