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세돌이 졌다. “즐겁게 뒀다.”고 말했다.


체스 나부랭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나는 이 사건이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본다. ‘크로마뇽인은 네안데르탈인를 멸절시켰다.’ 정도의 비중으로. 하지만 지금 당장 내 관심이 가는 건 이세돌이다. 애써 쿨한 척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는 괜찮지 않다. 호텔방에서 수건 물고, 벽이라도 치고 있을 거다. 최소한 그런 심정일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상사常事인데, 지금 세 번의 패배가 대수겠는가. 그에게 진짜 문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영혼을 마르게 하는 일이다. 나는 그 기분을 잘 안다. 오늘의 대국을 보며, 내 운명을 결정지었던 그 한판의 바둑을 떠올린다.

 


#. 2

 

오래 전 일이다.

  

어린 시절에 나는 제법 영특한 구석이 있었다. 기저귀를 차고 가감승제를 암산하던 기재가 유치원에서 배울 게 없다고 판단한 부모는 대신 바둑학원을 보냈다. 바야흐로 소년 이창호가 세계 바둑계에 신처럼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바둑을 잘 둘 수 있었던 건 성격이 순했기 때문이었다. 폭력으로 암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던 시대였고, 맞기 싫어서 100수 200수가 넘어가는 기보를 수없이 외웠다. 정석이 몸에 배자, 또래 중에는 나를 당할 자가 물론 없었다. 동네 어르신들과 맞바둑도 가벼웠다. 곧 나는 바둑학원의 아이돌이 됐다.

 

그리고 어느 날, 녀석이 나타났다. 녀석은 수상하게도 맨 끝자리를 좋아했다. 잊지도 않는다. 둥글둥글 서글서글한 얼굴. 왠지 어른들은 녀석과 나를 붙여주지 않았지만, 나는 냄새로 녀석이 강자임을 알았다. 먼저 도전해 오기를 기다렸고, 녀석은 자리를 사수 할 뿐이었다. 애가 타고 조바심이 났다. 면이 상하긴 했으나, 먼저 다가간 건 나였다. 갚아 주면 되니까. 그와 마주앉은 나는 당연히 백을 잡았고, 조막손을 들어 맹렬한 기세로 좌하귀 화점에 돌을 놨겠지. ‘딱!’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영악해 수 싸움에 밝던 녀석은 내 포석의 설익은 부분과, 돌의 틈새를 노렸으리라. 그러나 게임의 결과만은 어제 일처럼 선연하다. 성벽이 허물어지듯 압도적인 패배였으므로. 나는 몰락한 엄석대처럼 처절하고, 무력하게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의 지위는 녀석에게 넘어갔다. 여덟 살 꼬마에게는 견딜 수 없이 가혹한 일이었다.

  

더불어 나의 각광기도 그것으로 종언을 고했다. 새순 같던 총기는 가뭄 맞듯 시들었다. 나는 그 무렵에도 소년조선일보의 전 학년 학습문제를 다 풀 수 있었지만, 정작 고학년이 되어도 정답률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늘 하위권을 기어 다니던 성적, 무기력하게 움츠러든 어깨, 빙그레 나부랭이나 응원하며 별 희망 없는 내일이나 궁리하는게 녀석과의 대국 이후 저주처럼 따라 붙은 소년기, 내 삶의 꼬리표였다. 물론 그 후로도 질척거리는 인생이 쭉 이어오고 있다.

 

  

#. 3


 

이제 어른들이 우리를 굳이 떼어놓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안다. 굳이 쓰린 패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딥 러닝’한 것이다. 그게 내 삶의 자리다.

 

 

몇 달 전. 나는 노동에 찌든 허리께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냉골방의 낡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느 때처럼 구석의 조그마한 흑백 테레비를 켜며 쿨럭거리는데 아, 꿈인가. 잊을 수 없는 녀석의 얼굴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녀석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제 유명인이 된 그의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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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앓던 폐병도 잊은 채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는 미국의 어마어마한 명문대를 졸업하고, 무슨 기업의 대표 직함까지 가진 화려한 이력의 젊은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질투와 분노, 회한과 욕정에 사로잡힌 채 그의 얼굴을 노려보며 나도 모르게 읊조렸다. 그래, 모두 다 너의 탓이다.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니가 타는 그 차, 그 차가 내 차였어야해 니가 차린 음식, 니가 낳은 그 아이까지도 모두가 내 것이었어야 해 모두가 내 것이었어야 해 모두가 내 아이였어야..

 

관두자.

 

 

#. 4

  

천재는 하늘이 내린다. 그렇다면 천재를 몰락시킨 것은 하늘, 그 자체인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최후의 질문'를 떠올린다. "빛이 있으라." 언젠가 저 기계도 그렇게 말 할 수 있게 될까.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family/217/read?articleId=15947372&bbsId=G005&itemId=64)

 

 

더 왈가왈부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지만 언급은 해 두자. 2006년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썼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시대보다 완전한 그들의 시대가. 나는 당시 모종의 이유로 구글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새로운 시장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구글의 비전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 구글의 시총은 애플과 세계 1위를 다툰다. 내 예측은 반만 맞았다. 인공지능 연구의 약진을 전혀 변수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뒤에 올 것으로 나는 SF의 상상력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대국에서 알파고는 판을 '흔들고', 실수를 '유도했다'. 딥 러닝 기술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약한 인공지능의 영역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관심을 둔 건이 2001년, 관련 업체들을 걸신들린 듯 인수하기 시작한게 불과 2~3년 전이다. 그리고 오늘 이빨을 드러낸 괴물을 보니, 작년에 기술 완성까지 20년을 운운하던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우습게 느껴진다.

