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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 O.S.T.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엔티움 (구 만월당)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 올해 극장에서 본 몇 안되는 영화이고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구입했다.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별로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수애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다만 음반을 들으면서 새롭게 느낀 것을 몇 줄 적고 싶다.
2. 이 음반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님은 먼곳에]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게 된 노래는 [월남에서 온 김상사]였다. 편곡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민요가 내재된 토속적 정서의 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김상사 마을에서 벌어지는 잔치기분이 물씬 나는 좋은 노래였다. 말썽만 피우던 김총각이 월남에 갔다가 훈장을 타고 김상사로 금의환향하는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가? 김상사는 월남전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낸 영웅이며 성취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기뻐 잔치를 벌이는 어머니와 부끄러움과 사랑을 느끼는 젊은 처녀! 이런게 사는 맛인 것이다.
반면 김상사의 훈장에 담겨있는 참혹한 살육의 무게가 어머니의 기쁜 춤사위 뒤로 넘실거린다는 것이 이 노래가 주는 또다른 울림이다. 김상사의 마을에서 축제가 펼쳐질 때 월남의 어느 마을에서는 목놓아 우는 아이와 어머니가 있을지 모른다.
아! 그러나 그런 구구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시라! 그 무엇보다도 전쟁터에서 살아돌아온 아들이란 얼마나 소중한 존재란 말인가? 그런 빛과 그림자가 서려있는 명곡이 바로 이 [월남에서 온 김상사]다.
3. 또 눈길을 끄는 노래가 바로 [Danny Boy]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김상사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만 Danny는 전쟁터로 떠난다는 점이다. 참고로 naver 지식검색에서 스토킹님의 글을 인용해 본다.
Danny Boy
O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 오~ 대니보이, 파이프소리는 골짜기 골짜기 마다 산자락을 따라 울려퍼지고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roses falling; It's you, it'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여름은 가고 장미꽃은 떨어지니, 그대와 같도다, 그대는 가야하나 나는 머물러야 한다.
But come you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 저 목장에 여름이 돌아오고 계곡마다 흰 눈이 덮여도
I'll be t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난 양지건 그늘이건 항상 그곳에 있으리. 오 대니보이 오 대니보이 나는 그댈 사랑하리!
But when you come, and all the flowers are dying, If I am dead, as dead I may well be. 꽃들이 시들어가고 그대가 돌아오면 나는 아마 죽어 있을 테지
You'll come and find the place where I am lying. And kneel and say an Ave there for me 그대가 돌아와 내 누운 무덤을 찾아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작별인사를 하겠지
And I shall hear, though soft you tread above me; And all my grave will warmer, sweeter be, 그리고 난 그대가 내 무덤가를 즈려밟는 소릴 들을테지. 내 무덤은 더 따스해지고 달콤해 지겠지
For you will bend and tell me that you love me; And I shall sleep in peace until you come to me! 그대가 허리를 굽혀 내개 사랑한다 말하겠지.
그래.. 그대가 돌아와 난 평화롭게 잠들겠지. (이상 네이버 지식검색 내용)
4. Danny Boy의 가사는 가수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렇지만 대체로 공통적인 부분은 이런 것이다. 원래 아일랜드의 민요이고, 내용은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을 보내야만하는 늙은 부모의 노래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수애가 부르지만 실상은 수애의 시어머니가 불러야 적당한 노래인 것이다.
이 노래를 듣는 미군들의 눈시울이 뜨거운 것도 당연하다. 우리가 군대에서 명절날 아침에 [어버이의 은혜]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그런 감정을 그들도 역시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터가 아닌가? 살육의 한축을 담당했던 미군들 역시 생사의 기로에서 희노애락을 느꼈던 한 인간이었음을 이 노래는 전한다.
따라서 이 노래를 편곡한 주제 테마에 화해과 용서라는 부제가 붙은 것은 자연스럽다. 부모와 자식간이라는 공통된 정서에서 우리는 화해와 용서를 꿈꾸고 -우린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부모이기에- 마침내 인류애를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 언젠가 이런 슬픈 노래를 부모님들이 더 이상 부르지 않도록 전쟁이란 것이 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5. Danny Boy는 나이든 남자가 부르면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는 노래가 되고 나이든 여자가 부르면 어머니의 사랑을 전하는 노래가 된다. 그리고 젊은이가 부른다면 부모님의 사랑을 추억하는 간절한 노래가 된다. 그 멜로디는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Danny Boy에게는 내용면에서도 놀라운 역전이 있다. 죽음의 전쟁터로 떠나는 젊은 아들 Danny에게 늙은 부모가 제발 살아돌아오라는 부탁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놀랍게도, 자신의 무덤에 찾아와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상황을 뒤집어 놓고 있다.즉, 전쟁 중에 죽는 사람은 아들 Danny가 아니라 늙은 부모이다.
이제 Danny는 무자비한 살육과 자신의 죽음을 향해 떠나가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잃고 슬픔 속에서 죽어- 부질없이 무의미로 흩어지는- 부모를 구원해야하는 사명을 안고 떠나가는 것이다. Danny는 기필코 살아돌아와 변함없는 부모님의 사랑에 귀환의 환희와 사랑의 고백으로 응답해야 하는 것이다. 오! Danny도 김총각도 전쟁의 포연을 넘어 부모님의 품으로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6. 인생은 고苦다. 생긴 모든 것은 변하며 스러진다. 또한, 전쟁에서든 세월에서든 사람은 죽기 마련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지만 그래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소외된 자의 죽음이오 자신만이 막다른 곳에 처해 죽고만다는 절망감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노래 Danny Boy는 남겨진 가족을 통해 시련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시킨다. Danny는 전쟁터에서 으스러질 숙명적 존재가 아니라, 환난을 지나 자신의 가족을 비탄에서 구해야만 하는 삶의 주체이다. 적어도 무의미한 죽음을 겪는 것이 결코 자신만은 아니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이 노래는 전한다. 이러한 깨달음과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Danny Boy는 최고의 노래요 진실한 언어라고 할 수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노래 Danny Boy의 메시지는 이러하다. 같이 산 사람에 대한 추억과 남겨진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는한 우린 결코 헛되이 죽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사랑과 그들에 대한 사랑은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하는 가치이며 우리가 시련을 극복하는 힘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7. 꼭 이곳에 들러 Danny Boy를 들어보시길!
http://blog.daum.net/onsimple/13355813
난 젊은 나이로 스러진 Eva Cassidy의 Danny Boy를 가장 좋아한다. Eric Clapton의 기타연주도 무척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