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역사가 ‘모두가 다 잘사는’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간다는 관념은 ‘지금, 여기’는 물론, 이전의 모든 시대를 과도기요 이행기로 간주하는 사유를 낳게 된다. 이거야말로 소외의 극치가 아닐까. 스티븐 호킹이 말했듯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 우주의 끝을 향해 가다 보면 결국 자신이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자신이 선 자리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 것뿐이다. 역사적 실천의 원리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해방의 공간으로 전환시 99 키는 것ㅡ이보다 더 혁명적인 실천은 없다!
개인의 경우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사주팔자를 뽑아 보면 오행상 어느 쪽으로든 다 기울어져 있다. 심한 경우 한 오행이 고립이거나 아니면 아예 없기도 하다. 한두 개의 오행만으로 된 경우도 있다.(윽!) 고스톱으로 치면 한두 종류의 패만 들어온 셈이다. 그럼 판을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좀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또 패가 골고루 들어온 경우에는 누릴 수 없는 스릴이 있다. 그 스릴이 오히려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불급의 극단인 고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고립은 다른 오행에 가로막혀서 순환이 불가능한 경우다. 하지만 그 카드는 존재의 무게중심이 된다. 엉? 어떻게?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손가락이건 발톱이건(자식이 깊은 병이 들면 그 자식을 인생의 축으로 삼는 부모가 그런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그 카드들이 야기하는 파장은 크다. 즉, 가장 문제적인 곳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구원처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문제와 사건의 중심이 된 건 다른 일곱 개의 카드 때문이다. 즉, 그것 자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카드와의 관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카드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이것만 쏙 뽑아 버리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무지의 산물이다. 만약 어떤 비책을 동원하여 그것을 제거해 버린다면 그 순간, 나머지 일곱 개의 카드도 다 위치를 바꾸어 버릴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카드가 고립이나 태과에 처하게 될 게 뻔하지 않은가. - P98

팔자가 차별상이 되는 건 어디까지나 사회적 조건과 통념으로 인해서다. 무엇보다 ‘부귀는 당연히 누리고 빈천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욕망이 가장 큰 장벽이다. 원초적 간극에다 이런 식의 탐욕이 중첩되면서 차별이 이중 삼중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찰하지 못하면 마치 모든 차별상이 타고난 운명 탓이거나 아니면 외적 조건 탓이라는 전도가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한편으론 자신의 존재를 통째로 부정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운명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한마디로 태과불급을 더더욱 심화시키는 셈이다. 승가원 꼬마와는 정반대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 P101

그 이름도 섬뜩한 공망살도 그렇다. 공망(空亡)이란 천간의 짝이 없이 지지만 있는 오행을 말하는데, 예전에는 독수공방하는 살이라 여겨 아주 꺼렸지만 이것도 운용하기 나름이다. 때론 공망살이 훨씬 유리한 경우도 많다. 또 공망이 다른 오행과 충을 하면 엉뚱한 리듬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사항을 알게 되면 살에 대한 맹목적 거부감을 벗어날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살(殺)이 있어 행복해요!^^" 실제로 그렇다. 명리의 기초를 배우다 보면 처음엔 살이 있을까봐 겁내지만 나중엔 살이 없는 걸 좀 서운해한다. 살이 없으면 안정감(혹은 지루함)은 있겠지만 대신 삶의 역동성을 맛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상식적 통념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보다는 변화를 원한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9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면 뭘 하겠느냐고 물었다.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모험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인생이다. 변화는 고생스럽다. 하지만 그 속에서만이 ‘살 떨리는’(^^) ‘미친 존재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러니 살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걸 즐기는 훈련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 P108

