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사랑, 그리고 평화를 향한 참지식인의 길 청소년 철학창고 10
묵자 지음, 박영하 옮김 / 풀빛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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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에서 정의론 수업을 받던 때였던거 같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정의론을 공부하고 배우던 중 이 묵자란 녀석이 내 마음에 들어와버렸다. 사실, 학부시절에도 묵자를 접하긴 했지만 그땐 공자도, 맹자도, 순자도, 한비자도, 묵자도 별로 내 마음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중국철학은 필수과목만 듣고 주로 서양철학의 세례를 받았더랬다.

  그런데, 대학원 논문 주제는 서양의 한 철학자를 잡아놓고, 지금 내 마음에 들어와있는건 그가 아니라 묵자다. 요새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를 읽고, 이어 묵자까지 읽고 있다. 공자의 <논어>도, 맹자의 <맹자>도, 노자의 <도덕경>도, 장자의 <장자>도, 그 어느 것도,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일차 완역본으로 읽은 것이 없다. <묵자>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철학사 와 기타 다른 국내 철학자의 책을 통해서만 접했지 정식으로 그를 만나진 못했다.

  풀빛에서 나온 <묵자>는, 사실 원문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이기 때문일까. 그저 묵자의 글을 쉬운 한국어로 풀어놓고 각각의 장 뒤에 풀어쓴 이가 덧붙여 자신의 생각을 넣은 것이 다다. 저자를 탓할 것도 아니고, 묵자를 탓할 것도 아니다. 풀빛에서 애초 기획된 이 시리즈의 구조가 그리 되었던 것을. 이 시리즈는 매우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부담감없이 묵자와 공자, 맹자를 읽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得'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뭔가를 바랬던 나로서는, 이 책 이후에 제대로 해설이 들어간 김학주의 <신완역 묵자>(전 2권)를 읽기로 마음 먹었다. 값이 매우 비싼 것으로 보아 - 더군다나 두 권 - 꽤나 두꺼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묵자에 대한 내 사랑은 이미 여기까지 왔다.

  유가의 공자와 동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공자의 이론에 맞섰던 묵자, 공자의 이론을 강도높게 비판했기 때문에, 이후에 사랑받았던 공자의 애제자 맹자가 주도권을 잡았을 당시 묵자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졌고, 그 덕분인지 <묵자>의 71편이 모두 전해지지 않고, 현재 양계초의 분류에 따라 5부 15권 53편만이 전해지고 있다. 나머지는 어디로 증발했나. 묵자라는 인물에 대해 전해지는 것은 모두 추정일 뿐이다. 그가 목수였다는 말도 있고, 그래서 신분간의 차별과 구별을 넘는 사랑인 겸애를 주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그의 피부가 검었기 때문에 묵자라 하기도 하고, 사상이 불순(?)해 묵형을 받았다는 데서 묵자라 칭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 어느 것도 명확히 그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다만 전해지는 것은 그의 제자들이 엮어놓은 <묵자>라는 책을 통해서 그를 추정할 뿐이다.

  공맹과 노장만이 기억되고 있는 오늘날, 묵자의 색다른 주장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예나 법이냐 그도 아니면 무위자연이냐, 를 넘어 묵자의 겸애는 또다른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한다. 원문은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부담없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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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자, 읽으셨군요. 전 전에 장자를 받아두고선 아직 안 썼네요. 청소년철학시리즈로
좋은 책이더군요^^

마늘빵 2007-03-2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빛 장자요. 다른 책들도 한번씩 쭉 보고 싶더라구요. '부담없이'. 풀빛 시리즈에서는 얻어낼 부분은 별로 없지만 대략 줄거리를 파악하기는 좋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