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없는 페미니즘 - 메갈리아부터 워마드까지
김익명 외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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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 워마드의 미러링이 잘못된 이유는, 본래 그들이 차용한 미러링의 개념은 남성의 입장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만 바꾸었을 때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일베의 발언과 그들의 생각을 한국의 남성들이 공감하고 지지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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血脈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희곡선집
김영수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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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시대 배경 : 조국 광복


 희곡 작품 ‘혈맥’은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사이, 해방 직후인 1948년 1월 창작되었다. 조국광복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감격이자 흥분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는 사회 전반의 현상은 한마디로 혼란과 충돌, 그리고 무질서가 뒤엉킨 흥분이었다. 냉철한 이성적 판단보다는 도당적(徒黨的) 집단의 고함이 더 컸고, 진취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적극성보다는 과거의 감상적인 피해의식과 보복이 헝클어진 감정적 대립의식이 지배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불어닥치는 정치계의 판도는 궁극적으로 국민 생활에 활력소가 되기는커녕 도리어 예각화된 대립의식과 증오와 배리의 생리가 몰고 온 쟁투의 장으로 변했다.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나뉘었고, 한국은 정치적으로는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났으나,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민족적 주체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제적으로는 일체의 경제 수탈정책으로 인한 민족자본의 피폐와 경제적 혼란으로 경제의 자립 정도가 극히 미약한 시기였다. 또한 좌·우익의 대립이 격화되어 사회적 혼란이 극도로 가중되었다. ‘혈맥’은 이러한 혼란기의 한 단면을, 혼란기를 살아가던 도시 빈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곡의 6가지 기준에 따른 작품 분석




 구성(plot)과 등장인물(character) ‘혈맥’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는데, ‘확산적 구성 방식’으로 되어있다. 특정한 주동인물이나 갈등을 내세우지 않고 며칠 사이에 벌어지는 인물간의 갈등을 동시에 전개함으로써 당대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때문에 작품은 하나의 구심점을 향하여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산만하게 전개된다. 또한 특별한 주인공이 없이 방공호의 세 가족과 그 세 가족을 중심으로 약 30여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이 비교적 고른 수준으로 묘사되어 집단 주인공의 성격을 지니며, 한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압축적인 구성형식을 배제하는 대신 작품에는 세 가구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복잡하고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동이나 희극적인 장면과 극적으로 고조된 장면을 나란히, 혹은 연속해서 겹치게 하는 연극적 장치를 통해 사건의 특별성이 감소되고 도시빈민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의 일부로 환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독자들이 비극적인 긴장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거리와 객관성을 유지하게 만들고, 개별 인물, 개별 사건에 독자들이 집중하지 못하게 하여 작품 속의 한 개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를, 도시빈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한 단면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장관(spectacle) 또 ‘혈맥’이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공간은 방공호가 줄지어 있는 공터라는 한정된 공간이 전부다. 관객은 상세하고 긴 지시로 제시된 무대를 통해 세 가족의 상황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무대는 빈민들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열려진 공간’으로 극중 인물들의 생활현장과 밀착되어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막이 오르면 깡통은 자신의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갑득은 손님의 머리를 깎고, 옥매는 조반을 준비하며, 원팔 어머니는 찬송가를 중얼거리는 행동이 동시에 진행된다. 또한 한 방공호 안에서 갈등이 고조될 때 다른 방공호의 인물들은 일상적 행위를 계속하고, 세 가족 외에도 당대의 특성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무대를 드나들면서 해방기 전재민들의 풍경이 효율적으로 전시된다.


 소리(musci) 작품에서는 ‘지경 다지는 소리’인 “엥야라 차아”라는 소리(music)를 효과음으로 삽입하면서 비극적인 빈민들의 삶에 희망을 제시한다. ‘지경 다지는 소리’는 집을 새로 지을 때 주춧돌 놓을 자리 등 집터를 다지면서 여럿이 부르는 토건 노동요로서, 작품속의 “엥야라 차아”는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모으는 함성으로 표현되어 결말 부분인 3막의 처음부터 마지막에 원칠과 원팔이 화해하는 순간에 다시 들려오면서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집은 물론 주춧돌까지 모든 것이 파괴된 채로 내던져져 혼란속에 다시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당시 사람들에게 원팔은, 작가는 함께 힘을 모아 “엥야라 차아”하며 다시 집터를 다지자고 말한다.


