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시간은 흘러흘러 BC480년. 고대 그리스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있었다.  아테네의 소크라테스(BC 469-399)가 태어나기 전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이 그리스를 침공했다.  그리스군이 후퇴할 시간을 벌기 위해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300명의 정예군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을 지키고 있다.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은 바다를 건너 이땅에 도착했고, 그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그들은 온갖 신기한 사나운 동물들과 무기를 가지고 그리스를 위협했다. 300대 100만의 싸움은 보지 않아도 결말이 뻔하지만 그들은 용감히 맞서 싸웠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것이 대략적인 영화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세번에 걸친 페르시아의 그리스 침략 전쟁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페르시아 전쟁은 BC492년에서 BC479년까지에 이르는 BC480년의 테르모필레 전투, BC480년의 살라미스해전, BC479년의 플라타이아이전투를 일컫는데, 이 중 살라미스 해전과 플라타이아이 전투에서는 그리스가 승리를 거두어 페르시아를 물리쳤지만, 테르모필레 전투에서는 그리스 연합국의 맹주역할을 했던 스파르타의 레오다니스왕과 군인 300명이 전사했다. 시간상 가장 먼저인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 군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뒷날의 승리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시간을 벌었고, 이들이 전사한 뒤 아르테미시온 해전에서 그리스는 페르시아에 대적했다. BC488년 아테네가 페르시아와 칼리아스 화약이라는 평화조약을 맺음으로써 그리스의 맹주역할을 했고, BC431년부터 404년까지 진행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아테네 세력 대 스파르타 세력의 싸움에서 아테네가 짐으로써 스파르타로 권력이 다시 넘어갔다.




  스파르타.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철학을 모르는 이들도 스파르타 라는 말은 한번씩 접해봤다. 우리가 현재 '스파르타'와 함께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는 '학원'이다. 스파르타식 학원.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를 배우기 전에 난 스파르타를 접했고, 그건 학원 전단지를 통해서였다.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칩니다. 무슨 말일까. 단어가 의미하는 본래적 의미를 알기도 전에 나는 전단지를 통해 대략 눈치를 챘다. 아 졸라 빡센 학원이구나. 방학동안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모든 스케쥴을 관리받고 짜여진대로 열심히 공부한다. 그럼 성적이 오른다. 뭐 이런식. 스파르타는 고대 그리스에 존재했던 나라로서가 아니라 빡센 기숙학원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 스파르타 전사 300명을 이끌고 장렬히 전사한 레오니다스 왕의 어린시절. 굶주린 늑대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늑대보다 강렬했으며, 그의 행동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잽싸게 공격하는 늑대보다 민첩했다.

  스파르타가 이렇게 빡센 학원을 지칭하게 된 것은 스파르타의 교육관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체격의 정도와 건강함을 체크받고 약한 녀석들은 바로 버려진다. 오직 태어날때부터 강한 아기만이 스파르타의 국민이 될 자격이 있으며, 이들은 7세가 된 뒤에는 부모와 떨어져 엄격하고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받는다. 레슬링, 달리기, 창던지기 등등의 온갖 전투기술의 기본기를 익히고, 밖으로 내보내져 어두운 밤엔 늑대와 같은 야생동물과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 남자들은 20살에서 60살까지 병역의 의무를 지고, 30살까지는 혼인을 했더라도 병영 막사에서 동료들과 지내야 한다. 모든 것이 국가수호에 맞추어져 있었으며 그만큼 국방력은 강했다. 흔히 스파르타와 비교되는 아테네의 경우 스파르타와는 달리 글과 문학, 음악, 미술 등의 교육에 막대한 시간을 투자했으며, 여기에서부터 비록 노예와 여성이 제외된 절반의 민주주의였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태동했다.




* 300명의 군인으로 100만대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왼쪽 동료의 무릎에서 어깨까지를 보호하라. 단결된 300의 군사는 오합지졸 페르시아 군보다 훨씬 강했다. 절벽으로 떨어뜨리고, 놀래켜 떨어뜨리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자신을 감추었다 날렵하게 찌른다.

  영화는 페르시아 전쟁의 일부분인 테르모펠레 전투를 다룸으로써 스파르타 군인들에게 주목한다. 이 영화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검투사들의 이야기 <글레디에이터>나 <알렉산더>, <트로이> 등보다는 흥미가 떨어진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재현하는데 충실했으며, 이 과정에서 흥미나 곁다리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대개의 고대 역사와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러브스토리가 있는데 비해 이 영화는 러브스토리는 없고 러브씬만 잠깐 보인다. '<트로이>의 스케일, <글래디에이터>의 스펙타클, <매트릭스>의 영상혁명을 뛰어 넘는'다는 광고문구는 거짓은 아니지만, 흥미와 스토리는 없다고 보면 되겠다. 단순한 재미로 볼 영화라기보다는 역사의 한 장면을 영화로 재현해낸 것으로 만족할 영화.  역사교과서 속의 단 몇줄로 언급된 페르시아 전쟁을 눈으로 감상하는 재미란 이런 것. 스케일과 스펙터클함과 뛰어난 영상미에 푹 빠져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뒷말 1 :  꽤나 잔인하다. 시뻘건 피가 난무할 것이다. 게다가 몸땡이 잘라지는 장면도 리얼하다. 씬씨티를 보신 분은 그 정도를 예상하면 될 것.

뒷말 2 : 만화와 영화는 1백만 대 300명의 싸움이라 했지만, 역사기록에 따르면 실제로는 페르시아군이 15만 정도로 추정되고, 스파르타군은 300명에 수행하인의 수까지 더해 600명 정도로 추산된다.

P.S. 함께 보면 좋을 저 동네 역사 영화들.

대로마 제국을 뒤 흔든 노예 반란 사건을 다룬 <스파르타커스>
고대 그리스의 트로이 전쟁을 그린 호머의 서사시 <일리야드>를 스크린으로 부활시킨 <트로이>
기독교와 이슬람의 싸움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 <킹덤 오브 헤븐>
고대 로마 시대의 검투사를 소재로 한 <글래디에이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불리우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그려낸 <알렉산더>
어린 시절 만화로 접해 익숙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대한 전설 <킹 아더>
'아더왕의 전설' 중 기사 랜슬롯과 귀네비어 왕비의 삼각 관계를 다룬 <카멜롯의 전설>
토마스맬로리의 원작 '아서의 죽음'을 바탕으로 아더왕과 엑스칼리버를 소재로 한 중세시대극 <엑스칼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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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2-2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랭크 밀러의 만화 '300'의 영화판인 모양이군요.
이틀전에 아이들에게 이 만화를 사줬답니다..


마늘빵 2007-02-2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 그게 원작이라 들었습니다. ^^ 전 만화는 못봤어요.

마늘빵 2007-02-2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책이 원작이라는 것만 알았지, 만화인것도 몰랐고, 씬시티의 만화가 프랑크 밀러가 그린건지도 몰랐어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씬씨티를 떠올린건 이상한게 아니었군요. 영화 씬씨티를 볼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색감이 특히나요.

비로그인 2007-02-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at's right. 아프락사스님.


백년고독 2007-02-2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잔뜩 기대하고 있답니다 ^^, 만화가 원작이었군요.

마늘빵 2007-02-25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습니다. 잔인함이 괜찮다면. 씬시티를 먼저 보시고 이 영화를 보셔도 좋을 듯 해요. 둘 다 만화같은 영상으로 재현해는 기법이 탁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