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나라의 앨리스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6
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 책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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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게다.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금의 꼬마 아이들은 방법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우리가 어린 시절 받았던 교육을 그대로 받고 있으며, 우리가 봤던 동화책과 만화를 보며 자란다.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와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단지 '이상한'이 '신기한'으로 번역되었을 뿐.  

 얼마전 영화 <매트릭스>를 오랫만에 다시 보고선 두 동화가 떠올랐다. 이것들을 단순히 동화라고 지칭하기에는 너무 거대하지만,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가 그것이다. 영화 <매트릭스>는 참으로 다양한 텍스트들을 짬뽕시켰으며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떠올리건 그건 자연스러울 것이다. 내가 <매트릭스>를 통해서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오른 것도 그 다양한 '떠오름' 중의 하나이며, 그 덕분에 다시 이 소설을 본격적으로 보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검색하면 몇 가지 번역본이 있다. 먼저 검색어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했을 때 시공주니어와 북폴리오, 삼성출판사, 중앙출판사, 지경사, 길벗이지톡, 아이즐북스 등이 나오고,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쳤을 때는 책세상 것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기한'과 '이상한'의 번역차이지만 어쨌든 검색해서 나오는 책 모두가 루이스 캐럴의 원본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본 책은 책세상 문고의 것으로, 다른 책들이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에 비해 이 책은 하나의 문학소설의 뽀대를 띠고서 태어났기에 꼬레 또 어른이라고 이 책을 골라잡았다. 어린이용으로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더 쉬운 말로, 그리고 모든 것을 담아내지 않고 축약하거나 발췌하여 골랐을 공산이 크기에 위험부담이 없이 책세상의 것을 구입했다.  

  막상 이 책을 읽고 나니 후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읽어싶어졌는데 이건 시공주니어 어린이용과 넥서스, 북폴리오 세 군데 것이 있다. 같이 책세상에서 나온 것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읽게 된다면 천상 북폴리오 것을 읽게 생겼다. 넥서스는 '중학교 영어로 다시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이기에 부적합하고, 유일하게 남은 것이 북폴리오인데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모두 담겨있어 부피도 크고 가격부담도 좀 있다. 애초 두 책을 다 읽을거라면 책세상문고보단 북폴리오를 구입하는게 이득이다.

   루이스 캐럴은 일찍이 예술적인 재능을 드러냈으나 말을 심하게 더듬고 청력이 좋지 않았으며 이런 장애 때문인지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집 밖의 다른 이들과 접할 기회가 별로 없고, 집 안의 동생들과 놀다보니 동화를 집필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그의 직업은 수학자이며 논리학자이고 동시에 사진작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 동화로 더 알려져있으니 동화작가로서 그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참으로 다재다능했던 사람이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 교수 시절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학장으로 온 헨리 리델의 아이들을 데리고 강에서 배를 타고 놀며 그네들에게 재밌는 이야기 한 편을 해줬는데, 그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태가 되었다. 앨리스는 그때 배를 타고 있던 세 아이 중 한 아이의 이름이었는데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즉석해서 말로 환타지 소설을 쓴 셈이다. 이후 이것을 책으로 내려고 마음 먹으면서 이야기에 이것저것 덧붙이고 새로 꾸미고 하며 지금과 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앨리스란 아이가 토끼를 발견하고는 따라가다 굴로 떨어지고 몸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며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체험하기도 하는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 책은 동화로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만 환타지 소설로서 다가오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각종 장면들이 이후 곳곳의 소설과 영화에서 재현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환타지는 "현실의 타자로서 현실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현실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는 지금, 그의 소설이 여기저기에 적용되고 드러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매트릭스> 또한 그 많은 시도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린 시절 무심코 읽고 받아들였던 것을 제법 자란 지금에 와서 다시 살펴보는 일은 즐겁다. 생각하지 못한 채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기만 했던 시절엔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것이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안 지금, 내가 현재 읽고 있는 다른 것들, 받아들이고 있는 다른 것들이, 또 내가 한참 자란 뒤에 다르게 읽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분명 다를 것이다. 코흘리개 찔찔이가 읽었던 동화는 이제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환타지 작품으로서, 다른 문학과 영화의 재료로서 다가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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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0735 2007-02-0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적 앨리스를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ㅠ.ㅠ ;; 이제라도 읽어봐야겠어요.
책세상 문고본 관심두고 있었는데... 책이 괜찮았나 보군요. 뺘쑝님 멋져용~!

마늘빵 2007-02-0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스카님 / ^^ 아 본적 있는데 기억 못하시는거 아녀요? 만화든 동화든 보셨을텐데. 이번에 한번 보세요.

mind0735 2007-02-0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나온걸 잠깐 봤는데.. 그것도 드문드문 봐서 제대로 기억이 안 나요. 그나저나.. 이상한 나라의, 와 신기한 나라의, 는 정말 어감이 틀리군요. 어느것이 정답인지... 네. 꼭 읽어보겠습니다. ^^

마늘빵 2007-02-0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onderful 을 번역한건데, 머 어느 걸로 하든 의미는 괜찮은거 같아요.

가넷 2007-02-12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리오에서 나온 걸 살려고 했었는데... 다들 리뷰에 올리신것이나 다른 곳에서 관련 정보를 볼때 편집이나 번역에 문제가 있는 듯 해서... -_-; 안 그랬으면 사버렸을텐데 말이죠..ㅜ; 그런데 책세상에서 나오는 세계문학 시리즈는 값이 아주 착한 것 같네요.ㅋㅋ

마늘빵 2007-02-1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격이 그냥 부담없이 낼 수 있는 정도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책세상 우리시대 문고판도 좋아하는데, 싸고 휴대하기 좋게 나오는거 같아요. 디자인도 깔끔하고.

2007-04-09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