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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말 워쇼 사진, 이진 옮김 / 이레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1. 진정한 삶을 산다는 것은
삶의 폭풍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거센 비바람이 없으면
협곡의 절경도 없다.
2. 2차대전이 끝나고,
열 아홉의 나이로 자원봉사를 나선 엘리자베스는
폴란드 마이데넥 유대인 수용소에서 평생을 바칠 소명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이
지옥같은 수용소 벽에 수없이 그려놓은,
환생을 상징하는 나비들을 보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된 것이다. -211쪽-
3. 의사로서 많은 분들의 죽음의 순간에 있었고
암환자이신 어머니가 2년째 투병 중이시다.
그리고 나에게도 언젠가 죽음이 당도할 것이며
그 모습이 어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런 사실은 매일 매일을
사랑과 깨달음의 순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하지만
나를 둘러싼 사람들 일들은
그 다짐을 어느새 지워버리고 만다.
4. 이 책은 유명한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선생의 글 뿐아니라
말 워쇼의 사진이 함께 들어있는 진귀한 책이다.
말 워쇼의 사진은 현실에서 어떠한 연출도 없이 그냥 나온 것이다.
사진 속의 어두움과 밝음은 그 자체로 수많은 말을 전해준다.
때론 한 권의 책보다도 한 장이 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며칠 후면 죽을 다섯살배개 동생과 놀아주는 오빠 러스티의 모습은
울지 않고는 보기 힘든 그런 사진이다.
죽음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빛을 나눠주기를 바랬던 루이스의 모습이나
평생 노동으로 업을 삼아왔지만
아마도 예술가가 되었을 지도 모를 잭의 모습은
인생이나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한 격려와 조언이기도 하다.
5. 뇌종양에 걸린 제이미의 촛점이 맞지 않는 모습
그리고 제이미가 그렸다는 보라색 풍선이 나를 울린다.
이혼한지 얼마안되어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던
젊은 제이미의 엄마 린다와
자신이 어찌해볼수도 없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꾸중을 들어야 했던 일곱살짜리 오빠 러스티의 모습이
나를 울린다.
경운기가 뒤집어지면서
하루아침에 엄마와 아빠를 잃어야했던
내가 아는 어느 아이의 모습도 다시 떠오른다.
그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어
며칠동안 점심시간에는 같이 농구를 했었다.
농구공처럼 어느 순간 다시 튀어오르기를 바랬다.
아침에 모시고 나간 연꽃 호수에서
빨갛게 피어오르는 해를 보고 눈시울을 적셨던
할머니들도 떠오른다.
다시 뜨는 해를 보지 못하고
또다른 봄을 보지못할 분들에게
세상은 너무도 슬프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6. 병원에 근무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진채
생명연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원치않는 고통을 감내하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많은 환자들을 보았다.
말도 못하고 고통 속에 뒤척이거나
진통제 마취제로 촛점없는 눈으로 헤매다가
플랫 신호로 변해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많은 환자들!
그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호스피스라는 단어!
수백년 전 깊은 산속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던 수도승이 호스피스라는 것!
그들처럼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것이 있다면 좋겠다!
아니 나눔으로 나눔을 배워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은 그런 것을 생각했던
몇 년전의 나를 일깨워주었고
어쩌면 이순간이 나에게도 소명이 생긴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