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1주

 12월이다. 한해의 마무리와 새해에 대한 준비로 부산한 한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난 12월만 되면 마음은 콩밭 아니 구름넘어 어딘가로 떠다니는 것 같다. 현실도피를 원하는 것인가? 하긴.. 나이 한살 더 먹는게 더이상 반가울 거 없으니~  그렇다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현실도피를 할 수 있는 건 바로 영화가 아닐까? ^^ 물론 책도 좋치만 둥둥 떠다니는 마음으론 활자가 눈으로만 읽혀지지 머리까지 전달되지 않으므로 잠시 미뤄두자구!!!  



2주전 <백야행>을 나홀로 (혼자서 보는 영화는 회를 거듭할수록 매력적이다!!) 조조로 보면서 고수의 눈동자 [[여기서 한마디 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극중 배우는 -여기서 중요한건 극 중 배우라는 말이다. 실제론 크게 좋거나하지 않는데 연기를 할때 너무나 빠져들게 만드는 배우- 이병헌이였다. 아~ 이 사람 정말 매력적이지 않는가? 물론 난 그의 데뷔드라마부터 쭈~~욱 지켜봐왔고, 그의 리즈시절 내 친구들은 그를 이상형으로 뽑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난 시큰둥 했었다. 근데 번지점프를 하다, 달콤한 인생, 올인, 최근 아이리스까지 이 사람 왜 그리 애달픈 눈빛인건지.. 그 눈빛보면 누군든 빠져들지 않겠는가 싶다. ㅠ  근데 고수가 그의 뒤를 잇는 분위기다. 군대입대전엔 그저 소년(?)으로 보였는데 백야행에서 완전 후덜덜~ 곧 방영되는 드라마에도 첫사랑에 대한 애달픔을 간직한 캐릭터라는데 은근 기대하고 있다. ^^ 그러고보니 오늘이 첫방송이군.. ]]에 홀딱 반해 영화에 압도되어 버렸다. 물론 손예진과 한석규의 연기도 좋았지만 고수는 내가 밤세워가며 원작을 읽을 때 내가 생각했던 그 분위기와 흡사하게 연기해주는 듯 했다. 마지막에 손예진을 바라보던 눈빛~ 아..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극장 밖의 겨울 햇살이 너무 밝아 적응 안되서 혼났더랬다. '하얀 어둠속을 걷는' 기분이 뭘까 집까지 걸어오며 생각했었던 간만에 영화에 흡뻑 취한 기분좋은 하루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뉴문>이 개봉했다. ^^ 언제나 그렇듯 원작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영화제작까지 하게 만든 시리즈물.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리뷰가 쏟아질 때 언제나처럼 '난 인기에 급급한 독자가 아니라'며 살짝 웃어주고 말았는데 이틀전이던가? 무료함에 채널을 돌리다 케이블에서 <트와일라잇>을 방송해 주는 것이다. 세상이 좋아진건지.. 올해 개봉한 영화를 올해가 가기 전에 방송해준다니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그래 얼마나 재밌는지 한번 봐준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데 20분쯤 흐르자 오마나!!!!! 나도 모르게 '에드워드~~'를 연호하며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진정 미남은..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움은.. 여자들의 로망인가? ^^ 그런 사랑은 판타지라는 거 이제 알것만 왜 이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건지 너무 재밌게 봤다. 그리고 그 후속작인 <뉴문>이 개봉한다.

사실 난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영상물은 원작에 기반을 두는 추세인 것 같고, 원작의 인기 덕분인지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작품들에서 실망을 느낀터라 '제발 이 작품만은 그냥 놔두라'말하고 싶은 경우도 많았는데 위에서 말한 <백야행>처럼 나름 만족스런 작품을 봤을 땐 소설, 영화 그리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읽고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생겨주니 나쁘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참고로 내가 지금껏 제일 했던 소설이 영화화 된 작품으론 가네시로 가즈키의 <GO>가 있다. 이 책으로 인해 가즈키월드에 입성하게 되었고, 이 영화를 보면서 '아~ 정말 내 상상과 딱 들어맞는 인물이 세상 어딘가에 있었구나..'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쿠보즈카 요스케에 홀릭해서 한동안 그를 찾아헤매기도 했었던.. ^^)  

