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서포터스 공지가 나온 뒤 시간이 흘러 이에 대한 몇몇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나 역시 이에 공감하는 바다. 대략 큰 범위 내에서. 서포터즈 1기에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인데, 그 이유는 이에 대한 우려 때문이 하나이요, 다른 하나는 부작용이 생겼을 때 - 예를 들면 신간서적에 추천이 왕창 찍혀있거나 특정인들의 리뷰만이 이주의 리뷰로 선정되는 사태 - 나도 이로부터 100%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정직하게 소신껏 추천을 눌러댔다고 하더라도, 나 역시 관심갖는 분야가 인문/사회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벗어나서 관심 없는 책의 리뷰까지 읽어가며 막노동 하지도 않을테고, 그렇다고 인문/사회 분야에 오르는 온갖 리뷰들을 다 검토하면서 100% 공정하게 - 사실 100% 공정이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누구나 자기주관에 따라 기준은 다르다 - 60개의 추천을 눌러댔다고 말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몇몇 분들이 장문의 페이퍼를 통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후에 부작용을 보완하자, 라는 시각도 있다. 둘 다 끄덕끄덕.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알라딘 운영자 측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충분히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우려는 나왔고, 운영자 측은 자신들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일깨워준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나름 고민을 할 것이다. 고민 끝에 알라딘이 어떻게 결정하든 그것은 알라딘의 몫이다. 

  이또한 몇분의 페이퍼와 댓글을 통해서 드러났지만, 알라딘은 유독 다른 인터넷 서점과 달리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거주민들의 의견이 치열하게 오간다. 하나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에 대한 생각들이 페이퍼와 댓글을 통해 오간다. 이런 흐름은 최근 더 두드러져 보이는데 - 어쩌면 전에도 그랬는데 내가 무신경했을수도 - 서포터즈라는 제도를  시행하느냐 마느냐, 는 사실 알라딘 운영상의 문제인데, 왜 많은 알라디너들(알라딘에 서재를 가지고 있으면 다 알라디너다)이 나서서 이런 저런 의견을 제시할까. 때로는 건의의 형태로, 때로는 강요의 성격으로, 때로는 자세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의견을 피력하는 글의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알라딘 운영자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이 있을수도 있겠다. 아니 왜 우리가 이렇게 운영하겠다는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 니들이 뭔데?! 버럭. 하고 싶지만, 차마 고객이기에 그러지 못하고, 네 고객님 이런 점은 이러이러합니다, 라고 애써 친절을 담아가며 말할 수도 있겠다. 진심이든 아니든. 좋은 의견을 주고 열심히 활동하는 이곳의 정착민들은 알라딘 운영자 측에선 골칫덩어리다. 정성들인 리뷰도 올리고, 진지하고 깊이있는 페이퍼도 작성하는 등 서재 전반의 질적상승을 불러오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안을 내놓을 때마다 궁시렁궁시렁 말이 많은 이들 때문에 운영자 측의 권위(?)가 말이 아닐수도 있겠다. 나 이렇게 운영할거야, 안돼 그렇게 하지마, 말과 글이 오간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사발면님의 서재에서 긴 댓글로 잠깐 언급했지만 2년반 정도 이곳에 몸담은 내가 느낀 바로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 각각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독립된 개인으로서보다는 '알라딘 마을'(이 명칭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안의 주민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 마을의 환경을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땡스투 제도로 불량리뷰어들이 판을 칠 때에도, 그들이 축적한 불량리뷰로 5000원을 챙겨먹을 때에도, 하이드님과 메피스토님을 비롯한 분들이 꾸준히 마을지기에게 가서 신고를 하고 차단했던 적도 있다. 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마을의 구성원으로서 쾌적환 환경을 조성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므로.

 서재 서포터즈에 대한 여러 의견도 이와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쾌적한 환경을 바라오니,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 때문에 마을환경이 또 다른 차원에서 훼손되는 것을 볼 수 없다. 고로 좀 더 고민해달라, 고 건의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운영자 측이 예측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지적이나 건의의 차원이어야지, '하지마'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고 말고는 운영자가 결정할 일이고, 그들은 우리의 여러 의견을 듣고 충분히 고려할 것이다. 알라딘에 있어서 이런 의견을 주는 열혈 알라디너들은 무시 못할 존재이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알라딘이 다른 서점과 차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얼마전 네이버의 인터넷 서점의 매출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니, 많은 댓글들이 나는 알라딘이 좋다, 왜냐하면 좋은 글이 많으니까, 였다. 내가 이곳에만 거주하는 건 아니지만 - 예스24에도 블로그 있다. 이제 활발히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 은근 기분 좋더라. 거기에 나도 기여하는 거 같아서. 그런지 아닌지는 다른 이들이 나를 평가할 일이고.

 물론 서재 서포터즈 제도에 대한 비판 중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알라딘을 망하게 하기 위한 조작 행위. 비판적인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여론을 선동함으로써 운영자 측에 타격을 주고, 제도 자체를 시행치 못하게 하는 세력(?). 마치 이키유바라 최의 <그림자 정부>와 같은 음모론이지만 가능한 이야기다. 고로 이곳에 집짓고 사는 거주민들은 친소관계와 서재지수 등을 떠나 자기 스스로의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비단 이건 서포터즈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이다. 주변의 곁가지들을 싹 다 지워버리고, 백지상태에서 개인의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보길 권한다. 나는 그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이도저도 아니든, 다양한 의견은 나올 수 있지만, 우리의 역할은 거기까지. 마지막에 하고말고는 알라딘 운영진이 결정한다. 이후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운영자 측에서 다시 사람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고쳐 시행할 것이고, 아니면 없애든지, 문제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지.  내가 보기에도 부작용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만, 이미 지적은 충분히 나왔다. 이제 알라딘 운영자에게 바턴을 넘기자.

