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을 이야기할 때, 도대체 ‘행(行)’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는 쉽지 않다. 현대에는 잘 안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두암은 이를 왕래로 규정한다.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뜻으로 본다. 예를 들어 ‘은행(銀行)’이나 ‘양행(洋行)’처럼 돈이나 화물이 모였다 흩어지거나 또는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의미로 설명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하던 설명이다.

화기(火氣)라고 하는 것은 분산(分散)을 위주로 하는 기운이다. 모든 분산작용은 바로 화기의 성질을 반영하는 거울인 것이다. 우주의 모든 변화는 최초에는 목(木)의 형태로서 출발하지만 그 목기가 다하려고 할 때에 싹은 가지를 발하게 되는 것인즉, 그 기운의 변환을 가리켜서 화기의 계승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작용을 화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변화작용의 제2단계인 것이다. 그런데 화기가 분열하면서 자라나는 작용은 그 기반을 목에 두고 있는 것이므로 목이 정상적인 발전을 했을 때는 화기도 또한 정상적으로 발전을 하게 될 것이지만, 만일 목의 발전이 비정상적일 경우에는 화도 역시 불균형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99 이것은 비단 화기가 발전하는 경우에서뿐만이 아니라 목화토금수의 어느 것이 발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화(火)라는 것은 이와 같이 그 상(象)이나 본질이 목에서 분가(分家)한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것을 인생 일대에서 보면 청년기에 접어드는 때다. 그러므로 진용(眞勇)은 허세로 변해가기 시작하고 의욕은 차츰 정욕(情慾)에서 색욕(色慾)으로 변해가는 때인 것이다……. 색욕이라는 것은 내용에 대한 욕심이 아니고 외세에 대한 욕심이다. 왜 그렇게 되는가 하면 목의 경우는 이면에 응결되었던 양기(陽氣)가 오로지 외면(外面)을 향해서 머리를 든 정도였지만, 화기의 때에 이르게 되면 그것이 상당한 부분의 표면까지 분열하고 있으므로 그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관찰해보면 이것은 꽃이 피고 가지가 벌어지는 때인즉 이때는 만화방창(萬化方暢)한 아름다움의 위세를 최고도로 뽐내는 때이지만 그 내용은 이미 공허하기 시작하는 때인 것이다. 여름은 외형은 무성하지만 내면은 공허해지는 때이므로 생장의 역원(力源)은 끝나고 노쇠의 바탕이 시작되는 때다.
- 『우주변화의 원리』, 66~67쪽 - P98

여기서 보면 화(火)의 성질을 분산작용으로 규정한다. 그 분산작용이 인간의 욕망으로 나타나면 색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 색욕이 100 란 내용에 대한 욕심이 아니고 외세에 대한 욕심이다"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탁견이다. 색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바깥의 색깔이다. 색욕의 본질을 분석하면 바깥 색깔에 대한 욕심이다. 이것을 바로 화기의 작용이라고 본 것이다.
화기는 마음껏 발산하는 힘이다. 역대 어떤 도사가 이처럼 화기와 색욕을 이렇게 연결시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단 말인가! 이와 같이 분명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근래에 없었다. 한동석 선생의 통찰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나의 경험으로 보아도 사주에 화가 많은 사람은 기분파가 많다. 배짱이 맞으면 시원시원하게 ‘오케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화기가 많은 팔자들은 그날 처음 만났어도 이야기가 통하면 곧바로 호텔로 직행하는 경우도 보았다. - P99

"목기와 화기를 지닌 이의 기질이나 성격은 어떻게 보았습니까?"
"형님 지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목.화 기운이 되는 게 국가에 이롭다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목.화는 밖으로 분출하는 형이라서,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운이 밖으로 팽창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금.수는 수렴형이어서 안으로 저장하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내무부장관이나 중앙정보부장 같은 자리에는 금.수를 많이 가진 인물을 배치해야 하고, 상공부나 생산하는 분야에는 목.화를 많이 가진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금융분야는 토기(土氣)를 많이 가진 사람이 적당하다는 거죠. 금융은 양심적이고 공정해야 할 것 아닙니까. 토는 중립이어서 공정하죠. 이게 오행에 맞춘 인재 배치법이자 용병술이죠. 국가적인 차원의 인재 관리는 오행을 참고해야 한다는 게 형님 생각이었습니다." - P105

불가나 도가나 유가의 공부방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말이 ‘사지사지 귀신통지(思之思之 鬼神通之)’라는 말이다. ‘밤낮으로 생각해 게을리하지 않으면 활연(豁然)하게 깨닫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몽중일여(夢中一如, 꿈에서도 낮에 생각한 마음과 같음)가 바로 이 경지다. 조선 후기 유가의 도인이었던 이서구(李書九)가 『서경(書經)』 서문을 9천 번 읽어서 이름을 ‘서구(書九)’라고 지었다는 말이 전해져오고, 황진이 묘를 지나면서 ‘잔 잡아 권할 사람 없으니 이를 슬퍼하노라’고 절창을 읊었던 임백호(林白湖)가 속리산 정상의 암자에서 중용을 5천 번 읽고 나서 한 경지 보았다는 이야기는 모두 같은 맥락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한동석이 보여주었던 파워의 진원지는 『황제내경』 일만 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노느니 염불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 P115

한국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 못할 고민을 정신과의사에게 가서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점쟁이를 찾아가서 속을 털어놓는다. 누군가에게 속을 털어놓아야 정신병에도 안 걸리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자살도 방지할 수 있다. 그 털어놓고 상의할 만한 최적의 상대가 바로 점쟁이, 역술가, 명리학자다. 점쟁이가 몇 만 원의 복채를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담료니까 그까짓 복채 몇 푼 너무 아까워하지 마라! 점쟁이도 공돈은 안 받는 셈이다. 점쟁이도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순기능도 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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