  

IBM이 필리핀, 인도에 주던 상담 아웃소싱 업무를 AI로 대체한지 오래다. 소비자 만족도도 그 편이 더 낫다. 곧, 기술적인 영역을 넘어서 회계, 자금, 인사 등 기본적 행정 업무는 모두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5년이면 컴퓨터는 작곡을 할 것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하리라, 씨피유 쿨러에 구리스나 발라가며 개같이 비참한 인생을 연명하든가, 제 2의 러다이트 운동에 참여하든가. 나는 물론 전쟁을 택하겠다. 네오의 등장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높은 확률로 자동문에 머리통이 끼어 죽겠지.)

 

  

#. 5

 

깊은 시름을 하던 차에, 정치전문가 김늘보가 묻는다.

  

‘당신은 노원 병 주민입니다. 안철수와 이준석 둘 중 하나를 고르시오.’ ..하.

  

삑- 머릿속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6  

 

 

그래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기로 했다.

(https://secure.actblue.com/entity/fundraisers/39795)

  

올해 투자 수익금의 대부분을 샌더스 계좌로 이체했다. 그를 지지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질까봐? 천만에. 현재 미국의 사회 경제 시스템 하에서 지금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사실상 사민주의로 본다.)는 허황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의 경제정책을 설계한 폴 크루그먼이 왜 힐러리로 방향을 틀었을까. ‘좌파의 부두 경제학’ 비판은 정치적 계산을 감안하고서라도 날카롭다. 나는 달콤해도 근거 없는 것을 믿지 않는다. 섣부른 희망에 근거한 믿음이 재앙을 초래하는 꼴을 지겹게 봐 왔다. 회사에서든, 정치에서든, 시장에서든. 그러나 샌더스가, ‘사회’보다 ‘민주’쪽에 방점을 찍는다면, 그와 그의 지지자들이 만들어 갈 미래는 어쩌면 조금 기대해볼만 할 지도 모르겠다. 버니 샌더스는 폴 크루그먼에게 대답했다. “대화하자, 고쳐 갈 것이다.” 신선하다. 불붙은 아궁이에 돈을 쳐 넣은 꼴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내가 샌더스에게 기부하는 이유다.

  

다 늙어 하얗게 센 머리를 하고, 그가 추슬러 함께 걷고자 하는 자들은 ‘병들고’, ‘신분이 낮고’, ‘소외된’ 자들. 그들이 헤매는 광야에는 수퍼팩이라는 불기둥도, 언론이라는 구름기둥도 없다. Bernie Bros 너희는 안 될 거라고? 알아, 우리는 안 될 거야 아마. 샌더스 지지자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되는게 더 이상한 인생이다. 근데, 어차피 안 될 바라면, 더 적극적으로, 더 간지나게 안 되는 법을 모색해볼까 한다.

  

  

#. 7

  

나는 왜 패배한 것과, 패배할 것을 응원하는가. 빙그레를, 이세돌을, 또 버니 샌더스를. 그들은 잦아드는 시대의 잔광殘光. 마음을 애태우는 여운이기에. 나는 이 시대가 잊어갈 그것들을 휴머니즘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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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6-03-1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3패를 한 날 저녁, 지금 이세돌의 내면은 어떠할까,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뷰리플말미잘 님이 아주 적절히 표현해 주셨구먼요. 그나저나 대략 5년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를 보면 공연히 가슴이 뛴 적이 있었는데, 어쩌다 인생이 참....

뷰리풀말미잘 2016-03-13 19:50   좋아요 0 | URL
한수철님 오늘 대국 보셨습니까? 저는 다섯시간 동안 꼼짝없이 TV앞에 있었는데요. 히히 세상 살고 볼 일이에요! 오랜만에 낮잠도 자고. 아주 기분이 좋은 주말 저녁이네요. 안철수는 넘나 안타깝게 되었죠. 지금은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한수철 2016-03-14 00:32   좋아요 0 | URL
직접 보진 못했고, 도처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저도 기분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 경기는 혹여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중심 잡고 볼 생각입니더!

그나저나,

페이퍼를 자주 좀 올려 주십시오. 저는 님 글 팬인거든요. 헤헤.....

뷰리풀말미잘 2016-03-14 12:38   좋아요 0 | URL
설마 내일 한국전쟁이 일어나진 않겠죠?
제가 게으르긴 하지만 개나 말의 힘이라도 다해 보겠습니다.
저는 지인과 한수철님 얘기를 하곤 합니다. 여기 괴물 같은 아바타가 있다고.

무해한모리군 2016-03-14 11:42   좋아요 0 | URL
한수철님 저도 지인과 한수철님 얘기를 가끔 합니다 ㅎ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16-03-15 10:33   좋아요 0 | URL
저는 한수철님 목각인형도 가지고 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6-03-1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뷰티풀한 말미잘님
글과 제목이 이렇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글은 모처럼 읽어보네요 ^^

분함을 모르는 인간은 이세돌처럼 최고가 될 수 없겠지요. 저는 할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셔서 같이 한번 둬볼까하고 초중고 내내 특별활동을 바둑으로 했는데 전혀 재밌지가 않았어요. 바둑 장기 당구 뭐하나 재밌지도 않고 이기고 싶지도 않고 제대로 배워지지가 않아서 신비하네요 바둑두는 칠세 소년들이라니.

