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의 배용준 운운 CF로 돈벌어 이만큼 재산 축적했다, 발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CF를 찍어 이렇게나 돈을 많이 벌 정도라면, 그가 가져간 비용은 고스란히 그가 광고한 상품을 구입한 고객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더냐. 그러면 CF로 이만큼 돈을 벌지 못하게 - 너무 쉽게 많이 벌잖냐 - 상한선을 두는 것이 어떨까. 전에 영화 스텝들 처우 문제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몸값에 대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아는데, 정말 그렇게 했음 좋겠다. 그 논의 이후로 그들의 처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유명배우가 된 건 그가 그만큼 노력했고 오랜 고난의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유명해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몇 억씩 박박 긁어가는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 배우건 탈렌트건 할 것 없이 출연료나 CF에 상한선을 두고 그 이상은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음 좋겠다. 그들이 돈을 쉽게 많이 벌어가는 것이 샘나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져가는 만큼 못 받는 이들이 있고, 그들의 몫에서 뺀 금액이 다른 이들에게 얹어진다면 두루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다. 촬영 현장에서는 모두가 같이 고생하지만 결국 뜨는 건 주인공 뿐이다. 그리고 돈도 주인공이 다 가져간다. 이름 없는 무명 배우들은 주인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촬영하고 돈도 많이 받지 못한다.
특급배우가 덜 가져가면 영화 한 편 어렵게 찍어 몇 백만원 가지고 일년 생활하는 영화 스텝들에게 고생한 만큼 돈을 줄 수 있다. 갑자기 미국 헐리우드에서였나 어디였나 모르겠는데 극단의 스텝들이 거리에 나와 임금인상 파업을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한국의 경우 그들과 전적으로 같다고 볼 순 없지만 그 정도(파업)는 해줘야 한다. CF의 경우 상한선을 두고 그 이상을 못 가져가게 하면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상품의 금액이 조금 내려갈 수 있지 않겠나. 언젠가부터 특급 배우들의 몸값이 왕창 뛰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돈을 왕창 벌 수 있어 좋겠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만큼의 돈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라 우리 주머니에서 나간다. 배우의 몸값이 뛰면 뛸수록 우리 주머니 사정은 점점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전에 어느 매체에서 읽은 내용인데, 김장훈씨는 무대에 오르고 받은 비용을 자신이 가져가지 않고, 함께 무대에 오른 주목받지 못하는 연주자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김장훈 본인은 다른 곳에서 돈을 또 벌 수 있지만 그들은 무대에 오를 때에만 돈을 벌 수 있으므로. 신해철 또한 과거 넥스트 시절 이익 배분 비율을 따로 정하지 않고 사정에 따라 한 멤버에게 몰아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는, 그들은 왕창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이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나름 배려했다는 것이다. 밴드나 그룹의 경우 뜨더라도 보컬만 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함께 하는 이들을 배려해주니 얼마나 좋냐. 옆에 있는 이들도 할 맛 나고.
CF를 찍을 기회를 잡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오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오랜 무명시절이 있었을 수 있다. 길거리 전단지 받듯 마구 쏟아지는 시나리오를 읽고 골라가며 영화에 출연하는 특급배우들도 오랜 힘겨운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CF를 찍으며 돈을 벌고, 골라가며 영화에 출연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하루 세 끼 못먹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자신이 덜 받음으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많이 돌아갈 수 있다면, 무명 시절의 자신을 생각해서라도,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내가 받는 돈이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를 터는 짓이라면, 딱 고생한 만큼만 돈을 받고 나머지는 사양해주는 센스를 보여줌은 어떨지.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해불 수 있는 문제인데, 넓게 보면 정규직들이 자신이 덜 받음으로 인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거나, 아니면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에게도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지금과 같은 8자형 사회의 모습을 ◇ 형태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대학에서 고생하는 시간강사도 마찬가지. 대학의 정규직 교수들이 나서서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여준다면 지금과 같이 천막치고 들어앉아 농성을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누구는 커다란 책장 끼고 편안한 쇼파에 앉아 차 마시고 누구는 천막에서 물 마시고. 대학뿐 아니라 대학의 정규직 교수들이 부끄러워야 해야 할 것.
유인촌의 CF 발언에서 시작해 시간 강사 처우 문제까지 왔다. 유인촌이 CF로 그만큼 돈 벌었다고, 그건 이름 있는 배우라면 누구나 다 그렇다고 당연한 듯 말할 수 있는 것부터 문제가 아닐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문제 있는 게 아닐까. 다른 식으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유인촌이 CF를 통해서 그만큼 부를 축적했다면 그는 잘못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서 나는 그가 가져가는 만큼 주머니를 비워야 하는 이들을 떠올렸고, 그때도 그랬는데 천문학적으로 단위가 높아진 지금은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한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을 정해놓는다면 -그보다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 더 아름답겠지만 - 지금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질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