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나의 고전 읽기 3
김성은 지음, 장 자크 루소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품절


루소에게 독서는 훗날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위한 철저한 훈련이었다. 그는 자기 입맛에 맞는 책 몇 권만 읽고 세상을 모두 아는 양 잘난 척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우선 자신의 입장을 하얗게 비워두고 저자가 전해 주는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그렇게 수많은 저자들의 얘기를 편견 없이 모두 섭렵한 다음에야 그것들을 비교하고 성찰하여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만들었다. -42쪽

홉스가 보기에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선하고 악한 것이 따로 있지 않았다. 선하고 악한 것, 옳고 그른 것은 상대적이며, 국가와 법이 성립되었을 때 비로소 판정 기준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 끝까지 추구하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하여 이리나 늑대와 다름없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진다. 이처럼 살아남기도 벅찬 자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계약으로써 국가를 만들어 자연권을 제한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의지에 권리를 양도하여 복종한다. -77쪽

가족은 정치사회의 최초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배자는 아버지에 해당되고 국민은 자식들에 해당된다.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태어난만큼 그들이 자유를 양도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가족과 국가에 차이가 있다면, 가족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자녀를 돌보는 것이 자녀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지만, 국가에서는 지배자가 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지배의 즐거움 때문에 국민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사회계약론 1부 2장) -101쪽

사회 안에서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왜냐하면 오로지 욕망의 충동을 따르는 것은 노예적 굴종이지만 스스로 만든 법을 따르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회계약론 1부 8장) -113쪽

사회계약이 유명무실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일반의지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사라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모든 단체에 의해 일반의지를 따르도록 강요되어야 한다는 약속이 사회계약 내에 암암리에 포함되어 있다. (사회계약론 1부 7장) (밑줄그은이 주 :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141쪽

영국 국민은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대의원을 선출할 때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존재하지 않게 된다. (사회계약론 3부 15장)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투표일에만 자유롭다. 딱 하루 국민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면 나머지 날들은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든 나 몰라라 살아간다. 그나마 투표일마저도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그것을 자랑이라고 떠든다.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그놈이 그놈인데." 그러나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시를 게을리 하는 국민은 잘못된 정치에 침묵으로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빌헬름 라이히라는 학자는 저서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가장 심하게 정치를 타락시키는 것은 스스로 비정치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한 태도다"라고 경고했다. 루소가 일찍이 간파한 대로, 사회에 속한 이상 그 누구도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170-171쪽

본질적으로 전원 일치의 동의를 요구하는 법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사회계약이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협동은 가장 자발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나 스스로 다스리고 있는 만큼 어느 누구도 어떤 구실로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예속시킬 수 없다. 노예의 아들이라고 태어나면서부터 노예로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다. (사회계약론 4부 2장) -202쪽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루소의 후예로서 칸트가 깨달은 것은 모든 인간은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한 개인이 아니라 '인류'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자신을 넘어서서 인류의 입장에 설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이었다. -210쪽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마르크스가 가장 좋아하는 고대 로마의 명언)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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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소하면 다섯명?의 자식을 고아원에 버린 것이 생각나요..

마늘빵 2007-06-1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네 정확하십니다. 9살 연하의 여관하녀와 다섯 아이를 낳았는데 다 내다버렸죠. 그거 때문에 쉬이 비판받죠. 근데 당시엔 그런게 또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여건이 안되는데 아이를 낳으면 고아원에 버리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