 
* 부록 : 예상되는 부작용과 생각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지만 생각나는대로 한번 끄적여보면,

첫째, 출판사의 농간. 알바들을 서점에 가입시켜 자기네 책 리뷰가 떴을 때 - 알바가 쓴게 아니어도 - 추천을 누르게 하는 방법. 가능성은 있다. 이 또한 음모론이지만. -_- 그런데 이렇게 하면 금방 티나지 않을까. 해도 한 두번이니 몇번 반복되다 눈치 빠른 님들에게 걸리면, 출판사 완전 쪽팔린다. 앞으로 내는 다른 책에도 신뢰가 가지 않을 것이고. 고로 이건 출판사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으므로 가능성은 낮다.

둘째, 서포터즈 활동원들의 공정성의 여부. 그들이 정말 공정하게 추천을 누를까, 하는 생각. 글쎄 각자의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 나와 친분관계가 있다고 특별히 찍어줄 것 같진 않다. 이 제도가 있기 전에도 적어도 나는 그래왔다. 오히려 어떤 책을 살 때 친한 분이 쓴 리뷰가 있다면, 그 분이 평소에 땡스투를 많이 받는 분이라면, 좀 더 유명한 분이라면, '리뷰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다른 분께 땡스투를 눌러드렸다. 죄송합니다. 하이드님, 마태우스님, 로쟈님. 또 기억나면 추가.

셋째, 활동원들이 모든 리뷰를 어떻게 보냐, 는 지적. 24시간 내내 새로 올라오는 리뷰만 보고 있을 수도 없고 내 눈에 들어오는 리뷰들 중에서 좋다 싶은 것들을 추천한다는 말인데, 활동원들의 활동시간대는 대략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 야밤에, 새벽에 올라오는 리뷰는 눈에 안띄고 넘어갈 수 있다. 대략 저녁에 올리는 리뷰는 더 눈에 잘 띌 수 있다. 한참 지나간 리뷰까지 봐가면서 걸러내진 않을 것이다. 이미 실시간 대로 올라오는 리뷰도 충분히 많으므로. 가능성 높음.

넷째, 관심있는 분야의 책들만 걸러낼 경우. 서포터즈의 취향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신간과 문학, 자기계발, 경제관련 서적 쪽에 몰리지 않을까. 어려운 철학서나 과학서 리뷰를 봐도 뭔말인지 모르고, 읽기도 어려우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가능성 높음. 소외되는 영역이 생긴다.

다섯째, 추천만으로 선발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추천을 바탕으로 운영자가 선발하는게 어떨까 싶다. 추천은 참고요소로도 고려하고. 비율을 정해도 좋겠지. 정확히 하기 위해서. 반반으로. 운영자 또한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 모든 판단은 주관적이다 - , 마을 구성원이 선발하는 것과 운영진이 선발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적어도 여러 분들이 걱정하는 친소관계는 개입할 여지가 없으므로. -_- 개인적 친분관계를 가진 분이 알라딘 마을에 거주할 땐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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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라는 개인 공간을 사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알라딘 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곳. 어쩌면 이런 주민들을 품에 안고 있는 [알라딘]은
복 받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웃음)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을 이렇게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겠죠. 우리가 사는 실제 사회, 마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
그야말로 이상적인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일목요연한, 그러면서 옳은 소리로 정리한 아프님의 글이 시원하게 맛있습니다.

마늘빵 2007-07-28 15:31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옳은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소리'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전 이곳에서 이상향을 꿈꿔봅니다.

로쟈 2007-07-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에 서포터즈 신청 메일을 받았는데 능력이 닿지 않는다는 생각에 바로 삭제해버렸습니다. 기억엔 두달 정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려는 것 같더군요.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함께 예기치 않은 효과들이 있을 수 있겠지요. 알라딘으로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도입해보려는 것일 테니까 나름의 고충도 있을 것이구요. 저도 구상 자체에는 동감하기 어려우나 언제나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기 때문에 굳이 반대를 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리뷰를 자주 쓰지도 않고 또 많이 읽는 편도 아니어서 사안에 대해 방관하고 있었지만 요즘 '반상회' 같은 분위기인지라 면피성 발언을 적어둡니다...

마늘빵 2007-07-29 11:57   좋아요 0 | URL
하핫. '반상회'란 표현이 재밌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한 마을에 있는 주민들 나와서 한마디씩 하고 의견들어보는... 이런. :) 로쟈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알라디너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어차피 알라딘 운영진 측에서 보완하더라도 하고, 폐지하더라도 하고, 하는거죠. 많은 지적이 나왔으니 두고봤으면 합니다.

부리 2007-08-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있네요! 감사합니다

마늘빵 2007-09-09 18:21   좋아요 0 | URL
부리님은 없는데, 0000만 있지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