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을 나는 새 -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
이원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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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 광활한 우주점에서 주문한 책이다. 마침 인천구월점에 내가 읽고싶었던 책이었던 <물 속을 나는 새>, <진이, 지니>,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있어서 한꺼번에 주문을 했고, 주문금액이 2만원이 넘어서 배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이 책의 저자인 이원영씨는 동물행동학자로 한국에서는 까치를 연구했고, 대학교 박사 졸업 후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했다. <물 속을 나는 새>는 한국인 동물행동학자가 쓴 펭귄관찰일지를 동물행동학에 문외한이 대다수의 일반 대중이 편하게 읽게 해주는 책이다. 나 또한 고래류나 영장류와 관련된 책은 많이 읽어서 익숙하지만 조류에 대해서는 관련 서적을 많이 읽지는 않았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나름 즐거웠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개념은 조류의 일부일처제 개념과 사람의 일부일처체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사람에게 '일부일처제'라는 개념은 한 번 결혼을 하면 특이한 사유가 없이 결혼관계가 유지되는한 한 쌍의 부부가 같이 사는 것인데 조류의 '일부일처제'는 짝짓기 계절(보통 계절상으로 여름일 확률이 높음) 동안에만 한 쌍의 부부관계를 유지하지만 그 후년 짝짓기 계절에는 다른 파트너와 짝짓기를 하고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관계나 파트너쉽을 유지하는 관계가 아니었다. 보통 그 다음 해에 같은 파트너와 다시 짝짓기를 하는 것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류의 시각기억력이 높았다. 조류의 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조류는 사람보다 시각이 좋은 경우가 꽤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체형을 가진 같은 성별의 사람 2명에게 같은 옷과 모자를 입혔을 경우, '자신의 아는 사람'(보통은 본인의 거주지에서 본인을 관찰하는 자)에 대한 구별을 할 수 있었고 그 기간은 죽을 때까지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조류는 기억력이 다른 동물보다 길지 않다고 생각하는 측면에 반박하는 자료이다.

이 학자는 주로 자연서식지에 생활하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에 대한 행동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책 초반 한국의 아쿠아리움에 갇혀있는 펭귄에 대해서 비판적은 글을 써준것에 대해 감사하다. 자연서식지에 생활하는 펭귄에 비하여 아쿠아리움 등 실내동물원 및 아쿠아리움에 서식하는 펭귄의 경우 궤양성 수두염 등 같족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쿠아리움이나 실내동물원에서 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자연서식지와 최대한 비슷하게 해주려고 하여도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나는 아쿠아리움을 비롯해서 각종 동물원이 이 세상에서 최대한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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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 수원화성 걸어본다 17
김남일 지음 / 난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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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의 마지막 책을 읽었다. 걸어본다 시리즈가 더 출간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2020년 5월에 걸어본다 시리즈의 마지막 책은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이 책이다. 아마 당분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만, 걸어본다 시리즈가 걸었던 한국의 지역은 나도 한 번 걸어보고 싶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이 즐거웠어거나 재미있었다거나 인상 깊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수원/화성, 용산, 진해, 광주, 경주. 이 정도는 그래도 올해 내에 가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에는 아마 사진 관련해서 한 번 정도 가봤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었고 한나절 정도 머물렀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 여럿이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거의 막차를 타고 집에 늦게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번은 가지 않았다.

책도 기억이 희미하다. 유튜브로 노래를 틀어두고 책을 읽었는데 책에 대한 기억보다는 노래를 들은 기억이 더 선명하다. 처음에는 박정현이었고 그다음에는 김현정 노래 중에 하나가 흘러나왔다. 수원과 화성을 걷는다는 여행 에세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다. 기억이 나는 것은 옛날, 아마 197~80년대에는 화성이 복원되어 있지 않았었고 화성 대신 수원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과 과거의 다른 점이 묘사되어 있었다. 어떤 곳은 역사적인 사실이 쓰여있었다. 대충 뭐 정조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 화성은 정조가 만든 계획도시니까. 정조 이야기가 나오면서 당연히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내용도 나왔다. 수원과 화성을 다녀온 뒤에 이 책을 읽어보면 좀 더 기억에 남는 책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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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걸어본다 16
한은형 지음 / 난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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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중 베를린에 대한 여행 에세이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다른 걸어본다 시리즈보다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책이었다.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읽기 싫다거나 내 취향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흥미롭거나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도 읽기 싫지는 않았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베를린 역시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누어져 있어서인지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독일이 나누어져 있던 동안에 공항이 2개였고, 그중 동베를린에 있던 공항은 북한에 있는 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직항이 있었다던가 아니면 동독과 서독이 경쟁적으로 베를린에 오페라 하우스를 지어서 현재 베를린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7개라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남한과 북한, 북한과 남한으로 나누어져 있는 한국이 나중에 통일을 하게 된다면 먼 미래에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했다.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 말고 약간, 아니 많이 짜증이 났던 에피소드는 화장실과 관련된 것이었다. 저자가 베를린에 머물면서 갔던 곳은 '작업실'이었다. 베를린에 있는 한국학연구소에 있는 어떤 방을 제공받은 것인데, 남녀 공용으로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독일인은 성별과 상관없이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하였다. 그런데 유독 '한국 남성'만 꼭 일어서서 소변을 보기 때문에 '한국 남성'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라며 독일어/영어로 된 안내문과 픽토그램을 붙여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든 한국학 연구소를 방문하는 '한국 남성'은 일어서서 소변을 보았고, 이에 '독일 남성'은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안내문을 한국어로 써서 붙여놓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에피소드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독일 남성'이 한 말을 들어보면 이게 단지 남성의 문제 혹은 지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의 종특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문제'에 있어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안내문을 읽고 싶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있는 문자(독일어/영어) 안내문과 픽토그램을 보았다면 최소한 누군가에게 그 의미를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저자는 지정 성별이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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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 도쿄 걸어본다 15
고운기 지음 / 난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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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15. 도쿄에서의 3년의 삶과 설국(유자와)로의 여행, 그리고 재일교포 작가와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걸어본다 시리즈 14권인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거꾸로 1권까지 읽었다가 다시 15편 도쿄로 들어왔다.