 사상(thought) 작가는 전재민(戰災民)인 원팔의 가족, 미군부대 댄서인 백옥희, 월남민(越南民) 청진계집, 적산가옥을 차지하는 모리배 강씨, 사회주의자 원칠 등 당대의 전형적인 인물 설정을 통해 전재민/월남민의 유입과 주택 문제, 친일 모리배의 행각, 미군정의 통치가 끼친 사회 윤리적 해악 등의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드러낸다. 또 8월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원칠을 통해서 작가는 47년 현재, 나라가 남과 북으로 완전히 나뉘어 완전한 독립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방향성을 상실한 우리 민족의 현실을 인식하도록 하고, 관객을 계몽하고자 한다.


 어법(diction) ‘혈맥’의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사투리를 사용한다. 징용에 끌려갔다가 해방이 되자 고국을 찾아온 원팔 일가의 평양사투리, 월남 피난민인 옥매의 함경도 사투리, 역시 월남 피난민인 청진계집의 충청도 사투리 등을 통해서 해방직후 서민들의 삶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감상



 김영수 작가의 혈맥은 해방직후의 혼란한 사회 현실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폐허가 된 땅 위에서 “엥야라 차아”하며 함께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이 작품은 사실 현실 극복의 방안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는다. 서로 돕고 힘을 합해야 함을 강조하는 등 미래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기대가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때문에 양승국 교수는 결말에서 멜로드라마로 기울어져 현실의 자연적 묘사에 그쳐버렸음을, 백현미 교수는 독립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물론 노동의 의미가 불분명하기에 새로운 시대의 입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적 방향성의 결정이 모든 것에 있어 최우선이던 당시의 현실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대게 정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는, 정치적 입장이 끝없는 다툼의 원인이 되는 혼란의 시기에는 오히려 객관적인 입장에서 거리를 둔 채 세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그치는 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제3막에서 원팔과 대립하던 원칠이 결국 공사장에 가서 노동을 하는데, 이것을 원칠이 현실과 타협하여 현실로 복귀 혹은 좌절하면서 현실에 침몰한 것으로 해석하거나 “도저한 생활 현실의 치열한 무게에 이념적 주의 주장도 그 당위의 힘을 상실하고 만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작품속에 원칠이 이전에도 땀 흘려 일하고 싶었으나 진국이처럼 되라는 형의 말에 반발하여 일시적으로 방황한 것임이 드러난다. 또 원칠이 작품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 모습, 높아지는 지경 다지는 소리 등을 통해 나타나는 효과를 보면, 결국 원칠의 행동이 이상주의의 허구성, 좌절, 패배는 아닐 것이다.

 

 ‘혈맥’ 작품 내부의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 가해자 피해자, 지배자 피지배자 등으로 양분되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 조금은 악하기도, 조금은 선하기도 하고, 속거나 속이기도 한다. 작가는 어떤 인물도 악한 동기 속에 놓아두지 않는다. 가해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도 그 동기는 그저 ‘살기위해서’이다. 땅 주인 역으로 등장해 권리금을 요구하며 방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강가’역시 악하지 않다. 권리금을 받으러 왔다가 방공호 사람들의 가난의 기세에 눌려 도망치는 그는 그저 ‘양복은 입었으나 초라한 사나이’일 뿐이다. 청진계집 역시 털보와 중매노파가 싸우는 사이 “배가 고파”밥과 찌게를 모두 먹어치운 장면을 보면 그녀가 털보의 돈을 훔쳐 달아난 것 역시 청진계집에게 악한 동기가 있어서라기보단 생존의 한 방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악하지 않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간의 갈등은 결국 주된 갈등이 아니다. 작품 외적인 갈등인 가난과의, 혹은 사회 현실과의 갈등이 주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관객, 혹은 대중들은 가난에 고통받는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을 동일시 할 수 있다.

 

 사실 ‘혈맥’은 희곡으로서 높은 완성도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음에도 실제 공연에서는 실패하는 결과를 맞았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관객들이 현실속에서 직접 겪고 있는 빈궁의 체험을 무대에서 재확인하고 싶어 하지않는 관중심리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에 더해서 환경극으로서 어떤 개별 주인공이나 사건보다는 총체적인 삶의 모습에 중점을 둔 부분이나 공간적인 배경이 방공호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 등 무대적인 효과가 적다는 것이 공연으로 나타났을 때 흥미가 저해되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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