각설하고, 에드워드에 필이 꽂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캐스팅은 대박이라는 칭찬이 많았다. 조만간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순간. (아~ 정말 이 나이에.. 해리포터에게도 무릎꿇지 않았는데 역시 난 미남에 약하단 말인가?) 여튼 예고편을 보니 <뉴문>에선 장발소년 제이콥이 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샤방한 자태를 뽐내던데 에드워드와 더불어 날 즐겁게 해줄 것 같다. 근데 이 녀석 92년 생이란다. 고작 십대후반에 이런 자태라니.. ㅡ,ㅡ 92년이라함은 내가 태지옵빠를 외쳐되며 난알아요~를 부르던 해인데 그때 태어났단 말인가? 세월이 하수상하구나.. 여튼 난 내일 조조로 녀석들을 만날 것이다.  

소심하게 걱정되는게 있다면 수능 끝낸 고딩들의 압박 속에 홀로 영화를 보면 어쩌나 하는.. 미성년자 불가는 좋았는데 이런 문제가 있군!!!  



이번엔 <시크릿>이다. 사실 케이블로 <트와일라잇>을 보지 않았더라면 99% 이 영화를 봤을 거다. 배우 차승원 송윤아 류승룡 김인권 박원상까지 말이 필요없는 배우들이 나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대치가 높으니깐.. 게다가 장르가 무려 스릴러다. 아~~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영화라니 이야기의 얼개만 치밀하다면 대박일 거 같은데 모르겠다. 이 영화는 <백야행>보기전에 예고편이 2번이나 나오길래 그것만봐서는 잘.. 스릴러는 내용을 모르고 보는게 맛이기에 암껏도 모르는데 고민된다.  



 마지막으로 첫주 개봉은 아니지만 올해가 가기전 꼭 봐야할 기대치 100%영화 <전우치>되겠다. ^^ 조인성을 군대보내고 나니 우리의 동원군이 요로코롬 영화를 들고 나오다니 이런 적절한 타이밍이라니? 사실 강동원이 나온다는데 혹~해있었는데 막강 배우들에 최동훈감독님이 만드셨다니 눈물이 다 나오려한다. 제발 전우치 (처음 들어본 나의 무식함..)가 내가 이뻐하는 준기군의 일지매만큼 매력적이길 바랄뿐이다. 근데 요괴나오고 도사나오고 이러니 추억속 머털도사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 암튼 올 초 <쌍화점>을 보면서 시작했으니 올 말 <전우치>를 보면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2시간동안 흠뻑 빠질 수 있는 배우의 힘도 크기에 때론 작품성 (전우치가 작품성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보단 배우를 보는 즐거움에 무게중심을 두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두가지 다 만족시켜줬음 좋겠다.  

요렇게 영화보다보면 한달이 훌쩍 가버리겠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2-0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짜를 보니 2월에 올리고 열달 만에 올린거네요.
무튼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힘내세요~~~ 아자아자!!
백야행과 시크릿은 봐야지 생각했어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피츠 제럴드. <위대한 게츠비>를 많은 사람이 그렇듯 하루끼로 인해 알게 되어 읽었다. 그러나 아무런 감흥(도대체 게츠비가 왜 그렇게 데이지를 잊지 못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의 번역이 최악이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번역판으로 읽어보리라..- 고로 게츠비의 위대함 역시 동감할 수 없다.)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의 다른 글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재즈시대-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 속에서 소비와 유행이 활성화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정신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이 당시의 섹스, 춤, 재즈 등의 향락을 탐닉하였던 시기인 1920년대를 말한다.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놀랄만한 시기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간은 방대한 대조에 의해 특징지어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즉, 1920년대는 비교적 평화롭고 번영의 시대였지만 확실과 불확실, 안정과 혼란, 만족과 불만, 그리고 복종과 반란이 공존하는 시대였다.-이야기'를 쓴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 그 중 단연 책 제목이기도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가장 맘에 들었다.

