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ry Carlton in Concert
Larry Carlton (래리 칼튼) / Inakustik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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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거장의 반열에 오른 래리 칼튼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고, 패기있고 빠른 연주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2만원 넘는 돈을 내고 사기엔 아까운 DVD입니다. 왜냐구요?

이 DVD분위기는 딱 김광민씨가 진행했던 [수요음악회]분위기랍니다.  특별한 편집없이 단순한 카메라 웤이 돋보이지요. 예전 왕영은씨가 맡았던 [젊음의 행진]시절이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음악도 상당히 오래된 레파토리지요.

요즘의 래리 칼튼을 듣다가 이걸 들으면 락 블루스라고 해야되나... 조금 다른 느낌이죠. 또 빠르고 깔끔한데 여백이 없어서 숨이 턱턱 막힙니다. 그래도 산 김에 열 번쯤 들어보니 나쁜 편은 아니네요. 그런데 조금 혈압오른다는 느낌!

여하튼 이 작품은 포기하시고 차라리 2500원짜리 팻 메서니 DVD [이메지너리 데이]나 조금 비싸도 값은 하는 [시크릿 스토리]- 팻 메서니는 돈 아깝지 않은 드문 연주자입니다.-아프로 쿠반 재즈 거장들의 다큐멘터리 [칼레 54]같은 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아예 딥 퍼플의 봄 베이 공연이나 오스트레일리아 공연 같은 걸 권하고 싶습니다. 탁월한 기타주자 스티브 모스의 아름다운 연주가 펼쳐지지요.2500원이면 살 수 있는 라이브의 제왕 메탈리카의 [커닝 스턴스]나-약간 범위를 벗어났네요.- 

5000원이면 간혹 살수있는 재즈 보컬 다이아나 크롤의 파리 공연 같은 것도 무척 좋습니다. 크롤은 피아노와 보컬을 맡았지만 함께 나오는 기타 연주자의 맛갈스런 연주가 덤으로 들어있는 좋은 DVD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예 상큼한 [어쿠스틱 알키미]의 포크 재즈의 투명한 멜로디를 듣는 것도 좋겠습니다.

끝으로 키스 자렛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솔로 트리븃] 역시 피아노 연주지만 2500원짜리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여하튼 간혹 V싼 게 V지떡인 것이 이 요상한 디V디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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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김인경 그림, 김순한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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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젠 2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난 학교가기가 싫었다. 바쁜 고3시절에도 부모님께 자퇴하면 안되느냐고 몇 번 울먹였던 것 같다.

그런 삭막한 중고시절에도 좋은 시간은 있었다. 시험보는 날이었다. 오전에만 시험을 치기 때문에 오후는 내 시간이었다. 시험을 치고나서는 난 대형서점에 틀어박혀 아이들이 보는 동화를 읽곤 했었다.

그리고는 자전거를 타고 안 다녀본 조그만 길, 못 다녀본 막다른 골목을 저녁늦게까지 돌아다녔다.

2. 꼬맹이 셋의 아빠가 된 지금 나는 그때 생각으로 이 책을 샀다. 소박한 그림과 뜻깊은 글!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책을 덮고 의자에 깊숙히 앉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 시간들은 어디로 갔으며 나는 도대체 무얼하는 사람인가? 그 소년은 도대체 무엇이 되었단 말인가?  

20년전 읽었던 시집에는 시인이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자신을 위로하는 장면이 있었다. 참 이해가 안되었는데 조금은 그 심정을 알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침이란 이런 생각을 붙들고 있을 시간은 아닌 법! 나는 젊고 오늘도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으니 안 읽었던 책, 못 들은 이야기, 그리고 아직 채 가지 못한 나의 길을 가야겠다.  

3.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글 김순한 / 그림 김인경 

우리 곁에는 어디에나 식물이 살고 있어.

풀과 나무도, 채소와 곡식과 과일도

처음에는 한 알의 씨앗이었어.

...

...

지금도 땅 속 어딘가

작은 씨앗이 누워 있겠지.