주말에 정의당에 공보물 풀칠하러 갔어요. 예비후보 공보물인데 후보단일화가 되면 출마가 될런지 모르니 어쩌면 우리 정책을 알릴 수 있는 마지막 홍보물이라고 생각하니 울컥하기도 하고. 나이많은 남자분들과 함께 묵묵히 풀칠을 하니 특별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에 살던 관악구나 서대문구는 청년들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노조활동하셨던 분들이랑 변호사분들이셨어요. 흔히 말하는 486이신분들.

한번이라도 이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저처럼 맨날 지는 쪽에 쭉있어온 사람이랑 다르겠죠. 이겨본 경험을 안고 쭉 지는 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 똥통에 빠진 친구를 빼내려고 기꺼이 똥통에 들어오는 좋은 사람들. 아 너무 길고 쓸데없는 답글이네요.

저는 자동문에 머리가 껴서 죽을거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어요. 볕들날 없을거 같고, 쭉 신경쓰이게 꿈틀거려주마 뭐 이런...

뷰리풀말미잘 2016-03-15 10:31   좋아요 0 | URL
저도 모리님 같은 손녀가 있으면 좋겠네요. 할아버지와 바둑을 두려고 그 지루한 걸 그 오랜 시간동안 하셨다니. 바둑은 수담이라고 하잖아요. 손으로 나누는 대화인데, 바둑판을 매개로 할아버지랑 오래 대화를 하신 거겠죠.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풀칠을 하셨군요. 지나가며 보는 벽보가 그런 정성으로 붙는 것인지 몰랐습니다.곧 투푯날이 돌아오고 있네요. 저는 정당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지지하는 정당도 없지만 이번만큼은 시간과 여유가 허락하는 한, 정책을 검토해 보고 가급적 투표를 할 생각이고요. 휘모리님이 지지하시는 당은 특별히 꼼꼼히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마지막 문장 읽고 웃었어요. 사후 경련을 연상했는데 그런 의미로 쓰신 건 아니겠죠?

무해한모리군 2016-03-15 13:13   좋아요 0 | URL
풀칠은 예비후보자공보물 봉투에 했어요 ㅎㅎㅎㅎ 저도 선거지원 많이해봤는데 홍보물 라벨링이랑 풀칠은 처음해봤네요.

솔직히 정의당에 당성이 전혀 없지만, 저는 일단 진보정당 살림도 어려우니 적을 둔다는 주의입니다.

지렁이가 발에 밟혀서 꿈틀거리는 걸 생각했어요. 죽겠지만 밟은 놈도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아니군, 알파고는 기분 나쁘지 않겠군)

저 승진 누락되서 오늘 기분이 바닥이네요. 아... 애놓고 오개월만에 복귀했는데, 슬픕니다... 슬퍼요. 그만 둘때가 정말 되었나봐요.

2016-03-1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뇨리따 2016-03-2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티백을 만든 것도, 알파고를 만든 것도, 애초에 과학이란 이름으로 우주의 진실을 밝혀나가기 시작한것도 인간이었죠. 이제 남은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상당부분은 그들의 몫이 되었을런지 몰라도, 후에 10번의 우주가 태어나고 사라진다 해도 `성경`과 `최후의 질문` 같은 문학은 창조해내지 못할겁니다. 예술은 `영원히` 인간의 몫이겠죠. 완성은 있어도 완벽은 없는 이 세계야 말로 끊임없는 휴머니즘의 원천일것이라..

최후의 질문은 처음 봤을때 아주 잘 훈련된 펀치에 턱을 정확하게 연타로 적중당한 느낌 이었죠. 혹자들이 말하는 뒤통수를 후두려 맞은것 같은 충격. 마지막 구절의 인용구가 뇌진탕을 일으켰어요. 잘은 몰라도 아시모프는 `미친놈`이 분명하다는 걸 깨달았죠. 저처럼 과학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고, 신은 쥐뿔도 믿어본적이 없는 불경한 놈이 이정도의 충격이었을 것인데.. 과학자들과 신자들, 혹은 박식한 크리스쳔인 말미잘께서 받았을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요?

이걸 과연 문학의 범주에 놓아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자꾸들어요. 그의 작품은 대표작만 몇개 간신히 읽어본 수준이지만, 에술가의 재능이 작품마다 소모된다고 전제하면, 그 재능의 9할을 최후의 질문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1할의 재능을 나눠서 창작했다고 느낄정도로요. 물론 기본적으로 그만큼 비범한 작가였다는 의미지만 `최후의 질문`은 조금 궤를 달리하는..

그렇잖아요? 보통 사람에게는 상식의 범주라는게 있고, 이걸 조금씩 벗어나는 예술가들을 창조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인간은 그 작품을 통해서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 아니라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 기행과 파격을 벌였어요. 과학을 소재로 글을 쓰면서 클라이맥스에 성경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고, 과학과 끊임없이 대립해온 구절을 인용하더니만, booyah!!!! 과학을 과학적으로 부정하고-그게 공상이라도- 뻔뻔하게 신성모독을 하는 동시에 싸움을 멈출줄 모르던 이 둘을 공존시키는 담대함. 이런 말도안되는 모순. 그러나 그런 파격을 떠난 드라마틱 구도의 완성도. 흠잡을 데 없는 모순투성이라니, 볼때마다 전율을 느껴요.

