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평등을 말하다 SERI 연구에세이 51
곽해룡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4월
장바구니담기


학연이 강한 학교사회에도 신선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D고에서는 교사들의 출신대학별 모임이 자진 해체됐다. 학연이 직장 분위기를 해친닫는 인식 아래, 1년에 몇 차례씩 모이던 동문 회동을 구성원의 합의하에 해산했다는 소식이다. 학교장이 앞장서 자신의 출신대학 모임을 부추긴 경우와 얼마나 대조되는가. 교사들의 이러한 자정 노력이 확산되었으면 좋겠다.-44쪽

늘 예외적인 특별 대우를 원하는 사회, 공정한 경쟁보다는 불공정한 논리가 일상적으로 적용되는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은 공정한 게임에 익숙해지기 어려울 것이다. 준법정신을 말로만 떠들고 실제로 법을 지키는 사람은 바보 취급당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58쪽

왜냐하면 학교는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에게 실제로 여러 가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규율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보다 학생들의 자기주장이 강해져 교사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된 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교사가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입시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때로는 이러한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역이용되기도 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명이나 명분을 벗긴 실체는 보잘것없는 경제적 욕심에 불과할 때가 많으며, 이를 눈치 챈 학생들에게 교사는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62쪽

요즘 아이들은 사람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컴퓨터에 애착을 느낀다. 나와 생각이 다른 친구와 어울리면서 말다툼을 벌이기보다는 내 맘대로 되는 컴퓨터와 친구하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인간 친구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학교에서도 친구와의 의견 조정을 통한 협력을 기피하고 각자 자기주장만을 내세워 상호간에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현 입시 제도의 부정적 측면인 개인별 경쟁을 부추기는 경향으로 인해 친구 없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이, 온종일 컴퓨터만 가지고 노는 자폐적인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놀이와 생활을 공유하는 또래집단의 의미가 약화, 변질되고 있다.-75쪽

"만남이 교육에 선행한다"는 볼노의 말처럼 교육 이전에 '어떤 학생'이 '어떤 교사'를 만나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었느냐 하는 것이 교육의 수준을 결정하고 인생의 방향을 좌우한다.

사제 간의 인격적 만남은 질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필요조건이다. 인성 교육을 배제한 지식교육은 그 효과가 의심스러우며, 지식을 탐욕 추구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불량시민'을 양성할 위험성이 높다-85쪽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거나 자신이 부모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는 의존적인 인간이라고 고백한다. 따라서 스스로 판단하여 신중하게 선택한 것을 추구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의 진수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른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86쪽

교사 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체와 매너리즘에 빠진 교직 사회를 자극하여 교사의 자질 향상 및 교육에 대한 교사의 적극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 기준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교육적 목적 보다는 다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105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1-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기초적 지식을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입니다.
간명하지요. 또 그런 선생님들이 실제로 많이 계십니다.
정치적인 관점은 전혀 관련이 없지요.
부족한 선생님들께서 자위책으로 정치적 관점을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동문서답인거 같아서 딱하답니다.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체제도 아니고..
군소리 말고 주는대로 받아 먹어라인 것만 같답니다.

하는 수 없이 안되는 학교, 도저히 안되는 선생님들의 교육에 절망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학을 가거나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거나 합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은 정말 참담한 지경입니다.
아프락사스님.


마늘빵 2007-11-26 17:58   좋아요 0 | URL
교사평가제에 있어서 여러 문제가 생길 거 같은데, 평가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교장이 하면 교장에게 아부해야하고, 학부모가 하면 평소 학부모에게 잘 보여야하고, 학생이 하면 학생에게 수업내용과는 상관없이 인기를 받으려고 잘 놀아주는, 또 점수도 막 퍼주는 상황을 피할 수 없어요. 대학에서도 교수평가를 하면서 학점이 짠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짠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하죠. -_- 평가는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교사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디에도 얽매이거나 구속되지 않고. 하지만 영 부실한 교사들이 많다보니 그들을 어떻게든 걸러내고 개선시키고자 이런 평가를 기획하는 것이고, 멀쩡한 다른 교사들과 그렇지 않은 부실한 교사들이 함께 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을 만들고 있는거죠. -_-

저는 아직 정식 교사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실력있고 인격적으로 괜찮은 교사라 할지라도 이런 평가는 매우 거북스러울 거 같습니다. 내가 멀쩡하니 그래 평가를 받자, 가 아니라, 나를 교단에 세웠으면서 믿지 못하고 평가하려는 것을 거부하는거죠. 어느 쪽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아야 자율적으로 독립적으로 제 스스로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식으로 학생들과 관계 맺을 수 있을 거에요.

이와는 별개로 다른 말인데, 저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를 선택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전에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원하는 다양한 학교의 신설이고요. 외고를 원하면 외고에 보내주고, 컴퓨터고를 원하면 컴퓨터고에 보내주는 식으로. 중학교 전체 성적으로 기준을 나눌 것이 아니라, 그쪽에 재능이 있고 간절히 원하는가가 우선시 되어야 할거에요. 가령 외고를 희망하는 학생은 외국어 성적과 국어 성적 등을 기준으로 나누고, 컴퓨터고 쪽은 실기시험을 보거나 컴퓨터 교과 성적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