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네가 의미하는 것을 말해야지." 3월의 토끼가 말했다.
"그럴게." 앨리스가 허둥지둥 대답했다.
"적어도..... 적어도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을 의미해...... 이거나 그거나 같은 거잖아."
"전혀 같지 않아!" 모자 장수가 말했다.
" '나는 내가 먹는 것을 본다'와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먹는다'가 똑같다는 말이니?"
"그러니까 네 말은,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좋아한다'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졌다'가 똑같은 거구나!" 3월의 토끼가 거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는 잠을 잘 때 숨을 쉰다'와 '나는 숨을 쉴 때 잠을 잔다'가 똑같다는 거구나!" 겨울잠쥐까지도 잠꼬대하듯 거들었다.
"너에게나 똑같겠지!" 모자장수가 말했다. -92쪽
남기헌 : 그렇다면 혹시 부조리와 난센스-무의미는 서로 다른 것인가요? 사뮈엘 베게트는 보통 부조리 작가로 여겨지는데, 선생님은 이와 어떻게 구별된다고 보십니까?
캐럴 : 음. 부조리가 한 의미의 체계 안에서 상반되는 의미들을 대조시키는 것이라면 무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의 체계가 존재함을 전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무의미는 의미의 체계가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일 뿐, 다른 의미 체계 사이에 종속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두 의미 체계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부정하고 하나의 의미 체계로 다른 의미 체계를 이해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자와 저자의 가상인터뷰 '나른한 오후의 다과회' 中 ) -185-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