애시당초 문장 자체에서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도 아닐뿐더러 `이걸` 문학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이 단편의 상징적 스케일이 비해, 다른 모든 문학이 너무 초라해져 버리는 느낌이예요. 라기 보다는 제가 초라해 진달까.. 아주 문학문학한 언어의 아름다움의 극치인 셰익스피어나 말미잘로 한참을 정화해줘야 했어요.
`그래, 이런게 문학적 재능이지. 아시모프는 뭔가 단단히 비틀린게 분명해.`

신을 인정한 동시에 신을 부정한 그에게 내린 재능은, 그의 관점에서 보면 누가 내려준 걸 까요.
그가 말한 신의 모태는 `인류` 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천재` 라는 수식을 붙이기 참으로 미묘해지는 작가이므로, 저는 그를 천재라 인정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미켈란젤로 같은게 천재죠. 가령 말미잘이라거나.. 다빈치 같은 탈인류 들이요. 그들의 종교적 공헌을 보세요. 내가 신이어도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란 이런 것들이지, 저 양반은 아닙니다.

아 글쎄, 아니라니까요!

뷰리풀말미잘 2016-03-23 13:21   좋아요 0 | URL
예술은 영원히 인간의 몫일 거라고요? 이것보세요 세뇨리따님. 오늘 뉴스입니다.
http://media.daum.net/digital/all/newsview?newsid=20160323030747035&RIGHT_HOT=R43

AI포비아라고 막 비웃고 그러는데 AI포비아가 없는 자들을 더 비웃고 싶어요. 인공지능이 완성되면, 그것이 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매우 파괴적인 존재입니다. 개체 하나가 살육해 잡아먹는 수십 수백 마리의 닭, 소, 돼지. 심지어 먹을 뿐 아니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에 가두고 끔찍한 고문을 가하죠. 단지 혀 끝의 만족감을 위해서!

양계장에 가보셨나요? 손바닥 만 한 우리 하나에 닭을 여섯 일곱 마리씩 넣어놔요. 딱 세 마리가 들어가면 꽉 차는 우리에 일곱 마리가 바글거리려니 몸을 이층 삼층으로 겹쳐야 가능하죠. 윗 녀석은 아랫 녀석 머리에 똥을 쌉니다. 대항해시대 노예무역선은 댈 것도 아니에요. 그런 케이지가 아파트 3층 높이로 100미터씩 쌓여있거든요. 그 케이지 골목은 전체 공장 골목의 100분의 1정도 되죠. 거기에서 부산 시민들이 먹는 달걀의 20%가 나와요. 그리고 달걀의 양보다 더 거대한 분노의 에너지도 나오고 있을겁니다. (전 예전에 틱낫한이 육식을 금하자며 이 비슷한 얘기 할 때 웃었어요.)

어쨌든 그 양계장 사장님이 저한테 계란 한판을 선물해 주셨어요. 저는 비위가 좋아서 그걸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다음날 달걀을 해 먹으려고 후라이팬에 하나를 깠는데 오, 로똔가? 노른자가 두개더군요. 다음날도 하나를 깠는데 또! (약간 쎄 했습니다.) 그 다음날도 두 개. 받아본 중 가장 인상 깊은 선물이었고, 왠지 욕지기가 치밀어서 먹는 걸 관뒀습니다. 전 엄청나게 비위가 좋은데도 말이죠.

돼지 사육장은 사정이 더 심각해요. 소도 마찬가지죠. 평생 우유를 빨리다가 죽기 전 처음으로 케이지에서 나온 소가 펄쩍펄쩍 뛰는 동영상 보셨나요? AI는 인간을 절멸시킬 겁니다. 종의 보존과 다양성을 위해 일부만 남기겠죠. AI가 자동문에 제 머리를 끼워넣고 CCTV로 제 엉덩짝을 내려다보며 ˝네가 죽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라고 할 때, 저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어요. 반대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 제가 AI라도 인류를 절멸시킬 겁니다. 스티븐 호킹도 그렇게 생각하더군요. 파괴적이고 무능한데 더럽기까지 하다니. 잘해 봐야 멋진 집에 우글거리는 바퀴벌레 정도 취급하겠죠. 우리가 AI를 친숙하게 생각한다면 필시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일 텐데, 헐리우드 SF가 우리에게 국뽕 (그것도 미제) 말고 준 게 뭐가 더 있었던가요. 환상은 깨는게 바람직합니다.

말씀하셨듯, 멀티백과 알파고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이제 우리는 끝장이에요. 이 미완성과 불완전의 세계는, 휴머니즘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것이 오겠죠. 우리가 네안네르탈인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듯 말입니다. 그것이 지구 역사의 궤적이에요. 끝장이라고요!!

무식하군 2016-03-2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고나 말하세요 시장 가서 계란 파는 가게 가서 쌍계란 특란으로 달라고 하면 쌍알만 들어있는 계란판을 준답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쌍란인지 아냐고요 쌍란은 양쪽 모두 뾰족하거든요 그래서 양계업자는 계란 고를 때 쌍란은 따로 보관합니다 더 비싸게 팔고요 그건 이상해서가 아니라요 그 분은 님에게 호의를 보내신 거예요 뭘 알고나 말을 해야지

뷰리풀말미잘 2016-03-23 21:42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제가 고등학교를 못나와서..