모든 사람의 대운이 십 년마다 변한다는 건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인생또한 그러하다. 생리학적으로 몸을 이루는 세포들도 최소 7년이면 물갈이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주 다른 존재다. 그렇다면 대운이 달라진다는 건 외부적 조건이기도 하지만 내 113 존재의 주름 하나가 펼쳐지는 내부적 변용이기도 하다. 참 절묘하지 않은가. 하긴 생로병사는 늙고 병든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몸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주름을 펼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운의 변화 또한 존재가 밟아 가는 단계의 표현일 수 있다. 여덟 개의 카드 위에 겹쳐진 변화의 리듬, 그것이 곧 대운이다. (…)
대운을 주욱 뽑아 놓으면 자신이 밟아 갈 시공의 리듬이 한눈에 펼쳐진다. 거기에서 핵심은 상승과 하강의 변주다. 즉, 지금이 아주 만족스럽다면 분명 다음 혹은 다다음 단계는 반드시 불만족의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부와 권세를 누리는 경우라면 그 진폭은 더더욱 벌어질 것이다. 원국을 좋게 타고날 수는 있지만, 평생에 걸쳐 대운의 흐름이 계속 좋기란 불가능하다. 당연히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상승할 때는 더욱 몸을 낮추고, 하강할 때는 결코 낙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또 하나. 나의 리듬이 좋다고 해서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서로 대립되는 경우가 더 많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대신 누군가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내가 기운이 넘치는 대신 누군가는 지금 탈진하고 있을 것이다. 114 이것이 오면 저것이 가고, 저것이 생기면 이것이 사라진다. 공동체 생활을 해보면 그 점이 아주 확연히 드러난다. 작년에는 사건사고의 주역이었다가 올해는 사고를 수습하는 역할을 하고, 도무지 공부가 늘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어느 해가 되면 전혀 예상 밖의 성취를 이루고…… 이런 식의 변전이 실로 무쌍하게 벌어진다. 이걸 알면 누구든지 저절로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운이라는 것이 결국 ‘우주적 인연’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운에도 강밀도의 차이가 있다. 특히 아주 기운이 센 간지가 있다. 갑목, 자수, 진술축미 등이 그렇다. 이들은 오행 중에서도 시작점이나 변화의 마디를 짓는 글자들이기 때문에 이 대운이 들어서면 인생이 그야말로 크게 국면전환을 한다. 상상도 못한 일을 하거나 전혀 예측불가능했던 관계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위에 등장한 Y의 경우 병자(丙子)대운이 들어왔는데, 여기서 자수는 남편운이다. 거기다 해외역마까지 함께 들어섰으니 그야말로 기막히게 적중한 셈이다. C의 경우 갑신(甲申)대운이 들어왔는데 이걸 풀이하면 동료들과 조직운이 된다. P는 경진(庚辰) 대운이 들어왔다. 앞의 경우에 비해 115 서는 변화가 약한 편이지만, 진(辰)토 역시 환절기의 마디에 해당한다. 이처럼 셋 다 상식의 차원에선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명리상으론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를 겪은 셈이다. - P112

어린 시절의 경험을 생각해 보라. 당신이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 자신이 실제로 거기에 있는 듯이 보고 느끼고 나아가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것, 어쨌거나 당신은 당시에 실제로 거기에 있었다. 그렇지 116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그러나 여기에 깜짝 놀랄 일이 있다. 당신은 거기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당신의 몸에 있는 원자는 단 하나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거기에 없었다…… 물질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르며 순간적으로 모여서 당신이 된다. 따라서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을 구성하는 재료들은 당신이 아니다. 그것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쭈뼛 일어서게 하지 않는다면, 그럴 때까지 다시 읽어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이한음 옮김, 김영사, 2007, 570쪽)

