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걸어본다 16
한은형 지음 / 난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중 베를린에 대한 여행 에세이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다른 걸어본다 시리즈보다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책이었다.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읽기 싫다거나 내 취향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흥미롭거나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도 읽기 싫지는 않았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베를린 역시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누어져 있어서인지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독일이 나누어져 있던 동안에 공항이 2개였고, 그중 동베를린에 있던 공항은 북한에 있는 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직항이 있었다던가 아니면 동독과 서독이 경쟁적으로 베를린에 오페라 하우스를 지어서 현재 베를린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7개라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남한과 북한, 북한과 남한으로 나누어져 있는 한국이 나중에 통일을 하게 된다면 먼 미래에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했다.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 말고 약간, 아니 많이 짜증이 났던 에피소드는 화장실과 관련된 것이었다. 저자가 베를린에 머물면서 갔던 곳은 '작업실'이었다. 베를린에 있는 한국학연구소에 있는 어떤 방을 제공받은 것인데, 남녀 공용으로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독일인은 성별과 상관없이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하였다. 그런데 유독 '한국 남성'만 꼭 일어서서 소변을 보기 때문에 '한국 남성'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라며 독일어/영어로 된 안내문과 픽토그램을 붙여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든 한국학 연구소를 방문하는 '한국 남성'은 일어서서 소변을 보았고, 이에 '독일 남성'은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안내문을 한국어로 써서 붙여놓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에피소드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독일 남성'이 한 말을 들어보면 이게 단지 남성의 문제 혹은 지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의 종특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문제'에 있어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안내문을 읽고 싶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있는 문자(독일어/영어) 안내문과 픽토그램을 보았다면 최소한 누군가에게 그 의미를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저자는 지정 성별이 여성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