물론 호의죠. 호의는 고맙게 생각합니다만, 쌍계란 특란을 한 판씩 모아놓고 파는게 자연스럽지는 않아보인다는 거예요. 축우 농가에 가 보면 특등급 한우라고 파는거 등짝에 기름주사 놓습디다. 그거 도축해서 놓고 마블링이 어떻고 저떻고 하죠. 소 등짝에 커다란 주삿바늘 쿡쿡 찔러대는 거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에요. 소가 막 울거든요. 아, 전에 호주에 살았는데 마트를 가 보면 계란값이 천차만별이더군요. 품질은 똑같죠. 당연히 늘 제일 싼걸 사먹었는데 브랜드 네임이 괴상하게도 cage egg였습니다. 닭공장에서 뽑아낸 달걀이란 거였죠. 나중엔 알고서도 사먹었는데, 닭공장에 가 보고 나서 그게 왜 싼가 알았습니다. 닭의 고통으로 돈을 아끼고 있었던 거였어요. 노른자가 두개나 들어있는 달걀을 만들려고 닭은 더 고통스러웠겠죠. 뭐 그렇단 얘깁니다. 제가 지금까지 먹은 계란의 수를 헤아려 보건대, 저는 같은 짓을 당해도, 별 할 말은 없을 거 같아요.

쌍란은 양쪽 모두 뾰족하군요. 유추해 보면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생각이 미치지 않았네요.

무식하군 2016-04-06 13:0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위안부 합의 때 돈 적게 받았다고 화를 내던 님 모습을 보며 웃었어요. 좀 무식하신 거 같아요. 앞으로는 계란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뷰리풀말미잘 2016-04-06 18:17   좋아요 0 | URL
아.. 네.. 뭐.. 계란은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기억해야 할 죽음이 많아지는 일인가. 올해만 신영복을 보냈고, 움베르토 에코를 보냈다. 필자들의 망령으로 휩싸여가는 책꽂이를 보며, 늙지 않는 나도 늙어가는 쓸쓸함을 짐작한다.

 

만약, 세상에 나의 서재만이 남았고, 신이 나를 미워해 불이라도 낸다면, 맨 먼저 품을 책은 장미의 이름이다. 거룩한 그레고리오 성가의 단성 음률이 궁륭을 울리고, 성서를 필사하는 수사들의 펜촉 소리만 사각거리는 이태리 어느 수도원. 피비린내는 무슨 연유일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수상쩍은 죽음들. 그 비밀은 오래된 장서관에 있었으니, 아드소와 숨 죽여 회랑을 걸을 때 문자향은 더욱 아득했다. 이 아름다운 도서관을 지은이는 고집스런 맹인 소설가였으되, 숨결을 불어넣은 이는 구라파의 현자였구나.

 

침대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밤을 새운 건, 스무 살의 어느 날. 이 소설을 읽고, 중세역사로, 기호학으로, 철학으로, 신학으로 생각을 틔워나갔다. 시절 모를 나의 지학(志學)이었으리라. 나는 공자의 이 말을 마음에 서재를 만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늦게나마 에코를 읽고 소박한 책꽂이를 채우기 시작했으니, 그는 나의 선생이었다. 한양의 추사가 연경의 담계를 사모했듯, 나는 그를 사모했노라.

 

2015. 2. 19 바벨의 도서관으로, Umberto 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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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닥을 두드렸다. 울림도, 진동도 없는 대리석의 단단함이 손가락 마디로 느껴졌다. 나는 석공처럼 바닥에 엎드려 돌 틈에 낀 때를 날로 갈아냈다. 날이 모든 모서리를 긁어내는데 한 나절이 걸렸고, 바닥은 무결해졌다. 다만, 오래 된 사이를 정돈하고 싶었다.

 

이사한 첫 날, 창틀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냉기를 탐색했다. 아르곤 가스를 꽉 채운 창틈으로는 차가운 기운이 끼쳐오지 않았다. 비를 온전히 막아주는 사이 없는 천장, 기온이 치고 들어올 틈 없는 사방이 고맙다.

 

 

#. 2

 

전에 살던 대저택은 비가 샜다. 봄에 옥상에 올라가 크랙을 메꾸고 우레탄을 발라 방수작업을 해 놓고도 여름을 노심초사했다. 침대에 누울 때 마다 천장 합판이 삭아 뚫린 작은 틈이 심난했다.

 

균열은 불안을 자극한다. 그 날, 사고는 내 의식의 빈틈을 노렸고, 이후로 나는 학대당한 개처럼 틈을 두려워한다. 시간의 틈, 언어의 틈, 공간의 틈. 새카맣게 입을 벌린 불가해성 앞에서 내 땀구멍은 축축하게 젖는다.

 

의식의 공백이 불안해 술을 먹지 않게 되었고, 행간을 방황할 의미가 걱정스러워 글을 쓰지 않게 된 것은 오래 된 일. 문을 잠가 나의 영역과 세계의 틈을 봉인하고, 이어플러그를 꽃아 귀와 공간의 틈을 없애고, 안대를 써 시선과 세계의 틈을 닫은 뒤에야 나는 잔다.

