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문하에서 친구 사귀는 도리는
학문을 매개로 사귀고 친구의 인격을
고양시켜주는 관계가 되어야 하며
시장바닥의 사귐과는 다른 것이다
시장바닥의 친구관계는 서로 이익이 다하면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된다

마지막 구절인 ‘이진성로인’이 가슴에 묵직하게 남았다. 옛날에도 그랬었구나! 퇴계 선생이 친구 사귀는 법에서 가장 핵심으로 강조한 대목은 역시 ‘이문잉보인’이라는 대목이다. 학문을 매개로 해서 사귀고, 서로 인격을 도야하는 관계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 때문에 사귀지 말라는 것이다.
261 하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 사농공상의 서열이 아닌 세상이다. 상이 가장 위에 있는 세상이다. 한국사회는 재벌이 주인이고, 재벌이 양반이고, 재벌이 왕이다. 상은 무엇인가? 이끗과 돈을 추구하는 계층이다. 손해를 본다 싶으면 피눈물도 없이 사람을 버려야 하는 게 상의 정신이다. 피눈물이 있으면 사업 망한다. 이런 세상에서 학문과 인격도야를 매개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조선조 선비 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지금은 대부분 ‘이진성로인’의 관계이다. 그러니 친구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모두들 외로움을 느끼며 산다. 학문과 인격을 매개로 사귈 만한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우선 내 자신부터가 자본주의적 습관에 물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인간세계는 친구 맺기가 쉽지 않고 오직 말없는 자연과 청산이 친구가 되는 세상이다. 허교라! 허교도 쉽지 않다. 돈이 되면 허교하고 돈이 안 되면 절교를 정답으로 알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 P260

물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미국의 대학 도서관 앞에는 대부분 분수가 설치되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머리에서 열이 난다. 이 열을 식히라고 도서관 앞에 분수대가 있는 것이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물을 가까이 해야 한다. 그 물은 연못이나 호수가 될 수 있고, 강물과 바닷물도 해당된다. 대도시일수록 강이나 호수가 보이는 곳의 집값이 비싸다. 전망 값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물을 바라보면 알게 모르게 머리로 올라온 열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P277

중국의 오악 가운데 가장 바위 기세가 험한 산이 서악인 화산이다. 북한 284 산 인수봉 같은 화강암 바위 봉우리가 그보다 2~3배 높이로 쭉쭉 뻗어 있다고 보면 된다. 화산 밑에는 수련 장소로 유명한 도관이 하나 있다. 수공법(석 달씩 잠을 자면서 하는 수련)을 했다고 전해진 도사 진단이 공부했던 곳이다. 진단은 도가의 호흡법인 내단 수련 체계를 세운 장본인으로, 수공법은 그가 도통했음을 보여준다. 육신은 정신을 담는 그릇일 뿐, 한 번 잠이 들면 몇 달씩 깨어나지 않을 정도였다. - P283

돈을 쓰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적선이다. 적선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데쓰는 것이다. 쓰고 나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차원 높은 방식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무상보시’라고 부른다. 무상보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렵다. 우리나라 500년 된 명문가를 조사해보니 공통적인 가훈이 ‘적선지가필유여경’이었다. 적선을 많이 한 집에 경사가 있다는 뜻이다. 정말 있을까? 있다. 있으니까 500년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 자기 마음속의 무의식에 기억되고 저장된다. 사람이 죽어도, 육신이 없어져도 이 무의식은 다음 생으로 이월된다. 조상의 무의식 정보가 후손에게 유전자로 전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선을 많이 한 집안 자식들의 사주팔자가 좋다.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권력을 휘두르며 재물을 축적해놓은 사람들의 집안을 보면 손자 대에 이르러 그 많던 돈이 다 사라져 버린 경우를 여럿 봤다. 이상하게도 마가 낀다. 일이 될 만하다가 이상하게도 어떤 변수가 튀어나와 고춧가루를 뿌려 버린다. - P302

공부하는 학자가 큰돈을 바라면 학문이 무너진다. 이를 사주명리학에서는 ‘탐재괴인’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인은 도장이라는 의미이지만 과거에는 학문을 뜻했다. 그래서 학자는 부자에게 너무 붙어도 문제가 생긴다. 학자가 재벌.부자 옆에 장식품처럼 붙었다가 신세 망친 사람을 여러 명 보았다. 비자금 세탁하는 데 이용당하거나 명분 없는 일에 들러리 섰다가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재벌에게 달라붙으면 돈 좀 나올 줄 알고 100미터 전방에서부터 낮은 포복으로 기어들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착각이다. 재벌들은 피눈물도 없다. 절대로 후하게 돈 주는 법이 없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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