싹이 틀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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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8-06-25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Bill Evans의 My Romance를 듣습니다. 울컥한 감정하고 어울어져 좋은 울림을 주네요. 좋은 책과 음악이 있는 한 산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최은석 1집 - 우산꽃
최은석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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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EBS [SPACE 공감]에 들어와 음악을 듣습니다. 컴퓨터로 EBS로 들어와 '교양/문화'섹션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저는 주로 재즈 기타리스트 음악을 주로 듣는데요. MBC[수요음악회]가 종영된 후로는 연주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이곳입니다. 다시보기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때 짬짬히 올 수 있는 곳이 이곳입니다.

 이번 주에는 한상원, 잭 리, 리 릿나워, 최은석과 프레드 해밀턴의 음악을 듣습니다. 한상원의 연주곡 Solitude를 어쿠스틱으로 듣는다는 것이 참 기분이 좋네요. 아리따운 여성보컬과 듀엣이 된 잭리의 새 앨범도 기분좋게 관람할 수 있어요.잭리는 네번째 등장입니다. 리 릿나워를 방송에서 보기는 힘든 노릇인데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리 릿나워가 좋은 기타리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은석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병우, 김광석, 신해원에 이어 또 한명의 젊은 연주자를 알게되어 기쁩니다. 편안하면서도 명쾌한 기타를 치는군요. 또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의 연주입니다.그래도 제 눈을 오히려 더 끄는 것은 최은석의 사부 프레드 해밀턴입니다. 사실 프레드 해밀턴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앨범에 간혹 나오기에  베이시스트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기타리스트라니! 베이스와 기타 모두에서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최은석과 프레드 해밀턴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하는데  '하느님은 이 세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보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는 곡, Looking Back On Tomorrow는 맑으면서도 깊은 기타의 음색, 적당한 리듬감과 여유로운 공간감, 재즈와 블루스의 혼합이 자연스러운 좋은 곡으로 새삼 대가라는 생각을 듭니다. 또한 프레드 해밀턴이 어린 시절 놀던 거리에 대한 추억을 담은 곡, Poplar Street은 무척 감성적이고 멜로딕한 곡으로 명상적이면서도 가슴이 찡한 아름다운 곡입니다. 혹시 이곳을 모르신다면 당신을 [Space 공감]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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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 - 요가, 영지주의, 연금술, 수피주의 살림지식총서 219
금인숙 지음 / 살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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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저자는 사회학 전공자로 대표적 논문은 [억압적 정권에 도전한 지식인들] [신비주의의 역사철학적 의의] 등이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책은 [신비주의의 역사철학적 의의]를 쉽게 풀어 쓴 것 같다.

그런데 이러면 조금 의아스럽다. 신비주의라는 것이 사상으로 따진다면 철학이나 서양사상 쪽일 것이고 분파로 따지자면 종교학과나 신학과 동네일 것인데 왜 사회학자가 이런 책을 쓰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2. 책은 서두에서 부터 미국화가 본질인 세계화와 강대국의 패권주의, 문명 충돌론이 활개를 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요가나 단전호흡, 불교 등에 투신하는 것은 현실 도피나 불안 제거일 뿐인가 라고 묻는다. 그 해답은 책의 맨마지막에야 나오는데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인 셈이다. 길지만 인용한다.

현대인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진정한 신비주의는 개인주의적인 자기 만족이나 심리적인 자아도취가 아니다. .... "신비주의는 이 세상을 도피하거나 이 세상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요소를 항상 지녀왔던 것이다."

신과 하나됨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과 행동은 사심없는 사랑이고, '무아'의 상태에서 신성의 '참나'가 어떤 욕심이나 집착도 없이 어떤 대가나 인정도 바라지 않고 행하는 사랑이다. 자아중심의 이기성과 독단성, 소유욕과 지배욕, 출세욕과 지위욕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이다...