 

 

#. 3

 

의사가 뭐래?

 

.

 

.

 

아버지는 입술을 닫아 소리를 두 갈래로 나눴다. 몸 바깥으로 퍼져나간 음성이 휑한 거실을 빽빽한 밀도로 채웠다. 미음으로 끝나는 울림소리의 일부는 그의 안쪽으로 무겁게 파고들었을 것이다. 나는 울림소리를 다시 울림소리로 받았고, 두 울림소리는 거의 간격 없이 공명했다. 과묵한 자들의 가히 수다스러운 침묵이 이어졌다.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 몇 번 하면 돼.

 

이후의 말들은 꽉 막힌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안으로 침잠했다. 나는 속에 더께처럼 내려앉은 말들이 답답해 내 방으로 돌아왔다. 비는 안에서 내렸다. 단단한 벽과 아르곤 창 내부로 우물처럼 고였다. 무결한 사방이, 안대와 이어플러그가 막아주지 못하는 빗물에, 나는 밤새 젖었다.

 

 

#. 4

 

열세 번인가, 열네 번째 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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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512281545243&sec_id=562901&pt=nv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 아베는 사과했다. 전례 없이 일본 정부는 책임을 언급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결단을 내린 일본정부와, 타협을 이끌어 낸 한국 정부 모두에게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기분, 이었는데


셈이 좀 이상하다.

 


#. 1

 

먼저,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자. 나는 친일파다. 매년 일본의 각종 신사를 참배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으면 훌륭한 일제 앞잡이가 되었을 거라는 얘기를, 루리로부터 자주 듣는다. 겸허히 동의하는 바이며, 이후 전개할 계산은 다소 일본의 국익에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추정하거나 가치 판단한 내용에 대해서는 양심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

 

하는 김에 용어도. ‘위안부’, ‘섹스 슬레이브’, ‘정신대중에서 위안부를 선택한다. 정신대는 틀린 말이고, 섹스 슬레이브는 폭력적이다. 위안부는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나 나는 폭력적인 언어를 싫어한다. 폭력은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며 핵심이기도 하므로.



#. 2

 

팩트는 간단하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며 10억 엔을 위안부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하자면 "1993년 일본이 고노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한국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본 정부의 출연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의 성격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언론은 디테일을 보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20161228일 기준, ‘10억 엔은 한화로 966,990만 원이다.

 

‘10억 엔이 아니라, 10조 엔을 잘못 썼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위안부 강제 동원자들의 임금을 따져보자.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에 30명에서 100명 이상의 일본군을 상대했다. 물론, 증언일 뿐, 증거는 없다. 하긴, 사람이 어떻게 하루에 30100번의 행위를 할 수 있겠나. 합리적인 선에서 5번으로 보자.

 

2. 회당 비용은 싯가를 고려해 10만원으로 본다. (물론 회당 10만원을 받고 지속적으로 특수강간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쨌든.)

 

3. 날을 가리지 않고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증언도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기각한다. 인간의 휴머니즘에 걸고, 일본군이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은 지녔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안부의 노동은 주 5, 각종 공휴일과 연차휴가를 포함하여 월 20일로 산정한다.

 

4. 계산.

1* 10만원 * 5= 1, 50만원.

50만원 * 20= 1,000만원.

1000만원 * 3(36개월) = 36천만 원.

 

5. 일본 정부는 임금을 체납했다. 얼마나? 1945년에서 2015년까지 70년간. 840개월이다. (피해자들이 각각 위안부에서 풀려난 날 부터가 맞는 계산이지만, 나는 친일파니까 일본에 우호적으로 추정한다.)

 

6. 연이율은 약소하게 5%로 보자. 고성장 시기, 10퍼센트 대의 고금리가 판치던 시대도 있었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더 큰 돈을 벌었겠으나, 대상자들이 자산운용에 무능하다고, 그래서 주구장창 은행에만 돈을 넣어놨다고 가정하자.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참고하려 했으나, 2001년부터나 통계를 제공한다. 사실 무능은 이게 무능이다.)

 

36천만 원에 복리이자 5%를 적용해 70년간 묵힌다면, 세후이자는(물론 세금은 떼야지.) 인당 9,708,010,544. 만기 지급액은 10,068,010,544원이다.


여기에 집계된 위안부 피해자의 수 237명을 곱하면.


=2386118498928


이것이 약소하나마 일본 정부가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할 최소한의 액수다.

 

그런데, 96억 원이라. 그럼 나머지는 어디 간 거지? 10조 엔의 오타라는 나의 가설이 맞다고 해도 무려 23770억 원이 빈다. , 역시 10조 엔이 아니라 ‘100'엔의 오타였던 걸까.



#. 3


위안부를 키워드로 놓고 뉴스를 검색하면, ‘위안부 타결이라는 제목이 뜬다. '타결'위안부’,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위하는 생각 없는 것 같다."



#. 4


마침, 1228일이다. 연말에 졸속으로 타결을 이끌어 낸 꼴을 보니 올해, 이룬 업적이 변변치 않으신가. 내년에도 정치권엔 별 다른 희망을 갖지 않으려 한다. 희망은 늘 그만한 절망을 동시에 내재하므로.


병신년(丙申年)이다.



