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파했습니다. 우석훈 선생님 만났을 때 만큼이나 기분 좋았던 자리입니다. 덕분에 요새 쌓이고 있는 '테트리스'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기분은 많이 풀어졌습니다. 김상봉, 서경식 선생님과 돌베개 출판사 관계자 분들 덕분입니다. 간담회는 7시반 정도에 시작하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마무리 됐습니다. 원래 9시반까지라고 했는데 워낙 독자들의 질문이 많았고, 두 분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가 흔치 않은 만큼 돌베개에서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분은 두 분의 만남을 성사시키고 기획하신 편집자분이었는데 직접 뵙고 뒤풀이 장소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도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움이 배가 됐습니다. 서경식 선생님 책 중 한 권 빼고는 다 그 분의 손에서 나왔던지라 더 궁금했습니다. 어떤 분이 서경식 선생님을 전담(?)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었달까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저보다 조금 연상으로 보이는 젊고 이쁘신 분이었습니다. 돌베개의 다른 남자 편집자 분과 함께 새벽 4시까지 함께 하시다 가셨는데 두 분 모두 잠도 못 주무시고 바로 직장으로 달려갔을듯.

  김상봉-서경식 선생님과의 대화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호프집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뵙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쁜데, 두 분과 함께 나눈 대화는, 그 자리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서경식 선생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뒤늦게 한겨레 칼럼을 통해서 접하게 된 분이고, 김상봉 선생님은 초기 저작부터 관심갖고 읽어왔습니다. 

  도덕교육의 파시즘, 서로주체성의 이념, 학벌사회, 그리고 이번 대담집 만남에 이르기까지 김상봉 선생님의 고민의 흔적들을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접하며 얼마나 뭉클했던지. 김상봉 선생님께서 함석헌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과한걸까요. 김상봉 선생님은 제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입니다. 관심있고 좋아하는 철학자는 더 있지만 존경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철학자는 김상봉 선생님 말고는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서경식 선생님은 사실 책으로는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 사놓고 아직 안 읽은 책은 있다는 - 한겨레 칼럼 '디아스포라의 눈'을 통해서 접해오고 있었습니다. 어제의 만남을 계기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서경식 선생님과 닿아있고, 그것이 또한 김상봉 선생님의 그것과도 만나있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서히 번역된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어가며 '내 안의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어제 두 분과의 만남, 그리고 편집자님과의 만남, 그리고 그곳에 계신 모든 분들과의 만남과 대화 즐거웠습니다. 새벽 4시가 넘도록 지칠줄 모르는 대화의 연속, 결국 출근과 졸림을 이유로 들어 자리를 파해야 했지만, 아쉬움 점이 많았지만,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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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3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감동이었겠어요 ㅜㅜ 급 부럽 ㅜㅜ
깜빡 신청기간을 놓쳐버린 ;;; 뭐 했다고 됐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마노아 2008-01-3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네시에 끝났군요. 완전 부러워요ㅠ.ㅠ

마늘빵 2008-01-3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아주 만족이었어요. 두 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건 정말. :)

마노아님 / 네. ^^ 거기 오신 분들 모두 열정적이어서 너무나.

종이정원 2008-01-3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안녕하세요, 어제 뵈었던 종이정원입니다. 아이디로만 뵙던 분들을 한자리에서 뵐 수 있었던 것이 참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많은 말씀 못 나눴지만 언젠가 또 이런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돌베개의 김희진 선배님은 저도 꼭 뵙고 싶었던 분이었고, 이상술 씨도 궁금했던 분이었는데 뵙게 되어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두분 선생님들... 김상봉 선생님은 수업을 듣기도 했고 가끔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서경식 선생님을 뵙고 직접 말씀 나눌 수 있으리라고는 솔직히 상상도 못했네요.

거기 오셨던 분들 전부 인사드리지는 못했지만 모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프락사스님, 추운 겨울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종종 알라딘에서 뵙겠습니다.