머리카락이 쭈뼛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싹 소름이 돋는 건 사실이다. 내가 뭔가를 기억하는 순간, 나는 이미 그 기억 속의 내가 아니라니. 양자역학적으로 말하면, 나는 오직 지금, 여기만을 살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여기들이 무수히 모여 나라고 하는 것이 구성될 뿐이다. "‘나’의 정체성은 수많은 ‘너’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과정일 뿐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것"(『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89쪽)이다.
대운의 이치도 그와 다르지 않다. 지금의 너는 이전의 시공간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말해 주는 것이 바로 대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간 과거를 붙들고 그것에 끄달릴 이유가 없다. 과거의 어떤 상태를 자신의 진정한(혹은 순수한, 혹은 행복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한, 지금의 나는 늘 거기에 미달하거나 부족할 뿐이다. 그게 이어지다 보면 결국 나의 팔자는 온통 결핍으로 채워지고 만다. 117 대운이라는 강물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는데, 나의 의식의 물결은 어느 한 모퉁이에 들러붙어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식은 웅동이나 늪이 될 것이다.
대운을 알면 전략을 짜기 쉽다. 시절인연을 만나기 전에는 결코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이 잠수를 타야 하는 시기라면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면 되고, 잠수가 끝나고 막 떠오를 때라면 흥분할 필요 없이 여유있게 즐기면 된다. 물론 거기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통 일이 잘될 때는 대개 자기의 능력 덕분이라 여긴다. 그래서 자만심이 강해진다. 그리고 그런 식의 행운이 계속 뒤따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다가 대운이 바뀌어 만사가 막히게 되면 그때부터는 세상을 탓하기 시작한다.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하나같이 자신은 빠져 있다. 모든 것의 원인과 책임은 세상과 타인들의 몫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는 뜻인데, 따지고 보면 그게 더 심각한 일 아닌가.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곧 상처의 원천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팁 하나. 혹시 지금 실연을 당했으면 딱 5년만 기다리시라. 나를 버리고 간 그 사람의 연애도 5년 안에 끝장이 난다. 대운 10년은 천간과 지지로 5년씩 마디가 지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의 세운에 의해서도 완전 딴판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그 사이에 자기 자신도 전혀 다른 인연의 장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은근히 감사하게 될 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떠난 옛 연인에게. 그가 아니었다면 어떻 118 게 새로운 삶이 가능했겠는가. 더 나아가 누가 누구를 버리고 버림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서로 인연이 엇갈렸을 뿐임을,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진통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있을 수 없다. 원인도 주체도 없다. 다만 내 몸을 지배하는 시공간의 조건이 달라졌을 뿐이다. 요컨대, 모든 것은 지나간다. 대운이란 이 무상성의 이치를 깨우쳐 주는 명리학적 키워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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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문하에서 친구 사귀는 도리는
학문을 매개로 사귀고 친구의 인격을
고양시켜주는 관계가 되어야 하며
시장바닥의 사귐과는 다른 것이다
시장바닥의 친구관계는 서로 이익이 다하면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된다

마지막 구절인 ‘이진성로인’이 가슴에 묵직하게 남았다. 옛날에도 그랬었구나! 퇴계 선생이 친구 사귀는 법에서 가장 핵심으로 강조한 대목은 역시 ‘이문잉보인’이라는 대목이다. 학문을 매개로 해서 사귀고, 서로 인격을 도야하는 관계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 때문에 사귀지 말라는 것이다.
261 하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 사농공상의 서열이 아닌 세상이다. 상이 가장 위에 있는 세상이다. 한국사회는 재벌이 주인이고, 재벌이 양반이고, 재벌이 왕이다. 상은 무엇인가? 이끗과 돈을 추구하는 계층이다. 손해를 본다 싶으면 피눈물도 없이 사람을 버려야 하는 게 상의 정신이다. 피눈물이 있으면 사업 망한다. 이런 세상에서 학문과 인격도야를 매개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조선조 선비 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지금은 대부분 ‘이진성로인’의 관계이다. 그러니 친구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모두들 외로움을 느끼며 산다. 학문과 인격을 매개로 사귈 만한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우선 내 자신부터가 자본주의적 습관에 물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인간세계는 친구 맺기가 쉽지 않고 오직 말없는 자연과 청산이 친구가 되는 세상이다. 허교라! 허교도 쉽지 않다. 돈이 되면 허교하고 돈이 안 되면 절교를 정답으로 알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 P260

물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미국의 대학 도서관 앞에는 대부분 분수가 설치되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머리에서 열이 난다. 이 열을 식히라고 도서관 앞에 분수대가 있는 것이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물을 가까이 해야 한다. 그 물은 연못이나 호수가 될 수 있고, 강물과 바닷물도 해당된다. 대도시일수록 강이나 호수가 보이는 곳의 집값이 비싸다. 전망 값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물을 바라보면 알게 모르게 머리로 올라온 열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P277

중국의 오악 가운데 가장 바위 기세가 험한 산이 서악인 화산이다. 북한 284 산 인수봉 같은 화강암 바위 봉우리가 그보다 2~3배 높이로 쭉쭉 뻗어 있다고 보면 된다. 화산 밑에는 수련 장소로 유명한 도관이 하나 있다. 수공법(석 달씩 잠을 자면서 하는 수련)을 했다고 전해진 도사 진단이 공부했던 곳이다. 진단은 도가의 호흡법인 내단 수련 체계를 세운 장본인으로, 수공법은 그가 도통했음을 보여준다. 육신은 정신을 담는 그릇일 뿐, 한 번 잠이 들면 몇 달씩 깨어나지 않을 정도였다. - P283