우리 모두 내면의 무한자로 돌아가는 자기의 신성회복에 의한 무아의 사랑만이, 지금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이리로 살아온 피로 얼룩진 계급지배와 계급착취의 인류역사를 종식시킬 것이다. 만인이 만인에게 자유이고 행복이며, 축복이고 기쁨인 새로운 역사의 창조로 이끌 것이다.(92쪽)

물론 요즘의 갈등해결론들이 대부분 사회의 시스템을 바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근원적인 갈등은 풀지 못한채 표면적인 절차적인 해결에 머문다는 점에서 저자의 충정은 공감을 한다. 그렇지만 신비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만 하면 사실 나는 현재의 모든 분열과 차별이 해결된다는 저자의 결론도 미심쩍다. 그렇게 바뀔 것 같으면 이미 존재하는 기독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무소유만으로도 이 세상은 낙원으로 변했을 것이다.

또한 신비주의 운동이란 것이 과연 개인적인 체험을 넘어 대중적인 사회운동으로 변해간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역사속에 등장한 천년왕국설이나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한 개벽설은 모두 구세주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에 준하는 운동이 있었는가?  

저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나 해법이 아닌 원리적인 해법이란 것은 무척 무기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가 '진정한 신비주의는 그렇지 않다. 진정한 신비주의야 말로 우리의 선택이다.'라고 말할 때마다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자본주의는 이렇지 않다. 진정한 자본주의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어설픈 설득이 될 것인가?   

3. 사소한 메모

(1) 신비주의란?

우리 내면의 무한자, 즉 신또는 빛과의 만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월적인 경험이다. 그 체험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체험이라는 핵심요소를 공유하는 모든 것을 신비주의라고 할 수 있다. (7쪽)

(2) 신비주의의 예

가. 인도의 요가...[우바피샤드]의 범아일여사상이 기초가 되었다. 특히 [우파니샤드]안의 '바가바드기타'와 후대에 지어진 파탄잘리의 [요가경]이 가장 중요한 문헌이다. 현재의 요가는 많은 요가 수행중에서 하타요가에 속한다. 본래의 신인합일의 목적은 탈락된 채 건강증진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업화로 치우치고 있다.   

나. 불교...초기불교의 사성제와 팔정도, 대승불교의 空 또는 無 ... 불교의 신비주의는 대체로 억제하고 절제하는 금욕주의 색채가 강하다.

다. 영지주의...영지(Gnosis)는 영혼 안에서 그리고 삼라만상 안에서 현존하는 하느님을 체험으로 아는 것이다. 우리식으로 굳이 말한다면 무아의 상태의 지혜인 반야에 가깝다. 

영지주의는 기원전 1세기에서 서기 2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전 유럽을 풍미했는데 그 사상은 힌두 불교 사상, 배화교,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사상, 초기 기독교 사상, 스토아 학파 사상 등이 혼합된 복잡한 구조이다. 영지주의는 각자 내면의 빛을 찾는 주체이기 때문에 성직자나 위계질서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의 가혹한 이단탄압의 대상이 된다.

라. 기독교 신비주의...인간은 신과 동일하다는 신인동일설의 기독교 신비주의는 영지주의와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로부터 중요시 되는 것이 [요한복음]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에크하르트, 클래르보의 베르나드, 루우스브로엑이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마. 이슬람 수피주의....10세기 이후 이슬람 내부에서 분파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신비주의 체험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막으로 나갔다. 이들은 주로 짐승의 털옷(suf)을 입고 생활하였기에 수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초기에 그들은 금욕과 절제를 통한 알라와의 합일을 추구하였지만 12, 13세기가 되면 수피주의가 환희와 기쁨으로 충만한 사랑의 신비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수피주의는 사랑을 우선시한다. 신의 현존체험과 신과 합일체험의 전제조건은, 자기사랑과 이웃사랑이기 때문이다.

바. 중국과 한국의 선...서기 6세기 초 페르시아 태생의 달마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의 제자들에 의해 맥을 이어오던 선은 마음의 더러움을 지워나가는 인위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신수의 북종선과 어떤 조건이나 단계를 전개하지 않고 불성으로 돌진한다는 혜능의 남종선으로 개화한다.

