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 수업
에디 제이쿠 지음, 홍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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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독일 나치의 점령하에 있던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는 정말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범죄였다. 아돌프 히틀러는 비합리적인 이념으로 유대인은 물론 집시와 성소수자, 장애인과 함께 나치의 이념에 반대했던 정치집단과 지식인, 예술인을 무작위로 잡아들여 아우슈비츠에서 대량학살을 진행하였다. 웃기게도 이 믿을 수 없는 전쟁범죄는 독일 나치가 앞장섰는데 정작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폴란드의 크라쿠프라는 도시에 있다.


아무래도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범죄에서 유대인이라는 인종 자체를 홀로코스트 급으로 죽였기에 유대인의 입장에서 쓴 아우슈비츠 관련 자료가 상당히 많고 영화화 된 내용도 많다. 한국에서 1999년에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비롯하여 '안네의 일기', 아트 슈피겔만이 자신의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서 그린 그래픽 노블 '쥐' 또한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자서전적인 체험 수기로는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 교수의 '죽음의 수용소'가 상당히 유명하다. 빅터 프랭클 교수의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 같다. 성소수자 입장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린 영화는 '벤트(BENT)'가 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것은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났던 일이나 에디 제이쿠가 살아남아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에필로그에서 에디 제이쿠가 벨기에 감옥에서 나치 전범을 만나고 난 뒤에 쓴 글이었다.

증오는 암 같은 질병의 시작입니다. 증오는 적을 죽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파괴됩니다. …(중략)… 나는 아무도, 심지어 히틀러도 증오하지 않습니다. 그자를 용서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중략)…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에디 제이쿠, 동양북스, p257-8

위의 글을 읽고 나는 희곡 '래러미 프로젝트, 십년후'에서 로저 슈미트 신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에런 매키니 와 러셀 핸더슨은 우리 사회가 만든 산물이에요. 그들도 우리의 형제예요. 어떤 식으로든 용서를 해 주자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듣는다면, 날 오해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해한다는 게 동의한다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 이해한다는 게 관대해지라는 뜻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또한, 이해한다는 게 자기 자리에 앉아 결정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에런을 이해하려면, 찾아가 봐야 합니다. …(중략)… 에런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러셀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그레그, 에런은 나와 다른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나와 닮았어요.

래러미 프로젝트 그리고 래러미 프로젝트 십년 후, 열화당, p153-4

래러미 프로젝트의 탄생한 이유도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 때문이었다. 유대인을 비롯하여 나치가 이야기하는 '비정상적인 사람'에 대한 증오때문에 아우슈비츠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증오와 함께하는 삶이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기에 에디 제이쿠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100세 노인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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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상점 - 당신의 상처를 치유해드립니다
변윤하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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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변윤하는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석사 수료 후 예술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미술을 가르치는 일과 함께 소설을 쓰고있다. 그림과 글쓰기. 비슷한 듯 다른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과 글로써 표현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표면적인 주인공은 권여리지만 나는 여리의 그림자였던 초와 유나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그림자라서가 아닌 여리가 가졌던 어떤 상처를 구체화 시킨 것이 초와 유나라고 생각한다. 초와 유나의 선택이 달랐던 이유는 여리 자신이 그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였나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처는 빠르게 잊혀지고 쉽게 치유되지만 어떤 상처는 깊게 남고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되기도 한다. 그림자 상점에 도착했기 때문에 상처가 치유된 것이 아니라 그림자 상점까지 가는 그 길 자체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온 몸과 마음에 스크래치를 받기 마련이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스크래치가 과정이 아닌 결과로서 존재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많이 듣지만 정작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2년에는 나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를 위한 관대함과 사랑으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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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힘 - 하버드 신학대학원 펠로우가 찾아낸 관계, 연결, 일상 설계의 기술
캐스퍼 터 카일 지음, 박선령 옮김 / 마인드빌딩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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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ual은 영어로 '의식과 같은 의례적인 일'을 뜻하는데 종교적인 의식절차나 의례를 의미하기도 한다. ritual에 대해서는 뒤르껭(Durkheim)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통합적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나, 말리노프스키(Malinowski)는 통과의례나 전쟁 전의 의식은 두려움을 위안한다는 견해를 표명한 적이 있으며 프로이트(Freud)는 ritual을 정신적 강박증이나 신경증의 집합적 표현으로 보았다.