돈을 쓰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적선이다. 적선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데쓰는 것이다. 쓰고 나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차원 높은 방식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무상보시’라고 부른다. 무상보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렵다. 우리나라 500년 된 명문가를 조사해보니 공통적인 가훈이 ‘적선지가필유여경’이었다. 적선을 많이 한 집에 경사가 있다는 뜻이다. 정말 있을까? 있다. 있으니까 500년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 자기 마음속의 무의식에 기억되고 저장된다. 사람이 죽어도, 육신이 없어져도 이 무의식은 다음 생으로 이월된다. 조상의 무의식 정보가 후손에게 유전자로 전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선을 많이 한 집안 자식들의 사주팔자가 좋다.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권력을 휘두르며 재물을 축적해놓은 사람들의 집안을 보면 손자 대에 이르러 그 많던 돈이 다 사라져 버린 경우를 여럿 봤다. 이상하게도 마가 낀다. 일이 될 만하다가 이상하게도 어떤 변수가 튀어나와 고춧가루를 뿌려 버린다. - P302

공부하는 학자가 큰돈을 바라면 학문이 무너진다. 이를 사주명리학에서는 ‘탐재괴인’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인은 도장이라는 의미이지만 과거에는 학문을 뜻했다. 그래서 학자는 부자에게 너무 붙어도 문제가 생긴다. 학자가 재벌.부자 옆에 장식품처럼 붙었다가 신세 망친 사람을 여러 명 보았다. 비자금 세탁하는 데 이용당하거나 명분 없는 일에 들러리 섰다가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재벌에게 달라붙으면 돈 좀 나올 줄 알고 100미터 전방에서부터 낮은 포복으로 기어들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착각이다. 재벌들은 피눈물도 없다. 절대로 후하게 돈 주는 법이 없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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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을 이야기할 때, 도대체 ‘행(行)’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는 쉽지 않다. 현대에는 잘 안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두암은 이를 왕래로 규정한다.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뜻으로 본다. 예를 들어 ‘은행(銀行)’이나 ‘양행(洋行)’처럼 돈이나 화물이 모였다 흩어지거나 또는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의미로 설명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하던 설명이다.

화기(火氣)라고 하는 것은 분산(分散)을 위주로 하는 기운이다. 모든 분산작용은 바로 화기의 성질을 반영하는 거울인 것이다. 우주의 모든 변화는 최초에는 목(木)의 형태로서 출발하지만 그 목기가 다하려고 할 때에 싹은 가지를 발하게 되는 것인즉, 그 기운의 변환을 가리켜서 화기의 계승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작용을 화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변화작용의 제2단계인 것이다. 그런데 화기가 분열하면서 자라나는 작용은 그 기반을 목에 두고 있는 것이므로 목이 정상적인 발전을 했을 때는 화기도 또한 정상적으로 발전을 하게 될 것이지만, 만일 목의 발전이 비정상적일 경우에는 화도 역시 불균형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99 이것은 비단 화기가 발전하는 경우에서뿐만이 아니라 목화토금수의 어느 것이 발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화(火)라는 것은 이와 같이 그 상(象)이나 본질이 목에서 분가(分家)한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것을 인생 일대에서 보면 청년기에 접어드는 때다. 그러므로 진용(眞勇)은 허세로 변해가기 시작하고 의욕은 차츰 정욕(情慾)에서 색욕(色慾)으로 변해가는 때인 것이다……. 색욕이라는 것은 내용에 대한 욕심이 아니고 외세에 대한 욕심이다. 왜 그렇게 되는가 하면 목의 경우는 이면에 응결되었던 양기(陽氣)가 오로지 외면(外面)을 향해서 머리를 든 정도였지만, 화기의 때에 이르게 되면 그것이 상당한 부분의 표면까지 분열하고 있으므로 그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관찰해보면 이것은 꽃이 피고 가지가 벌어지는 때인즉 이때는 만화방창(萬化方暢)한 아름다움의 위세를 최고도로 뽐내는 때이지만 그 내용은 이미 공허하기 시작하는 때인 것이다. 여름은 외형은 무성하지만 내면은 공허해지는 때이므로 생장의 역원(力源)은 끝나고 노쇠의 바탕이 시작되는 때다.
- 『우주변화의 원리』, 66~67쪽 - P98

