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셔님과 승주나무님께서 관련 페이퍼를 쓰신 김에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도. 지난번에는 완전 진흙탕 되는 바람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논의하기 힘들었다. 알라딘에서 2007년 1월경에 약 4일에 걸쳐서 '중복리뷰'논쟁이 일었는데, 사실 '중복리뷰'라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논제들이 뒤섞여있다. ('중복리뷰논쟁'보다는 '리뷰논쟁'으로 칭하는게 좀 더 명확하다.) 이걸 분리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한 논의가 계속 겉돌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어떤 사안들이 짬뽕되어있는지 분리해서 살펴보려 한다.


사안 1. 중복리뷰

이때 '중복리뷰'가 의미하는 바는, 인터넷 서점 두 곳 이상에 걸쳐서 같은 리뷰를 올리는 경우를 지칭한다. 다른 '중복리뷰'의 사례로, 같은 책에 대해서 다른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중복리뷰'라고 칭할 수 있으므로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뒤의 사례는 여기서 제외한다.

중복리뷰가 논란이 되는 까닭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앞서 들렀던 인터넷 서점에서 읽었던 리뷰가 또 등장할 경우 '짜증'이 날 수가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중복리뷰는 '짜증'과 '불편'의 차원이지 '잘', '잘못'의 차원은 아니란 생각. 이와 관련해 이런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인터넷 공간에서 같은 콘텐츠가 중복됨으로써 다른 콘텐츠가 들어설 영역을 잡아먹어버린다는. 그러나 인터넷 공간은 개인메일처럼 용량이 한정되어 있는게 아니라 무한하므로 내가 두 번 올렸다 해서 다른 사람이 한번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복리뷰가 출판사들의 홍보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걸 알고 있음에도 오히려 좋은 책 홍보하고, 안 좋은 책은 혹평함으로써 안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없다. 내 리뷰가 객관적이기만 하다면. 게다가 내가 읽는 책들은 나온지 오래된 것인데도 리뷰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목차와 저자, 역자만 보고 샀는데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닌 것도 몇 권 있었고, 중복리뷰라도 안내되어 있었다면 구매결정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책 한 권 사기 위해서 여기저기 드나들지도 않을 뿐더러, 중복리뷰라도 이렇게 안내되어있다면 개인적으로 환영이다. 문제는 중복리뷰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서평이 객관적이냐 아니냐의 문제. 소외된 분야, 소외된 책에 대해서는 중복리뷰를 권장하는 바다.


사안 2. 공짜책

언젠가부터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공짜책 이벤트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다음, 네이버, 프리챌 등의 여러 책카페를 통해서 공짜책 이벤트가 확대되었다. 예전이야 공짜책 받아먹기 힘들다고 하지만, 지금은 공짜책 받으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글쎄 서점들마다 책을 주는 기준이 다른거 같은데, 알라딘은 출판사에서 직접 선정한다고 들은 거 같고, 예스24는 본인이 확실히 아는데 신간서적이 나오면 예스24 내에서 회의를 거쳐서 책을 선정하고, 출판사에 의뢰를 한다. 할 생각이 있는지. 하겠다면 하는거고, 출판사가 안하겠다면 안한다. 실제로 책이 좋아서 하려고 했는데 안하겠단 출판사도 있었다고 들었다. 교보와 모닝, 인터파크, 리브로, 그외에 각 인터넷 책카페 들은 내가 잘 모르겠다. 기준이 다 다르고, 글을 잘 써야만 혹은 별을 많이 줘야만 다음에 공짜책을 받을 수 있다라는 말은 별로 근거 없는 소리 같다. 어느 곳에서는 글발을 기준으로, 또 어느 곳에서는 별을 기준으로 나누기도 할테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란 말씀. 개인적으로 과거에 알라딘에서 공짜책 좀 받아봤는데, 책을 읽어보고 아닌 책에 대해서는 별 두개, 세개도 줘봤는데 다음에도 또 뽑아주더라는. (영 아닌 경우는 없었기에 별 하나 준 기억은 없다.)

다른 한편에서 공짜책 이벤트는 먼저 출판사에서 시작했지만, 이걸 받는 독자가 있기 때문에 계속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독자가 이걸 거부하면 출판사도 하지 않을 수 있다, 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게 문제가 되는 데 대해서는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봐야하는데, 자본력 있는 출판사들은 이런 이벤트 마케팅이 괜찮겠지만, 자본력 없는 출판사의 경우 이벤트가 힘든게 사실이다. 이런 소규모 자본력 없는 출판사들이 오래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출판계의 자정이 필요하고, 각각의 개인은 책을 좋아하는 일개 독자로서 이런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이건 아이엠엑스님이 일전에 리뷰논쟁과 관련해서 언급한 부분인데 일리있다. 하지만 모든 공짜책을 받는 사람들에게 이걸 강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고, 그 이유를 납득시키고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엠엑스님께서 이 이야길 하신 이후 - 그분은 소규모 만화 출판사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 공짜책은 받지 않았다. 아이엠엑스님의 생각에 동의해 앞으로도 받지 않을 생각. (이 때 공짜책이라 함은, 개인적인 선물로 들어오거나 방출한 책을 주워먹거나 한 경우가 아닌 출판사 이벤트의 경우만을 지칭함.)

(* 이 부분에 있어서 생각이 다른 분들은 충분히 나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아  생각해보니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알고 있는 분이 저자인데 책을 줄 경우. 받지 않을 수는 없고, 책은 받지만, 내가 구입한 다른 책, 내가 모르는 다른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모든 리뷰는 주관적이지만 - 평을 내리기로 한다. 지금껏 그래왔고.  친분 있는 사람의 책은 공짜로 받지 말고 사주자는 지인의 말씀은 끄덕끄덕. 이것도 역시 "잘/잘못"의 영역이 아니므로,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러는게 좋지 않겠느냐, 그게 예의가 아니겠냐 정도로 받아들일 문제.