그렇지만 유명한 혜능의 돈오선은 불세출의 사상가 원효의 일심사상과 무애행과 동질적인 사상이라 볼수가 있다. 원효의 일심사상에 의하면, 진여심과 생멸심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으로 혜능의 사상과 일치한다.

(3) 신비체험의 대가들

가. 인도...바바지, 라마크리슈나, 라마나 마하리쉬, 썬다 싱

나. 사상가와 과학자 ...플로티누스, 데카르트, 뉴턴, 바바라 맥클린톡(노벨 생리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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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레시아스의 역사 -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역사 읽기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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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이한 제목에 끌려 별 생각없이 읽게 된 책이다. 꽤 주목받은 인문교양서인 모양인데 저자나 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지적인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사진을 보니 경제학과 다닐 때 몇 번은 본 선배이다. 60년생이니까 59년생인 유시민 선배와 거의 같이 최루탄을 마시며 학교에 다녔을 것 같다.

2. 각설하고,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란 무슨 뜻인가? 책 맨앞에는 테이레시아스가 그리스 신화 속의 특별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였던 그는 특이한 계기로 여자로 7년을 살다가 다시 남자가 된다. 신의 저주로 장님이 되었지만 결국 특별한 영능 덕분에 최고의 예언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특별한 영능이란 결국 이질적인 세계-남자의 세계와 여자의 세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직접 경험한 까닭에 획득한 통찰력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테이레시아스가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체험을 통해서 가장 탁월한 예언자가 되었듯, 역사학자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체험을 통해 현재에 대한 통찰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말할 수 있는 무당이 되어야 한다는 의도로 책 제목을 삼은 것 같다.

3. 이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글이 거칠고 논리적으로 치밀하지 못하며 사고가 깊지 못하여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조금더 글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내 생각은 이렇다. 적어도 일반 독자의 경우 역사학자랍시고 이런게 법칙이다 이런게 현실이다라고 결론을 던진다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우리는 같은 상식과 원칙을 공유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투적인 줄거리 짜집기와 '이건 몰랐지?'하는 지식 과시가 피차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리고 만약 짜집기를 하려했다면 목차와 덧댄 글을 통해 전체적인 구조를 탄탄하게 짜야한다. 최소한의 내적 연관을 통해 모종의 관념적인 귀착지를 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냥 대충 모아서 내면 잡지 밖에 더 되겠는가?

예를 들어, 61쪽의 '위기 시대의 종교(즉, 천년 왕국 운동)'부분은 참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이 부분에 왜 이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다.뜬금없다는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지리멸렬한 편집이라면 들고다니면서 머리 식히는 셈치고 가끔가다가 한두편 읽으라는 말인가? 그런데 240쪽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부분에 가면 천년 왕국설과 유토피아설이 비교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정황에서 별도의 글로 씌여졌다고 하더라도 같은 책으로 엮인 이상 각주로라도 유사한 내용에 대한 표시를 해놓아야 되는  것 아닌가?    

여하튼 다시 서술 태도로 돌아가서, 일반 독자를 의식했을 때는  오히려 이런 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역사학자라는 사람이 역사라는 도구를 가지고 현실의 갈등을 해체하고 모순을 통찰하는 문제해결의 과정을 보여줄때 일반 독자는 기꺼이 그것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즉 TV에서 과학수사대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그런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학적인 근거와 그것을 다루는 방법론이 체험적인 서술과 결부될 때 일반 독자는 기꺼이 그 과정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그 체험은 굳이 격정적이거나 화려한 서술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경우 문제 의식의 치열함과 논리의 엄정성만으로도 강한 긴장감과 흥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경우라야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라는 책제목도 더 실감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지만 원래 이 글들이 www.issuetoday.com 등 인터넷에 실렸던 다소 가벼운 글이며 대체로 대학 초년생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는 걸 생각하면 서양 근대사에 대한 편한 교양서로는 권할만 하다. 내용이 다소 반복되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4.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서양근대사와 현재의 상황을 대응시킨 것이다. 예컨대 "주먹이 센 놈이 이긴다"는 강대국의 필수요건인 군사혁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대초에 유럽에서 각국의 군사혁명이 이루어지면서 여러 강대국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일방적으로 나머지 국가를 복속할 수가 없자 바깥 세계로 팽창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하자면 유럽의 흥기와 서세 동점의 양상이 그렇게 태동되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근대사의 핵심 키워드가 군사력 강화라는 것이 핵심주장인데 오늘날의 팍스 아메리카의 기본 요소가 미군이며 우리나라가 1조원을 들여 이지스함을 구입하는 것도 평화를 지탱하는 것이 무력임을 나타낸다는 식으로 현실을 대응시킨다. 