도쿄의 시작은 평범한 것 같았다. 늦은 나이에 도쿄로 간 유학 생활의 시작이었으니까. 설국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하기는 했으나 한 번도 가지 않은 풍경이라 심장떨림은 없었다. 제일 인상이 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재일교포 작가와의 만남과 대담이었다.

- 재일교포라고 하지만 조선이 왜정시대(일제강점기)에서 독립한 후,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나뉘어졌고 일본에 남아있던 조선인은 한국 국적을 택하거나 조선 국적을 유지하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조선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보통 조총련이라고 부르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1955년 5월 25일에 결성된 친북성향의 재일동포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한국국적을 택한 사람은 보통 민단으로 부르는 '재일대한민국민단(대한민국을 지지하는 재일동포로 1946년에 구성된 민족단체)' 소속이다. 조총련 소속의 경우 현재 조선이라는 나라가 없어 무국적자신분이라고 한다.

재일교포 소설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에서 문학부를 공부하였기에 일본의 노벨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1927년 사망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업적을 기려 일본의 문예춘추에서 재정한 문학상)에서 상을 받은 재일교포를 소개하였기 때문이다. 본인은 조선인(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나고자라 일본어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알 수 없지만 한국의 그리고 일본과 동아시아의 모든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한국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실제로 경도가 달라서 밤이 빨리 찾아오는 도쿄에서의 유학생활, 그리고 그 곳에서 조선인을 만나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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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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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을 넘기고 나서 계속 생각이 났던 것은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와 H. E. B. 스토의 엉클 톰슨 캐빈, 그리고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렇게 3권의 책이었다. 모두 미국의 흑인 노예제가 합법이던 시절이 배경인 책이었다. 내가 흑인 노예제에 대해서 처음으로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빌러비드를 읽으면서는 1부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빨리 이 책을 다 읽고 덮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마 셰드는 과거의 기억 일부를 잊어버리고 싶어했고, 폴 디는 미래로 빨리 나아가려고 했으며, 덴버는 현실이 싫었기에 글 자체가 감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2부 중간과 끝에 나왔던 대화에서는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2부 중간에 엘라는 세서를 가르켜 '자식 목에 톱질하는 친구'라고 했고, 폴 디가 스탬프 페이드에게 '도대체 검둥이는 얼마나 참아야 합니까?' 라고 물으니 스탬프 페이드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야지'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이 사람을 그것도 원한이 있는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식의 목을 톱질하고 싶었겠으며, 그 어떤 생명이 타고난 종의 특징때문에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정당한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삶이 어떤 삶에게는 2020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에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2020년에도 차별때문에 자식의 목을 톱질해서 죽이는 사람이 존재하고, 이주민이라고 아니면 사람이 아니라고 참을 수 있을만큼 참는 삶이 유효한데 어째서 이 사회는 노예제가 있던 1800년대 중반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는지.

책을 읽으면서 스페인 어학원에서 만난 미국인 여성이 수업시간에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M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지고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나이가 많은 백인 여성이었는데 그 사람은 영화 그린북을 싫어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영화가 불쾌하다.'는 표현을 했다. 어떤 사람에게 인종차별이나 노예제는 다르게 기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책을 읽다가 이 상황이 갑자기 떠올랐었다.

과거는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다. 과거는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의 삶도 중요하다. 나는 미래에 현재의 상황을 가지고 누군가 소설을 썼을 때, 빌러비드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소설이 나오기를 바란다. 흑인 노예제가 폐지 된 것처럼 현재의 차별이 미래에 없어져서 소설의 한 부분으로 쓰여지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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