사안 3. 주례사 서평(비평)

주례사 서평이라 함은, 실제 그 책이 받아야 할 응당한 평가를 넘어서서 지나치게 칭찬과 찬사 일색인 리뷰를 지칭한다. 그 책이 받아야 할 정당한 평가를 넘어서서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하여, 혹은 친분이 없어도 공짜로 받은 책이라 하여 별 두개 줄 것을 네개, 다섯개 주는건, 아니지 싶다. 리뷰라는게 책읽은 사람의 주관적인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책들은 비슷비슷한 문제점을 지적당하고, 비슷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여행서나 소설 혹은 시라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독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제 3의  평가와 지나치게 차이가 날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또다른 제 3자가 리뷰를 보고 책을 구입했을 경우, 속았다, 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 리뷰를 통해 해당 책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객관적으로 진술해줄 필요가 있다. 선물로 받은 책이든, 이벤트로 받은 책이든, 내가 산 책이든, 길거리에서 주운 책이든 상관없이 모든 책에 대해서 지금껏 객관적으로 평가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사안 4. 출간 전 리뷰

요즘 또 눈에 보이는 문제점이 출간 전 리뷰인데, 책이 아직 나오기도 전에 리뷰가 달리는 경우가 있다. 주로 신간서적에 몰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아마도 땡스투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대개의 출간 전 리뷰들은 읽어보면 알 수가 있다. 작성하는 사람도 대놓고 이 책 아직 안 읽어봤는데요 너무 기대돼요, 라고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출간 전 리뷰에 다량의 땡스투가 붙기마련인데 - 예전엔 추천수에 땡스투수가 포함되었지만 지금은 땡스투 숫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 글 작성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하겠지만, 이런 리뷰에 구매자들이 땡스투를 주지 않음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인터넷 서점 측에서 출간 전 리뷰는 삭제하고 - 명백히 출간 전 리뷰인 것에 대해서만. 애매모호한 건 순전히 '추측'일뿐이므로 걸러내기 힘들다. - 서점 이용자들은 보는 족족 신고하는 식으로 일단 해결해야 할 듯 하다. 



* 추가 발언 및 정리

대략 이 정도의 사안으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 때로는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중복리뷰이면서 주레사 서평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례사 서평을 쓴 리뷰를 다른 곳에 옮겼을 때. 결국 주례사 서평으로 인해 한 곳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도 잘못된 안내를 해줄 수 있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건 중복 리뷰가 아니라 주례사 서평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 눈에 들어올 때는 이게 어디서부터 기인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중복리뷰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례사 비평을 한 서평을 중복해서 올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라면, 그 근본은 주례사 서평이지 중복리뷰가 아니다. 이를 '중복리뷰'라는 이름 하에 논의해서는 안된다. 출간 전 리뷰를 중복해서 올린 경우에도 마찬가지.

지난번 논쟁 이후 내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적용한 결론이 있는데,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난번 것에서 조금 수정되었다.

 첫째, 나는 iamx님의 출판계에 대한 우려과 고민을 받아들이고, 공짜책에 대해서는 중복리뷰를 올리지  않기로 한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 개인에게 국한된 사항일 뿐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겠다. (이때의 공짜책이란 선물로 받거나 길거리에서 줍거나 한 기타의 경우를 제외하고 오로지 이벤트로 받은 책만을 지칭한다. 공짜책은 현재 받고 있는게 없다.)
          
  둘째, 내가 직접 돈 주고 산 책들에 대해서는 대형출판사건 소형출판사건 상관없이 기존에 해오던대로 알라딘과 예스24에 중복리뷰를 올린다. 예스24에 올린 리뷰를 알라딘에 중복해서 올리는 것으로(나의 경우는 알라딘이 먼저고 예스24가 나중이지만) 땡스투를 받는다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땡스투 제도 생기기전부터 해왔으니 '땡스투' 때문에 이 짓거리를 한다고 보면 안된다. 다만, 맨 위에 언급했듯이 "이 리뷰는 알라딘(교보, 예스24 등)에도 올렸습니다" 정도의 메세지는 붙이도록 한다.

 셋째, 출간 전 리뷰는 당연하거니와 주례사 비평도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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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08-1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주례사비평이란 말이 다가오는군요. 좋은글입니다.
저도 가끔 주례사를 날리곤 하는데...내심 가슴이 쓰리곤 합니다.

뽀송이 2007-08-1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7-08-1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 저 서재에 적은것 그 이상도 이하도 ^^ 없을 것 같아요.
서로 다름을 인정한 외 나머지는 관심 안가지기로 했습니다. :)

승주나무 2007-08-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부당한 평가를 받았을 때 가장 분노하는 법이다 - 볼떼르"
이번 논쟁이 건강한 논쟁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몇 가지 혐의, 그것도 몇몇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같은 혐의를 명백한 사실인냥 호도하고, 부분을 전체로 확대해석하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논쟁으로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더 이상 외풍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심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마늘빵 2007-08-20 09:28   좋아요 0 | URL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무시할 것은 무시하면 됩니다. :)

2007-08-20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0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1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0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0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8-20 22:05   좋아요 0 | URL
처음 뵙는듯 합니다. :)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나온지 오래된 것인데도 리뷰가 아예 없는 경우] 는 그쵸. 리뷰가 고파요. -_- 누군가 써줘야하고 안내해줘야 하는데 없어요. 그런 책을 많이 보는지라 자주 경험. 역시 분명 영역은 다르죠. '잘/잘못' 의 영역과 '불편/짜증'의 영역. 구분해야겠습니다.

2007-08-2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