70의 나이로 태어나 0세의 나이로 죽은 벤자민 버튼의 삶. 이런 주제 그 시대엔 꽤나 충격적이었겠지? 이런 비슷한 소재로 쓴 <막스 티볼티의 고백>이란 책을 보고선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었는데 벤자민이 먼저였다니..

해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살 더 먹은 나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연도도 자꾸만 2008이라고 적어지고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하루하루를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산다는 걸 매순간 느끼고, 체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 훌쩍 몇 십 년을 뛰어넘은 느낌이 들 때 밀려오는 아쉬움 또한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러나 벤지민은 그럴 수 있었을까?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을지 경험해 보지 않은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하루하루 젊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에 또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 벤자민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낙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노인으로 살아봤기에 건강한 육체를 가졌을 때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며 좀 더 계획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 하지만 이내 뒤따르는 것이 그렇게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봐야 점차 아이가 되어버리는데 무슨 소용이냔 비관적인 생각. 글쎄.. 어렵다. 인생엔 정답이란 없고,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다 생각하면 극단적으로만 생각할 필요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여튼 벤자민으로 인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사실 단편의 호흡을 잘 따라가지 못해 책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열편의 단편 중 가장 좋았던 건 <낙타 엉덩이>였다. 그의 소설이 왜 재즈시대를 대표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글이 아닐까 싶다. 너무 성급히 읽어 자꾸만 작품과 내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뒤로 갈수록 아쉬웠다. 하지만 읽고 싶었던 그의 글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곧 개봉되는 영화의 원작을 미리 접할 수 있어 행복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2-2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 19일에 영화를 봤어요. 조금 눈물도 흐른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30년 전에 봤네요.^^ 로버트 레드포드한테 반했던 내 청춘의 영화였죠.
이 책 보고 싶네요~~ ^^
 
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근처 도서관이 생겼을 때 너무 좋았다. 처음 대출카드를 만들고, 책을 빌려오던 날 초등학생 때 용돈을 모아 책을 사서 돌아올 때만큼 설레고, 기뻤다. 반납하러 갈 때마다 늘어난 책을 보면서 괜히 내 서재인 듯 뿌듯하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불만과 투정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신간이 없거나 읽고 싶은 책이 대출 중일 때 괜히 누군가를 향해 시뚝거리며 짜증을 내고, 잘 지키던 반납일도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일이주 넘기는 건 자연스러워졌으니 나는 아무래도 좋은 사람은 못 되는가 보다.


갑자기 왜 도서관 이야기냐 묻는다면 나에겐 '인도=도서관'이란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를 워낙 동경하기에 인도 관련 서적은 보이는 대로 다 읽은 터라 도서관 갈 때마다 '신간이 없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요즘 이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나의 좁은 식견이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였다. 그랬다. 나는 인도를 좋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인도여행'을 하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 여행분야만 뒤지고, 여행관련 서적만 읽었던 것이다.


인도를 가보겠다고 혼자 루트를 짜고, 경비를 계산해보기만 했지 정작 인도의 문화나 종교, 우리나라와의 관계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다. 물론 여행 서적에도 보고 느낀 것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시각이기에 전문적인 설명은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한 인도는 혹 '모든 여행자가 한번쯤 꿈꾸는 여행지로의 인도'가 아니였나는 생각.


저자는 외교관이기에 여행자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인도를 말한다. 인도의 산업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나라 대기업이 인도에 정착 할 수 있던 이유도 설명해주는 식이다. 교육방식, 부동산을 비롯한 정치적 사안부터 세종대왕에 버금간다는 악바르 대제와 영화, 종교, 우리나라 대장금의 인기로 시작된 한류 열풍과 인도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앞으로 인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유수의 기업들이 물밑작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의 성공적 정착에 괜한 뿌듯함, 한국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의 한국어과 경쟁률이 엄청나다는 소식, 아시안 게임에서 인천과 경쟁을 했다는 사실.. 내가 모르는 인도가 책속에 있었다.