여기서 보면 화(火)의 성질을 분산작용으로 규정한다. 그 분산작용이 인간의 욕망으로 나타나면 색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 색욕이 100 란 내용에 대한 욕심이 아니고 외세에 대한 욕심이다"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탁견이다. 색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바깥의 색깔이다. 색욕의 본질을 분석하면 바깥 색깔에 대한 욕심이다. 이것을 바로 화기의 작용이라고 본 것이다.
화기는 마음껏 발산하는 힘이다. 역대 어떤 도사가 이처럼 화기와 색욕을 이렇게 연결시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단 말인가! 이와 같이 분명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근래에 없었다. 한동석 선생의 통찰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나의 경험으로 보아도 사주에 화가 많은 사람은 기분파가 많다. 배짱이 맞으면 시원시원하게 ‘오케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화기가 많은 팔자들은 그날 처음 만났어도 이야기가 통하면 곧바로 호텔로 직행하는 경우도 보았다. - P99

"목기와 화기를 지닌 이의 기질이나 성격은 어떻게 보았습니까?"
"형님 지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목.화 기운이 되는 게 국가에 이롭다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목.화는 밖으로 분출하는 형이라서,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운이 밖으로 팽창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금.수는 수렴형이어서 안으로 저장하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내무부장관이나 중앙정보부장 같은 자리에는 금.수를 많이 가진 인물을 배치해야 하고, 상공부나 생산하는 분야에는 목.화를 많이 가진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금융분야는 토기(土氣)를 많이 가진 사람이 적당하다는 거죠. 금융은 양심적이고 공정해야 할 것 아닙니까. 토는 중립이어서 공정하죠. 이게 오행에 맞춘 인재 배치법이자 용병술이죠. 국가적인 차원의 인재 관리는 오행을 참고해야 한다는 게 형님 생각이었습니다." - P105

불가나 도가나 유가의 공부방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말이 ‘사지사지 귀신통지(思之思之 鬼神通之)’라는 말이다. ‘밤낮으로 생각해 게을리하지 않으면 활연(豁然)하게 깨닫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몽중일여(夢中一如, 꿈에서도 낮에 생각한 마음과 같음)가 바로 이 경지다. 조선 후기 유가의 도인이었던 이서구(李書九)가 『서경(書經)』 서문을 9천 번 읽어서 이름을 ‘서구(書九)’라고 지었다는 말이 전해져오고, 황진이 묘를 지나면서 ‘잔 잡아 권할 사람 없으니 이를 슬퍼하노라’고 절창을 읊었던 임백호(林白湖)가 속리산 정상의 암자에서 중용을 5천 번 읽고 나서 한 경지 보았다는 이야기는 모두 같은 맥락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한동석이 보여주었던 파워의 진원지는 『황제내경』 일만 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노느니 염불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 P115

한국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 못할 고민을 정신과의사에게 가서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점쟁이를 찾아가서 속을 털어놓는다. 누군가에게 속을 털어놓아야 정신병에도 안 걸리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자살도 방지할 수 있다. 그 털어놓고 상의할 만한 최적의 상대가 바로 점쟁이, 역술가, 명리학자다. 점쟁이가 몇 만 원의 복채를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담료니까 그까짓 복채 몇 푼 너무 아까워하지 마라! 점쟁이도 공돈은 안 받는 셈이다. 점쟁이도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순기능도 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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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어스는 자신의 강한 신념을 흔들 수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며, 소소한 오류가 있어도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런 추진력과 결단력이 경금을 닮았다.

2 구조화
그런 의지가 지속되려면 단단한 관념적 구조가 존재해야 한다. (…) 즉, 경금은 자기의 세계 172 를 구조화하려 한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해석할 때 구조화된 프레임을 갖추고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자기 세계를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명분과 원칙 그리고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 확신이 없으면 구조적 프레임은 금방 흔들리고 말 테니까. - P171

열매가 나무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가을의 혁명이다. 혁명은 분리다.
경금은 혁명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조망하며, 거대하고 보편적인 모순을 알기에 전복하면 좋은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하지만 삶은 여기서부터다. 어쩌면 혁명의 순간이 가장 위험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것이 전복된 자리엔 새로운 도그마의 축대가 건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 P173

하지만 모든 신념이 다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기존의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자기가 만든 구조에 갇혀 독선적이고 지루한 논리를 반복하게 된다. - P173

전쟁이 끝나면 모피어스의 명분은 사라져야 하는 것처럼, 이제 기존의 구호는 통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서는 한 번 쓴 전법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루한 신념과 오래된 가치는 삶을 추동시키지 못한다. 일상의 의욕은 젓가락질처럼 능란한 기술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에 대한 서툰 도전에서 나온다. 그것이 훨씬 실리적인 전략이다.

