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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옛 벗 공자의 논어 ㅣ Easy 고전 1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황희경 글, 정훈이 그림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논술이 뜨기 시작한 뒤부터 사교육계의 논술강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타 과목에 비해 논술강사들이 대접받는 이유는, 국어나 영어, 사회 등등의 교과목의 경우 학교와 학원이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논술은 아무나 손댈 수가 없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과 사회를 보는 넓은 시선까지. 대개는 국문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논술을 강의하지만, 요새는 철학전공자를 우대하는 추세다. 논술의 지문에 철학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사교육계뿐 아니라 논술은 출판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내노라하는 출판사들부터 이름없는 출판사들까지 모두가 논술교재를 편찬하느라 공력을 들이고 있다. 논술방법론부터 시작해서, 나는 논술로 대학갔다, 와 같은 자기체험서, 또 철학사의 주된 내용들을 중고등학생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조리한 대중철학서들 등 논술관련 책도 참으로 다양하다. 심지어는 일반 고전으로 분류되는 소설 띠지에도 몇년도 논술 출제 지문이라고 하면 더 잘 팔린다. '논술'자만 들어가면 먹고 들어가는게다.
수많은 논술수험서(?)들 중에서 괜찮은 책을 발견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기획하고 내부 철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해 만든 이지고전 시리즈가 그것인데, 어려운 철학 내용을 쉽게 풀어놨다. 아마 이정도도 중학생에겐 꽤나 어려울 것이고, 고등학생들 중에서도 이런 지문읽기에 익숙한 이들이나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쉽게 풀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지고전 시리즈에는 공자, 맹자, 노자, 플라톤, 마키아벨리, 이황, 모어, 이이, 정약용, 헤겔, 니체 등 동서양과 한국을 가리지 않고 내노라 하는 철학자들의 이론을 텍스트로 삼고 있다. 이 책은 공자의 <논어>에 대한 해설부터 인물로서의 공자, 제자들, 공부내용등을 살피고, 실제 <논어>의 대목들을 쉬운 한글로 풀이하고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논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또 별책으로 본문에서 읽고 습득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논술문제집을 만들어 공부할 수 있게 했다. 고전 따라잡기, 생각 넓히기, 논술 도전하기, 예시답안으로 구성된 이 별책부록(?)은 꽤 잘 만들어졌다. 공자의 <논어> 뿐 아니라 현대 사회문제, 또 다른 텍스트와 연계하여 의미있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한 권 한 권 제대로 공부하면 각각의 철학자들에 관해서 꽤 깊이있는 지식과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까지 논술수험서 제작에 뛰어들어야하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잘 만든 수험서 한 권은 안읽히는 전문서보다 차라리 낫다. 사회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열어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