이렇게 1부가 서양 근대사와 현재의 우리와의 대비를 보여주는 노력이라면, 2부는 주로 문학작품을 읽은 경험을 역사와 접목시키려는 노력이다. 적어도 서두에서 밝히는 저자의 의도가 그렇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2부의 글들은 그런 저자의 의도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나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읽고 싶다.  1부가 서양근대사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라면 2부는 근대사의 내부에서 나자신을 바라보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부는 역사와의 접점에 포커스가 되어있다기 보다는 자신의 실존과 더 관련되어있는 듯 보인다. 그 결과 1부가 대학 강좌 같이 삭막한 반면 2부는 조금 편하게 읽힌다.

예를 들어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 대한 글의 마지막에는 조셉 캠벨의 책에 나옴직한 다음같은 구절이 보인다.  

"지옥 여행 - 그것은 영혼의 어둠을 헤치고 정신적 소생을 도모하는 여행이리라. 우리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세상의 악 그리고 우리 마음 속의 악과 맞대면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옥으로 들어가보는 수밖에 없다. 그대 안의 악의 심연으로 들어가라. 저 어둠 깊은 곳으로 들어가 악마를 만나라. 그리고 그 악마를 밟고 넘어가라!"(187쪽)

5. 다음은 이 책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세세한 것은 적지 않고 큰 줄거리만 잡아보겠다. 아래에서 따옴표(" ")부분은 직접 인용이고 그 외는 요약이다. 나 자신의 의견개진은 괄호( ) 안에 넣었다.

(1)  몇몇 의학적인 이야기 :

인류는 무척 오랫동안 기아선상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소량만 먹어도 오래 버틸 수 있으며 그러다가 갑자기 음식이 생기면 최대한 영양소를 저장하는 기전을 발전 시켜왔다. 따라서 살이 찌는 것은 쉽지만 살을 빼는 것은 무척 어렵다. (80-81쪽) 

16세기의 서양의 인구동향을 보면 10세이하의 아동은 장염과 열병이 많은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많이 죽었고 60세이상 노인은 대체로 겨울과 초봄에 가장 많이 죽었다. 폐병 때문이었다.(이 부분은 노인들이 대체로 늦겨울에서 초봄에 많이 돌아가신다는 민간의 속설이 통계상으로도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웠다.) 

(2) 유태인 학살에 대한 탁월한 다큐멘타리 영화 [쇼아] :

특별한 영상없이 감독이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들, 나치 가담자들, 그리고 이 학살의 과정을 지켜보았던 폴란드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한 것"을 계속 보여주는 영화이다.

( 참고로 9시간이 넘는 이 특별한 영상 자료는 요즘은 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20세기의 인류역사를 떠올릴 때 꼭 보라는 이야기를 듣는 자료다.다만 영화를 볼때에는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둘만 하다.)

"이 영화는 폴란드인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비판을 가하고 있고, 독일인과 여타 민족에 대한 증오에 근거해 있으며, 결국 유대인의 고난만을 절대화하는 신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106쪽)  

(3) [먼나라 이웃나라]의 역사인식 :

개신교가 긍정적으로 그려져있는 반면 가톨릭은 대단히 부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유대인이나 집시 또는 이슬람에 대해 너무 편파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유럽중심적인 서술이라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충실한 만화이지만 틀린 내용도 꽤 눈에 띤다.