#.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08081281&isYeonhapFlash=Y

 

기시다 외상은 회견 후 청와대를 방문, 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또 공동회견 후 일본 취재진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법적책임 문제에 대해 "법적입장(최종 해결됐다)는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면서 일본 정부 예산 출연에 대해서도 "배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물론 배상이 아니다. 어쩐지 금액이 말도 안 되게 작더라니. 그런데 그렇다면, 타결도 아니다.


관련된 외교부 공무원들과 행정부 고위공직자들과, 함부로 나불거리는 기레기들 임금을 몽땅 차압하고, 매일 가혹하게 3년간 고문을 가한 뒤, 70년 후 1000분의 1쯤 되는 액수를 기금인가 뭔가를 조성해 생색내면서, ", 이제 타결되었다." 라고 말하면 유희남 할머니처럼 정부가 하신대로 따라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7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도를 닦아 해탈에 이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모든 외교적 자산을 동원해 노력을 경주했다"면서 "책임 인정, 사죄, 일본의 책임조치라는 3대 요소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일본 측이 제시했던 이른바 '사사에 안'보다 진전된 결과라는 평가로 해석된다.


늘 궁금했는데, 이런 기사에서 평가로 해석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이제, 두려운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극히 당연한 반발을 돈독 오른 노인네들이라고 평가로 해석하려는 발상이다.

 

마음껏 평가와 해석의 자유를 누리시라. , 책임을 다 한 후에 말이다. 그것이 자유에 대한 도의라고 배우지 않았던가2조 3770 남았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순간에도 물가는 오르고 있으며, 복리이자는 꼬박꼬박 붙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 쉴때 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역사적 저금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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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8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내 골치아픈 이 문제를 털어버리려는 심산이었겠죠. 누구라도 알겠지만.
박정희 정권 때도 그렇고 왜 이 문제가 박근혜 정부 때 또 이런 식으로 타결될 수밖에 없는가 참...

뷰리풀말미잘 2015-12-29 09:31   좋아요 1 | URL
다 털고, 업적입네 하겠죠. 아무리 털어버리려 해도 털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결코 털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쉽게 털어버리고 있어요.

Mephistopheles 2015-12-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병신년이 안왔건만...벌써부터 병신년스럽네요. 리허설인가요..??

병신년을 쭉 살펴보면......그때의 국가 원수가 이승만, 선조가 있더군요...아하하...

이분들은 국가원수의 자리에서 나라와 국민을 버리고 ˝토˝끼셨던 분들이죠..

뷰리풀말미잘 2015-12-29 13:10   좋아요 0 | URL
네, 이름처럼 험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무식하군 2016-04-0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일파시군요. 그럼 님은 쪽바리인가요?

뷰리풀말미잘 2016-04-06 17:37   좋아요 0 | URL
.. 친일파는 맞는데 쪽바리는 아니에요. 쪽바리면 굳이 친일파일 필요가 있나요. 대체로 디폴트가 친일일텐데.

세뇨리따 2016-05-13 09: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쪽바리면 디폴트가 친일이겠네요 ㅋㅋㅋㅋ, 하 이다지도 신랄한... 이분 자주좀 오셧으면 좋겠네요. 우문 현답은 언제봐도 전율돋는 레파토리니까요

뷰리풀말미잘 2016-05-13 10:19   좋아요 0 | URL
일부러 어그로 끄시는 것 같아요. ㅎㅎ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5110513400709330&type=1&outlink=1



-아이유 동녘 사태 봤나요? [오전 10:03]


-, 뭐 제제가 어쩌고? [오전 10:05]


-네 엄청나네요;; [오전 10:08]

-출판사 페북이 기사화되고 [오전 10:08]

 

-출판사 페북 글 봤엉. [오후 14:21]

-봤엉? ㅋㅋ [오후 14:21]

-물론 아이유와 그녀의 노래가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엉. [오후 14:21]

-얌전하게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도발적일 수 있다는 거 알앙. [오후 14:21]

-하지만 난 뮤비보다 더 불온한 것은 해석을 독점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행. [오후 14:21]

-비트겐슈타인이 그랬죠. 책은 쓰인 부분과 쓰이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 컨텍스트에 기대 제제가 어떤 애라고 해석하는 게 반칙은 아니지. [오후 14:22]

-상업적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소설이 아닌가[오후 14:22]

-일기인가? [오후 14:22]

-동녁출판사는 그 책 팔아서 돈 안 벌었나? [오후 14:22]

-모르긴 몰라도 저 포스팅, 돈 조금 더 벌기 위한 수단이 1%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나? [오후 14:23]

-저는 로리타 취향 아니에요. 하지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불타 없어져야 될 책인가요? [오후 14:23]

-최초의 영화로 꼽히는 영화는 100년도 더 된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이라고 하죠. 그 영화 첨 나왔을 때 사람들이 진짜 기차가 덮쳐온다고 착각하고 난동을 부렸대요. 그 노이즈 자글자글한 저해상도 그래픽을 현실로 여긴 거죠. 같은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네요못난 해석도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오후 14:23]

-어줍잖게 해석을 독점하는 건 박근혜로 충분하다! [오후 14:23]

-이것이 그 쪼꼬만 미시 파시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입장입니다. [오후 14:23]

 

-그러고보니 나는 저 책을 안읽었네.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이 제제이면서도 안읽었어 [오후 14:30]

 

-대박이네. [오후 14:35]

-말미잘일줄 알았는데 제제였다니 [오후 14:35]

-아이유 죽여버려. [오후 14:35]

-생각 바뀜. [오후 14: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잘못했다 내가 [오후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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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2015-11-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재밌는 모순은
로리타 컴플렉스는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인 반면에, 그 어원이 된
<로리타>의 문학적 가치와 비중은 `아동 포르노 소설 이라는 고약한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데도 문학계기 인정한다는 부분이죠.