마늘빵 2008-01-30 21:14   좋아요 0 | URL
아 반가워요. 오프에서 만나 온라인으로 다시 뵙는군요. :) 돌베개 편집자님이 선배(출판계의 선배 아니면 학교 선배?)이신가요? ^^ 김상봉 선생님께 수업을 들으셨군요. 저도 김상봉 선생님 좀 더 가까이 뵙고 싶은데 이런저런 외부 아카데미 수업을 통해 만나뵙고 싶군요. 그것 말고는 배울 길이 없을듯. 자주 뵈어요. :)

2008-01-31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1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리표 2008-01-3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소중항 시간이었습니다. 대담회가 끝나서도 뭔가 미진하고 그대로 집으로 향하기는 너무 아쉬워서 2차까지 따라갔지만 주부인지라 일찍 자리를 떠야했지만 그날 하루가 아직까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대담 속에서 오가던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에 맴도네요 그러면서 그 질문과 답들 속에 채 정리되지 않고 떠도는 무엇들은 또 다른 질문을 무수히 해대지만 ....,
새볔이 깊은 시간까지 오고갔을 이야기들이 주로 어떤 화제들이었을까 생각해보니 그 중에는
우리 사회의 학풍문제 (학벌주의)도 있었나보군요. 그곳에 모이신 분들 대부분은 아마도
우리 나라 최고의 교육을 받으시고 그것으로 건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여러 기회를 갖으셨을 것 같아요. ^^
제 경우 좀 달라서 학벌과 관련된 얘기들이 나오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집니다. 아니 ...,
사실은 너무나 할 말이 많습니다.
20여 년전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
세상에 존재하는 어둠의 실체와 좌절의 맛을 아주 괴롭게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확인했었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날들,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날들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천정을 보고 누워 무의식의 세계와 분명치 않은 혼돈의 꿈과 절망 사이를 헤매면서.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그 누구로부터도 위로 받을 수 없었습니다.
황폐하고 매마른 날들 속에 모든 걸 참을 수 없어 경멸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만남의 자리에 서먹함을 피하려고 아주 조심스럽게 (혹은 대뜸)
전공이 뭐죠?하고 묻습니다. 이런 질문은 상대에게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죠.
그러나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난처하고 곤란한 질문이란 걸 아시나요.
2차 뒤풒이에 어떤 분께서 제게도 질문을 하시더군요. 위와 똑같이.
스물 살 무렵, 대학은 제게 돈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곳, 그래서 내겐 너무나 먼 곳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컴플렉스때문에 우울한 20대를 보냈고, 그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고통스러운 현실이었고,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물려준 유산은 슬프지만 부자들을 바라보며 그래 나도 언젠가는 잘 살 수 있겠지, 열심히 하면...., 뿐이었습니다. 변변한 능력이 없어 딸을 대학에 보낼 수 없는 아버지를 둔 자식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많지 않았어요.

전에는 가끔 신문에 이런 보도가 실렸더랬습니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한 학생이 고민끝에 남의 집 담을 넘어 등록금마련을 위해 도둑질을 하였다. 그 학생은 모 대학에 합격했으나 형편이 어려워....
그런 기사를 보고 많은 독지가들은 자신의 일인양 학생을 돕겠다고 나서며, 그러면 신문에선
아직도 우리 사회의 온정이 살아있다 어쩌구 하면서요.

우엇을 위해서 배웁니까? 자기처럼 가난에 찌든 이웃의 소중한 돈을 훔쳐서라도 배워야 할만큼 대학교육이 가치있습니까?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배워야 합니까? 그것은 배고파서 빵을 훔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배울 기회를 뺏는 것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교육이라는 신성한 것을
욕되게 하며, 그것으로 더러운 학벌을 만드는데 온 '인정의 물결'들이 동참하게 한 것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수많은 이론과 지식들이 너무 허영에 매몰되어 이론을 쫓는 즐거움만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마늘빵 2008-01-31 22:12   좋아요 0 | URL
아 이렇게 긴 글을 남기신게 누굴까 했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알았습니다. 그때 제 옆자리에 계신 분이란걸. 학벌 문제는 사실 제가 김상봉 선생님과 이야기하고팠던 주제였는데 기회를 놓쳤습니다. 김상봉 선생님과 서경식 선생님께서도 곧 자리를 뜨셔야했기 때문에. 참 하고픈 말이 많았는데 다음을 기약할 밖에요.