(사실 나는 이런 구체적인 부분을 10페이지 정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지 않는지 궁금하다. 일단 나같은 비전공자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서양사 전공자들이 모여 각자 발견한 이상한 점을 정리해 낸다면 일반 독자에게는 무척 훌륭한 정보제공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정보가 인터넷이나 문자매체로 나온 적이 있나?

참고로 [다빈치 코드]의 오류를 반박하는 책은 직접 구입한 책만해도 4종이다. 그런데 왜 [먼나라 이웃나라]처럼 학생들에게 넓게 읽히는 책의 오류를 반박하는 책이 없는 것일까? 서양사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런 문제는 아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도 같이 적용된다.  ) 

(4)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인식 :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 우익 제국주의 작가이다. 따라서 왜 일본인 시오노 나나미가 그렇게 평생에 걸쳐 로마인의 역사에 매진하는가라는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로마 제국은 이상적인 존재이며 영국, 독일, 미국 같은 서구 국가들이나 일본은 그로부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로마는 그 간격을 줄이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어떤 시원始源 , 즉 완전한 국가의 이상이며 후대의 국가들은 그것을 모방하는 하나의 그림자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 씨의 연구 테마 혹은 자주 언급되는 내용들을 보면 로마라는 이상, 그리고 그것을 다시 부활시킨 르네상스, 그것의 정당한 후계인 영국 제국주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의 아시아판인 일본제국, 이런 순서가 되는 것이 아닐까?"(143-144쪽)

시오노 나나미는 이런 생각으로 로마를 위대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로마를 터무니 없이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로마인은 이민족에게 관대했다거나 로마의 피지배층은 로마의 지배에 감사했기 때문에 노예 반란 같은 것도 없었다든지 하는 왜곡된 서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역사를 특정한 영웅적인 귀족의 이야기로 서술해가면서 인상적인 스케치에 머문다는 것이다. 즉 역사를 귀족 영웅사이의 멜로 드라마로 만들어놓고, 역사의 하중을 지탱해야 했던 대중에 대한 서술은 빈약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하나 더 지적해야 할 것은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는 엔터테인인먼트이다'라는 소신에 따라 허구적인 인물이나 사료를 날조해서 적당히 섞어 [로마인 이야기] 서술했기 때문에 그 진술의 진정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눈에 띄는 대목은 저자가 [로마인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 던져주는 조언이다. )

"그러므로 [로마인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읽는 법은 이렇다. 멋있는 문장, 의미심장한 구절이 나오면 의심하라! 내 느낌을 말하자면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그래서 판단을 내리기 힘들 경우 갑자기 문투가 화려해진다.

예컨대 "나이가 사람을 완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 사람을 완고하게 만든다", 이런 식인데, 추측컨대 많은 독자들이 이런 멋진 말이 나오면 그곳에 예쁘게 밑줄을 그렸으리라. ...내 생각에는 그런 부분일수록 '증거 부족'의 도피처 역할을 할 뿐이다."(140쪽)

(***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조목 조목 비판한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5) 가장 감동했던 부분 

1) 가케무샤..."본체없는 그림자의 고뇌"

2) 오이디푸스..."내게 이 고통, 이 괴로움을 준 것은 신이었소. 그러나 내 눈을 친 것은 나의 손이었소."

3) 유토피아와 천년왕국의 차이... 유토피아는 현실의 변혁을 거부하는 지식인의 전통 공동체로의 퇴행을 보여준다.

4) 솔제니친과 톨스토이 ... "모든 사람은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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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8-06-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달과 이번 달에 직장을 옮기면서 책은 계속 읽었지만 컴퓨터를 켤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간 제 서재에 찾아오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아울러 행운을 빕니다.

최수정 2008-09-04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테 신곡을 읽어보려고 들렸다가 자료 비공개로 담아갑니다..졸업했지만 신입생과 다를바 없는 지적능력이라..ㅡㅡㅋ 한번 읽어볼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