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5
박병상 지음 / 책세상 / 2002년 2월
구판절판


일본 소화전공에서 생산한 '트립토판' 이라는 유전자 조작 건강식품으로 1989년 38명이 사망했고 약 6천 명이 근육통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1998년 유럽 시민들에게 GMOs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스코틀랜드 로위트 연구소의 아파드 푸스타이 박사는 유전자 조작 감자로 동물(쥐)의 장기가 위축되고 면역 기관이 비대해지는 괴현상을 고발하기도 했다(참고로, 쥐의 장기와 생리는 사람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조작된 유전자가 삽입된 농산물에서 빠져나와 잡초에 전이된 사례도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럽의 시민 단체들은 GMOs에 괴물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프랑켄푸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GMOs를 먹으면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된다는 경고인 것이다. -52-53쪽

백성들이 빵을 달라고 하자 고개를 갸웃하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는가" 하고 의아해하던 프랑스의 왕비 마라ㅣ 앙투아네트는 분노한 시민들 손에 붙잡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세계 육류의 절반 정도의 고기를 먹어대는 미국이 배를 곯으면서도 계속 인구를 증가시키는 제 3세계를 답답해하며, 아이를 그만 낳든지 없는 밀가루 대신 고기를 먹으라고 충고한다면 제 3세계 국민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유전자 조작이 인구 증가와 기아에 허덕이는 제 3세계를 위한 대안이라 선전하는 미국계 초국적 자본이 우리를 언짢게 하는 장본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을 식량 증산보다 소나 돼지가 먹을 사료의 대량 생산을 연구한다. 그래서 배고픈 자는 여전히 배고프고, 배부른 자만이 연하고 기름진 고기를 골라 먹을 수 있을 따름이다. -59-60쪽

미주 8)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과 같은 용어는 다윈이 사용하지 않았다. 이 용어는 다윈의 추종자인 스펜서가 최초로 사용했고 골상학(머리의 크기와 생김새를 기준으로 상대적 우열을 평가하는 우생학)을 신봉했던 헉슬리가 널리 퍼뜨렸다. 하지만 제국주의가 성행하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다윈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를 설명했던 것은 매우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된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낳아 자신의 유전자를 더 퍼뜨리게 된다는 자연 선택의 개념은 제국주의적 견해를 지닌 후학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개념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의 생물종 진화 이론은 자연 선택보다 우연을 강조한다. 스테펜 제이 굴드의 <판다의 엄지>(세종서적, 1998)가 참조할 만하다. -172쪽

미주 76)

1975년,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O. 윌슨이 <사회생물학 : 새로운 종합>(민음사, 1992)을 출간하면서 촉발된 '유전자 결정론'은 인간을 포함하여 사회나 문화 역시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단든 이론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는 몸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내세우며 에드워드 O. 윌슨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같은 학과 교수인 스테펜 제이 굴드와 리처드 르윈틴을 포함한 많은 학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사회까지 과학의 영역에 맡기라고 주장하는 사회생물학의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회생물학에 대한 윤리적 검토를 시도했고, 프란츠 부케티츠는 사회생물학을 변호하며 유전자의 문화와 조화를 조심스레 타진한다. 번역 출간된 서적을 중심으로, 사회생물학을 동조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1993)을 참조하고, 반론으로 스티븐 로우즈, R.C.르윈틴, 레온 카민이 함께 쓴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 생물학, 이념, 인간의 본성>(한울, 1993)과 리처드 르윈틴의 (궁리, 2001), 그리고 스티븐 제이 굴드의 <판다의 엄지>(세종서적, 1998)를 참조하라. 타협을 모색한 경우는 프란츠 부케티츠의 <사회생물학 논쟁>(사이언스북스, 1999)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1996년 매트 리들리는 <이타적 유전자>(사이언스북스, 2001)를 발간하여 사회성에 얽힌 유전자의 발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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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는 도킨스의 논리에 부러(?) 반대하는 기미를 보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좀 '튀어보려' 한다는 그런 느낌이지요..
막다른 골목에 학설이 도달하면 돌파구를 찾곤 합니다.
굴드가 그렇습니다. 다소 아전인수, 자가발전의 양상을 보입니다.
굴드는 도킨스를 의식합니다.
굴드에게서 자격지심과 얼마간 억지부림을 감지하곤 합니다.
그런 뉘앙스를 제외하더라도 저는 굴드의 학설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판다의 엄지'는 좋은 책입니다.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비로그인 2007-06-0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원틴은 좀더 소설적인 문체를 구사하므로 책이 읽히지 않더군요.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이기적 유전자에 일대일 대응하는)는 한권 소장하고 있습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발치에 못미치는 책입니다.
일종의 인간적 윤리에 부합되는 인간적 희망사항을 열거하고 있지요.
이기적 유전자보다는 못하지만 재미있는 책입니다.


마늘빵 2007-06-0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는 저는 아직까진 간접적으로만 접했는데, 글쎄 전 굴드에게 좀 끌렸더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진화생물학 진영에 함께 있지만 차이는 분명 있죠. 그것이 억지스러움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판단중지입니다. :)

르윈틴은 아직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도킨스의 책을 본 뒤에 도킨스에 대해서는 그다지 동의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다른 도킨스의 비판자들을 시간을 두고 봐야겠습니다. 한사님은 근데 언제 또 이렇게 다 보셨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