5승부욕
경금의 집중력은 승부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경금은 경쟁과 승부가 있는 곳에서 집중력과 실력이 높아진다. (…) 하지만 일과 공부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그런 경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와의 대결이다. 표층에서 활보하던 사유가 얼마나 심연으로 내려갈 수 있을지, 또는 견고한 사유의 구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건 승부욕으로 실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구도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6동료애
경금은 융통성이 부족하다. 단단한 금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사귀지 못한다. 비판적이고 비타협적인 면도 사교적인 성향의 방해 요소가 된다. 하지만 약한 사교 능력 대신 소수의 사람들과 강한 동료애를 형성한다. - P174

임수의 기호
바다, 강, 큰 물
선택적 포용 : 거친 흐름, 거친 유동성, 폭넓은 대인관계, 느긋함, 음흉, 되받아침
교감과 과감한 도전 : 즉흥적, 시행착오
자기 통제 : 통제 조건, 사명감, 즐거움, 지구력
유연한 리더십 : 약한 거부감, 급류

수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되, 계수보다 거칠게 흘러가며 물의 지혜, 술수, 휴식의 이미지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넓게 흐르는 물이라 계수보다 더 여유가 있고, 계수보다는 무겁고 우울한 감정에 잘 빠지지 않는 편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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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보고 병을 미리 아는 원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리 인체의 주요 장기는 오장(五臟)이다. 이 오장은 오행과 연결되어 있어서, 어떤 오행이 그 사람의 사주팔자에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거기에 해당하는 장부에 이상이 생긴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팔자에 화 93 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죽을 때 다른 이유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목이 과불급이면 간장에 이상이 생기고, 토가 과불급이면 위장 계통에 이상이 발생하며, 금이 과불급이면 폐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수가 과불급이면 신장에 이상이 생긴다고 본다. - P92

사주 책에 보면 (중략) 일간이 경신(庚申)일이고 가을이나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술이 몸에 받는다. 사주가 냉한데다가 알코올이 들어가면 몸을 덥게 하기 때문에 적당한 음주는 몸에 아주 좋다.

물론 사주 따라서 반드시 그 병에 걸린다고 100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 P93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여의주를 하나 가지면 사주.풍수.한의학을 하나로 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시스템적 사고’다. 이걸 건드리면 저것이 움직인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물코와 같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이것이 동양사상의 특징이다. 그래서 동양사상을 아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연륜이 필요하며 흰머리가 발생해야 한다. 전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체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선결문제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기본 전제의 이해다. 기본 전제가 되는 개념에 대한 파악이 확실해야 한다. - P94

특히나 해방 이후 세대는 한문보다 영어 공부에 더 치중한 세대다. 영어는 상업적인 언어여서 분명하다. 분명하지 않으면 계약에서 분쟁이 생기는데, 영어는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대로 한문은 매우 포괄적인 문자다.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할 여지가 많은 언어다. 영어와 같은 분명한 언어에 익숙해진 해방 이후 세대가 매우 다의적인 한문 세계에 들어가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오행과 같은 한자문화권의 핵심개념에 들어가면 그 당혹감은 더욱 가중된다. - P95

목화토금수라는 것은 ‘나무’나 ‘불’과 같은 자연형질 자체를 말하는 것 97 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목화토금수의 실체에는 형(形)과 질(質)의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행의 법칙인 목화토금수는 단순히 물질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요, 또는 상(象)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형이하와 형이상을 종합한 형(形)과 상(象)을 모두 대표하며 또는 상징하는 부호인 것이다. 오행이란 이와 같이 형질을 모두 대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점(主點)은 상(象)에다가 두고 있다.

- 『우주변화의 원리』, 60쪽

목화토금수에는 형이상의 의미와 형이하의 의미 둘이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중요하다. 두 면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현상보다 본체의 측면, 즉 형이상의 측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동석은 강조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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