저자 캐스퍼 터 카일은 하버드에서 신학과 공공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마음을 기반으로 한 R&D 컨설팅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R&D는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약자로 OECD에서는 이를 ‘인간 · 문화 · 사회를 망라하는 지식의 축적 분을 늘리고 그것을 새롭게 응용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조적인 모든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리추얼의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분절되고 단절된 형태의 삶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리추얼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너무나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무심해지고 나 자신을 윽박지르며 사는 것이 익숙해였다. 의미있는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잠깐이라도 숨을 천천히 쉬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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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구급상자
릭 핸슨 외 지음, 김성진 외 4명 옮김 / 하나의학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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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구급상자는 심리학자이자 명상 지도자인 Rick Hanson을 포함하여 총 9명의 심리학자나 정신건강분야에서 활동을 했던 임상분야 전문가가 함께 저술한 책이다. 불안구급상자 저술에 참여한 사람은 불안이나 스트레스와 관련된 임상심리를 오랫동안 전공했거나 관련 분야에서 활동을 했으며, 호스피스 같은 곳에서 일을 했던 전문가도 있다. 극한의 불안과 스트레스 상황을 적극 지원했던 사람이 모여 쓴 책이기에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불안 대처 기술이 소개되어있다.


안 그래도 극단적이고 불안정한 시대에서 Covid-19가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면서 우리는 코로나 블루에 걸려버렸다. 사람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불안이 극한으로 가게되면 우리는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책에서는 불안증세에 대해 바로 그 증세를 없애는데 도움이 되는 스킬도 소개하지만 내 맘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장에 나오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불안증세를 바로 없애는 것은 지금 당장 효과가 있는 것이지만 지속적으로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법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부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더 절실하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더 관대해지고 부드럽게 대하는 법에 대해 더 배워야한다. 2022년에는 더욱 관대하고 낙천적이며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실행에 옮기며 삶을 지속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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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 -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 권일용의 EBS CLASS ⓔ
권일용 지음 / EBS 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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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청 1호 프로파일러이자 범죄학 박사인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를 읽게 되었다. EBS에서 지식강연 서비스를 하고 있는 EBS Class 에서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강의 '범죄의 재구성'(https://classe.ebs.co.kr/classe/detail/133255/40009039)을 볼 수 있는데 해당 내용에 살을 덧붙여 책으로 출판한 것 같다. EBS Class ⓔ에서는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를 포함해서 21권의 지식 교양서를 출간하였는데 이번에 읽은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를 제외하고 '우리는 왜 불평등한가'와 '아이러니스트'를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는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일 첫 장은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링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2장부터 주제를 정하여 해당 주제를 설명해주고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관련 사건에 대한 케이스를 적어주고 분석을 해주었다.


 


 

케이스 스터디로 적은 7개의 케이스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묻지마 범죄' 이 두 가지 주제였다. 성범죄 가해자의 경우 늘상 '술에 취하여 심식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니 감형을 해달라.'는 주장을 자주 하지만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가해자의 '1. 범행 동기가 확실하고, 2. 범죄의 실행과 3. 범죄의 증거인멸'에 주체성이 있으므로 음주여부와 별개로 심식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확실하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다. 모든 범죄가 그렇겠지만 특히 성범죄의 경우 어떤 상황이던지 간데 피해자의 삶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극악범죄일진데 '술을 마셨으니 심신미약으로 경미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주장 자체가 너무나 어이없고 당황스러울 뿐인데, 프로파일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심신미약이 아닌 상태'라고 저격을 해주니 속이 시원하였다.

'묻지마 범죄'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해당 장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나오는 문장이 '범죄에는 분명히 동기가 있다.'이기 때문이다. 이유없는 범죄는 없을진데 '묻지마 범죄'라고 하면 이유없이 사람을 가해한 것이 되는 느낌이었는데 '범죄에는 분명히 동기가 있다.'고 결과를 먼저 이야기해주고 해당 내용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 준 것이 좋았다. '묻지마 범죄'는 '증오범죄'나 '우발적 범죄'로 평소에 특정 집단에 대해 혐오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그 감정이 폭발하여 범죄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희안하게 가해자는 보통 남성이고 피해자는 보통 여성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포함한 범죄전문가 5명이 나온적이 있는데 그 중 박지선 범죄심리학자가 '왜 마동석 같은 사람 앞에서는 분노조절이 잘 되면서 비교적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가'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증오범죄'나 '혐오범죄' 가해자의 경우 '묻지마 범죄'라기 보다는 자신이 살면서 억울하거나 화가나는 일을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공격함으로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그 이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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