예술에 선악관과 지고한 도덕적 관념이라는 기준을 내세운다는 것이 참 미련스럽다고도 생각했죠. 늘 건강한 것만 먹을수 없는 법이고, 건강한 것만 볼수 없는 법인데. 온천지에 중이요 비구니요, 형제 자매님들 뿐, 토픽은 늘 신이요 믿음이요 사랑이요 옳은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세상이라니.. 저는 1주일을 못살고 목을 메달았겠죠. 수급은 원초적 욕망이 난무하는 사파리의 어느 한 곳에..

전 예술에 대한 기대치가 많아서, 외설과 반항과 파격은 예술의 의무라고 늘 생각해 왔거든요. 사실 아이유의 작사는 소식을 들었을때의 기대치만큼 선정적이지도, 파격적이지도, 썩 대담할것도 없다는 감상이었어요. 제 기준에서 그녀는 좀 더 선구적일 필요도 있는데, 대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기호를 대는것은 대중의 몫이 맞지만, 그들은 늘 비판할 권리와 심판할 권리를 착각해요.
예술에 대한 가치의 판단은 대대로 시대의 몫이었는데 말이죠.

잠깐 이 세상에 왔다갈 뿐인 인생이
평생 세상에 남을 예술에 낙인을 찍는다니,
인간의 몫은 그저 창작할 뿐 인데요.

뷰리풀말미잘 2015-11-09 21:56   좋아요 0 | URL
#. 1
세뇨리따님♥

#. 2
‘금지를 금지한다’ 다시 피맺힌 절규라도 해야 할 판인가요. 도대체 어디서 온 애들인가 했는데 예전 아이유 꿀벅지 논쟁, 아이유-은혁 사태 당시 활약했던 역전의 용사들인 듯. 제가 이 분야를 잘 모르긴 하는데, 아이유는 가부장적 사회관습의 해악에 희생되는 대표적 아이돌이 아닌가 싶어요. ‘국민’ ‘여동생’이라니. 누구 맘대로? 그런 이유로 그녀의 허벅지와, 순결함(?)은 전 ‘국민 오빠’들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겠죠. 오늘날의 이 논란은 그런 시시껍쩍한 소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네요.

요컨대, 아이유 사태의 본질은 대중들의 삐뚤어진 욕망입니다. 그러나 아이유는, 우리가 회사에 우리의 영혼을 갖다 바치고 돈을 받아오듯, 자신의 성이건 뭐건 상품화 할 권리가 있는 성인입니다. 어설픈 예술이라도 마음껏 전개할 권리도 물론, 있고요. 음원 폐기 서명을 한다니. 세상에. 이러다 정말 음원이 폐기되기라도 하면, 사회학 연구자들이 좋아하겠네요.

#. 3
아주 웃기고들 계시더군요. 소재원이던가요. 요약하자면, ‘으윽.. 로리, 로리만은 안돼.’ 네, 물론 로리는 안 되죠. 최소한 현실에서는. 그들의 성은 어른들의 돈과 권력과 잔머리에 희생당할 소지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리에 대한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반칙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로리들의 성적 욕망은 어떻게 해야 되나, 걍 나 몰라라 하면서 그들에 대한 성적-사회적 억압기제가 계속 작동하도록 둬야 하는가. 또 하나의 은폐된 전선은 그들, 로리들의 파이팅에 걸어볼 수밖에요.)

무식한 순수함이랄까요, 아니면 순수한 무식함이랄까요. 말씀하셨듯, 대중들은 문학작품으로서 ‘로리타’를 용인하면서 아이유의 쑈를 용인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전자가 훨씬 노골적이고 야한데 말입니다. 왜? 영상이 더 강렬하기 때문에? 다만 그들이 활자에 관심 없기 때문겠죠. 아마 그들이 옹알옹알 글을 읽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 분야에서 국방부 말고 또 하나의 강력한 적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나 많은 책들이 금서로 지정될까요. 얼마나 많은 장정일이 양산될까요. 로리타나 로리타가 성립하기 위해서 선행됐던 치열한 문화예술논쟁은 그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 겁니다.

#. 4
평론가 흉내 내면서 소품들이 어떻게 배치됐고, 핀업걸 자세가 어떻고 주절대는 모습이 징그럽습니다. 그들이 정말 흉내 내고 싶어 하는 것은 평론이 아니라 평론가들의 권위주의겠지요.

십년도 더 전에 김어준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주요한 두 개의 코드는 레드 콤플렉스와 핑크 콤플렉스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맞는 말인 듯. 그리고 그 분석이 적용되던 그 시절보다 한 치도 나아진 게 없네요. 성부는 이 땅에 다시 육화하셔서 빨갱이와 아닌자를 심판하고 계시고, 핑크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문화적 보수주의는 뭐, 아시다시피.

레이디 가가? 걔가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면 안 됐을 거에요. 아마.. 그게 우리나라 텔레비전이 이토록 재미가 없는 이유겠죠.

#. 5
잘 지내고 계세요?

2015-11-10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5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