역시 인도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라임이 분명한가 보다. 책 제목처럼 '맛살라 인디아'. 여러 가지 재로를 배합해 자신만의 특유의 맛을 내는 음식, 종교, 문화를 가진 인도. 언제쯤 인도를 가볼지 모르겠지만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자의 눈으로만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인도 책을 다시 집어 들어야겠다. 십년 전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인도를 처음 만나게 해줬다면 '맛살라 인디아'가 새롭게 인도를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게 아닐까싶다. 열심히 책 빌려 보려면 반납일을 준수해야겠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아~ 내년엔 인도 가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희경.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TV없으면 금단현상 일어날 만큼 난 TV를 좋아한다.(학창시절 시험기간 나의 가장 큰 적은 졸음이 아니라 TV였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를 작가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야 시간 때우기지 뭐..' '드라마 작가가 뻔하지 만날 그렇고 그런 이야기.. 작가는 무슨 작가야~'라며 평가절하하는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를 본 친구가 열변을 토하며 재호(배용준분)가 어떻고, 신형(김혜수분)이가 어때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며 한참 줄거리를 읊었지만 시큰둥했다. 솔직히 몇 번 봤지만 싫었다. 스무 살의 삶이 벅찬 나에겐 드라마 보는 시간마저 우울해지긴 싫었다. 하지만 그 드라마의 작가가 노희경이란 건 기억했다.


그 후 그녀는 꾸준히 드라마를 썼고, 난 '우울한 드라마는 싫다'는 소신(?)으로 넘겼다. 그러다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여차저차 너무 힘들었던 그 때.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TV보다 책 읽다 취직자리 알아보는 게 전부인 생활의 연속. 청소한다고 걸레로 방을 닦고 있는데 드라마가 시작했다. 무심한 듯 틀어놓고 청소를 계속했는데 '이거 뭐야?'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배종옥이 주인공이였다. 세련된 그녀가 뽀글머리에 월남치마를 입은 어리숙한 옥희로 나오자 호기심 발동. 그냥 봤다. 계속 봤다. 솔직히 재미없었다. 옥희와 바람둥이 상우의 사랑엔 설렘도 환타지도 없이 짜증만 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다. 옥희가 눈물 흘릴 땐 나 역시 통곡을 하며 울었고, 세상을 원망했다. 왜 그들에겐 그 흔한 사랑조차 쉽지 않는 거냐고.. 왜 멋진 차를 타고, 돈이 많아야만 사랑 할 수 있는 거냐고 원통해하며 그들을 응원했다. 불륜드라마 짜증나서 싫다던 내가 상우와 옥희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빌다니 사람 마음 너무 간사하지 않은가. 불륜은 어느 상황에서건 안 된다는 나였는데 고작 드라마 한편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작가 노희경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려한 시절><고독><꽃보다 아름다워><굿바이 솔로> 최근작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노희경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시청한다. 그녀의 초기작은 일부러 찾아서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거짓말><우정사>보다 난 그래도 <바보 같은 사랑>이 더 좋다.


각설하고 드라마는 더 이상 무언가를 희생하고 볼만큼 내 삶에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습관처럼 TV소리가 안 들리면 섭섭하니깐 무심히 틀어놓고, 내 할 일을 할 뿐인데 그녀의 작품은 대사 하나 놓치면 큰일 날 듯 집중하게 되고, 다음날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며 드라마 속을 허우적 된다. <그사세>가 끝나 무슨 낙으로 사나 싶었는데 에세이집이 나왔단다. 너무 좋았다.