위에 서술하신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첫만남에서 대개 전공이 뭡니까, 하고 습관적으로 묻기 마련인데 잘못된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기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타인으로 나아가는 태도에요. 우리가 고민하는 '서로주체성'과는 멀죠. 그럼에도 습관적으로 나오게 되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에 대해서는 무감각할 때가 많습니다.

20년 전이라면 대학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새는 맘만 먹으면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죠. 어느 대학이냐가 문제가 되는건데. 저는 요즘의 기준에서 소위 말하는 '일류대' 졸업생은 아니랍니다. 대학원은 그 중 하나이지만, 사실상 우리 사회가 최종 학력의 대학 이름을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진 않아서 이득을 누리고자 해도 별다른 이득을 누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학부 대학은 그냥 'IN서울' 이라고만 해두죠. 그다지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대학입니다.

사실 그 자리에 있던, 얼굴을 자주 보는 분들 중에 누가 어느 대학을 나왔고, 뭘 전공했는지 모르는 분도 있습니다. 굳이 묻지 않고 묻지 않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올바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묻고 싶을 때 그것이 '궁금증'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간판을 확인하고픈 욕구에서 나온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묻곤 합니다. 그리고 전자라면 물어볼 때도 있고, 후자라 생각이 들면 묻지 않습니다. 묻는다해도 조심스럽죠. 학벌, 학력에 관해서는 다음번 기회에 있을 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댓글 몇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닌지라 이쯤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꼭 기회를 다시 만들어보아요.

Arm 2008-01-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안녕하세요! ^-^;;
그날 모임에 함께했던 군인 중 한명입니다. ㅎㅎ 제가 제 자신을 군인이라고 소개해야함이 계속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군요, 장교란 직책이기에 더욱 더. 한 사람의 직장이나 직책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건 사실이죠. 양심적 병역거부에 정말 실존을 건 고민을 하셨던 아프님 그리고 전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모임을 갖고 오셨다는 서경식 선생님, 조진석 선생님께는 '장교'라는 제가 얼핏 어떻게 비취었을지 계속 좀 걱정이 됐답니다. '어쩔 수 없이 의무복무를 떼우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선 최대한 민주적으로'라는 핑계를 늘 마음엔 새겨두지만 군대란 조직의 상부계급의 길을 선택한 것은 어쨌거나 '적극적인' 저의 선택이지 않습니까.. 대학교 3학년 후보생 시절부터 늘 품어오던 마음 한구석 찜찜함, 역시나 털어낼 수 없는 나의 짐이란 걸 그날의 모임에서도 느꼈답니다.

아, 앞으로 살아가면서는 또 어떤 '현실적인' 선택과 타협들을 얼마나 쌓아가게 될까요? 100%로 치열한 삶은 못살더라도... 부디 조금이라도 더 치열하고 진솔할 수 있다면 싶은데요.

음, 그나저나 그날 김상봉 선생님, 서경식 선생님의 살아 숨쉬는 모습을 살아 숨쉬며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놀라웠답니다!! 게다가 아프님을 비롯한 그 진지하고 내공있는 분들까지! 그런 사람들은 책 속이나 블로그 속에서만 나 홀로만 만날 수 있는, 나와는 거리가 먼 곳에 자리잡은 사람들이라 생각해왔었는데요. 아, 얼마든지 내가 용기내어 손을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란 기쁜 희망이 피었답니다♬ 김상봉 선생님이 서경식 선생님을 만나면서 발전한 나 자신을 만난 기쁨에대해 말씀하셨는데요, 그날 한 번의 모임으로 제가 더 나아진 저를 만났다고 말씀드리면 과장이고 거짓이겠지만, 더 나아질 저를 만났다고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프님께도 개인적으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여러 자극 부탁드립니다. 늘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저도 어디에선간 늘 노력하고 있을게요.

또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

'테트리스'를 빨리 다 깨버리시고, 어여 만족할 자리에 서시길 바랍니다.


마늘빵 2008-02-01 09:1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저 역시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 남아있습니다. 정말 힘들게 고민했던 것도 저였고, 결론을 낸 것도 저였으니까요. 대학 졸업 후 '현실적인 타협'과도 싸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아직까진 이상적이고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은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서 온전히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더군요.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질수록 비굴해지고 타협적으로 변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제대 하시려면 아직 기간이 좀 남으셨던데 또 만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2008-02-01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1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