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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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인 정지돈의 소설만을 반복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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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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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라고 하기는 많이 거창하고, 말하자면 러시아 현대사란 내게 걸그룹 아이돌의 역사와 비슷하다. 두 역사의 내용에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지적 수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전혀 모르기도 참 어렵지만 그렇다고 뭐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리모노프라는 이 실존(게다가 심지어 생존) 인물은 바로 그 러시아 현대사라는 역사의 한복판을 살아온, 또 살아가고 있는 (거의 전형적인 역사적 의미에서의)남자다. 그래서 러시아 현대사에 대해 실은 걸그룹 아이돌에 대한 역사만큼이나 속속들이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거의 판타지 세계인냥 독서가 흥미와 혼돈의 연속이었다. 잘은 몰라도 러시아의 현대사가 대개의 민중들에게는 무채색이나 주로 붉은색으로 뒤덮인 시간이었다면, 소수의 지배계층, 그리고 바로 이 리모노프에게는 총천연색, 물론 붉은색이 포함된 시간이었다고 하면 개떡 같으나마 감이 잡힐까?

헤라클레이토스 철학의 화신 같은(그래. 만물은 유전하고, 세계는 불이며, 전쟁 만세!) 이 남자의 기록성 소설을 읽으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 부끄럽게도 거의 판단을 중지하고 말았다. 내 눈앞에 단테의 지옥과 연옥이 소용돌이처럼 뒤섞이는 마당에, 또 그 복판을 헤집고 다니는 개자식이자 망나니이면서 예술가, 지식인, 명예성애자, 믿기 어렵지만 성인 같기도 한 모습을 갖춘 남자를 두고 무슨 온전한 판단을 내린단 말인가. 그저 폭포수 같이 흐르는 한 남자의 삶과 서사 앞에 인생 참... 하고 일종의 경계와 경이를 동시에 표할 뿐이다.

절대 이 인간만큼은 닮고 싶지 않은, 동시에 이 인간처럼 살아봤으면 싶은 야누스적인 인간 리모노프의 삶을 음미해볼 만한 이야기로 남겨준 엠마뉘엘 카레르의 필력에는 그저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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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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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 하기에 따라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삶은 당신의 것이니까요, 와 같이 달콤한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소비하는 인간과 타인지향적인 인간을 생산해내는, 그 결과 만족의 항상적 유보와 늘 따르는 불안을 개인에게 떠안기는 신자유주의(혹은 후기 자본주의, 혹은 드럽고 드러운주의 따위의 명칭이야 되는 대로 얼마든지 가져다 붙여도 좋은)의 알몸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명쾌함은 OK.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비의 선택 외부에 놓인 게임의 룰을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선택이라는 최후이자 유일한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OK. 하지만 앞선 잽의 날카로움에 비해 이어지는 스트레이트의 물렁함으로는 이 강력한(드럽고 드러운) 상대를 KO 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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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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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로캉탱이 있다. 이 남자는 고등 교육을 받고 연금으로 생활하며 부빌이라는 지방의 항구 도시에서 드 로르봉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글을 집필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로캉탱은 무엇보다 외롭고 고독한 남자이다. 귀족적 사색가이며 삶의 우연성과 무상성 앞에서 구토하는 남자이다. 우리는 그의 지루하고 명석하지만 기교를 주체하지 못하는 긴 넋두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마로니에 나무 뿌리 앞에서 구토하는 로캉탱의 이유를 알 것도 같지만 실제로 나는 구토하지 않으므로 그를 잘해봐야 (반의 반의)반만 안다 하겠다. 그러나 외롭고 고독한 한 남자로서의 로캉탱이 거기에 있다. 필연적이고 확고한 의미의 세계에서 살다가 추락하는 남자가 거기에 있다. 누가 뭐래도 이 책은 그에 관한 소설로 읽어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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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자본화. 문학의 세속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약 40여년 전의 김현 선생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문학 청년의 끝나지 않을 질문, 질문, 질문들과 마주하고 있는 듯 하다. 성숙까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우리는 맥없이 늙지는 말아야한다.

책의 상당한 분량이 한국문학사 비평에 할애되어 있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 책의 분량이 꽤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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