노는 토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책을 펴들었다. 따끈한 호빵과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느긋하게 누워 책읽기 시작. 그녀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엄마이야기. 그녀가 왜 그리 엄마란 존재에 가슴아파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한 글. 괜히 우리 엄마 생각에 눈물 찔끔 났다. 그 밖에 아버지와 화해한 일, 첫 사랑, 함께한 연기자들, <그사세>의 너무 좋은 나레이션이 담겨있었다. 몇 번 울고, 몇 번 책을 덮고 멍~하게 있을 만큼 그녀의 글은 너무 좋았다. 나레이션을 읽을 땐 극중 지오와 준영이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혼자 킥킥거리기까지 하면서..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혼자라서 그것도 우중충한 날이라서 더 좋았던 그 아침 그렇게 난 책을 읽고 자버렸다.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드라마가 환타지일 필요는 없으며 평범한 삶에 초점을 맞추는 드라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는 없을테지만 그녀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왠지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힘이 생긴다. 힘들고, 고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부단히 아파하고, 그 아픔을 겁내지 않는 힘. 그것이 노희경표 드라마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물론 그녀도 말했지만 가벼움을 무시하고, 무거움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시선이 따뜻했으면 하는 의미쯤이라고 해두자.) 부디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란다. 물론 책은 드라마의 감동만큼은 아니라 살짝 아쉽기도 했다.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브라운관이 아닌 문자로 그녀를 만날 수 있어 새로웠다. 어떤 이야기속 인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가와 독자로 일대일로 만날 수 있어 팬의 입장에선 좋았다. 하지만 좀더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일러스트가 담긴 예쁜 책도 좋치만 지금까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노희경의 팬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드라마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새로움~ 게다가 <그들이 사는 세상>을 좋아했다면 주옥같던 나레이션이 모두 담겨져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놀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참으로 혼자이길 두려워하는 인간이였다. 혼자라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서워 적응이 몹시도 안 되던 불완전한 인간. 그랬기에 '과연 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란 걱정이 온 몸을 휘감았던 게 불과 2년 전이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혼자임을 즐기게 되었다. 참.. 인생이란 건 이래서 재미있나 보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으니깐~ 요즘은 혼자인 게 너무 편해서 오히려 살짝 걱정이 되는 걸 보면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몇 마디로 단정짓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게 아닐까 싶다.

시작은 그랬다. 이십대의 질풍노도(이십대에 사춘기를 겪는 사람은 나밖에 없나? 난 너무 심심한 10대를 보내고, 20대에 뒤늦은 사춘기로 인해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말이다.)를 겪으며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해 틈이 생겼던 1년 동안 혼자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해봤었다.(친구들은 회사에 있을 시간이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할 수 밖에..)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을 찾아 자리를 잡고, 미친 듯이 공부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태한 내 삶을 반성하며 공부했던 순간, 점심시간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잡지를 뒤적거리던 순간, 용기내서 식당 문을 열고 혼자 들어가던 순간, 할 일없이 걷다 문득 보이던 극장 앞에서 표를 끊고, 햇빛 쏟아지는 창 아래서 책 읽으며 기다리던 순간, 눈부시던 4월 기차의 떨림을 느끼며 음악 듣던 순간, 버스가 반대방향 출발해서 황당해하며 당황했던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사실 혼자라서 문제 될 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도서관에서 혼자뿐이니 공부만 할 수밖에 없었고, 편의점에선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너무 많았으며 식당 손님들은 자기 밥 먹기에 바빠 날 쳐다보지도 않았고, 영화에 100%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으며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감상 할 수 있어 행복했고, 버스에서 내려 다른 버스를 타고 오면 그만 이였다.

아마 이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을텐데 읽는 동안 너무 재밌었다. '아~ 이런 것도 있네. 아~ 다음에 이거 한번 해봐야지. 음.. 나만의 커피숍? 커피숍?? 어디가 좋을까..'라며 혼자 놀기 목록을 만들고 있는 내 모습. 그래 혼자 놀기는 남과 더 재밌게 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게 느껴지고, 어느 누구도 위로가 안 되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오는데 그럴 때 나를 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자기를 온전히 충전해야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거니깐..

그럼 이쯤에서 나만의 혼자 놀기(놀기라기 보단 해보고 싶은 것들 목록이다) 목록을 적어보자면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여행하기, 한 번도 보지 못한 연극관람(지방에서 연극보기는 너무 힘들다. 제일 앞자리에서 꼭 관람하고 싶다.), 자격증 따기(뭔가를 공부하고, 성과를 얻었을 때 희열이 너무 좋다. 당장 필요치 않은 자격증이라도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으니 자신감 충만!!), 피아노 배우기(언젠가부터 나의 로망 피아노 연주. 비록 긴 손가락은 아니지만 피아노 치고 싶다. 디지털 피아노 구입하기 위해 자금도 모을 예정~ 생각만으로도 행복!!), 책 70권 읽기(100권 목표 세웠다 좌절했으니 일단은 좀 낮춰 성공의 기쁨을..) 등등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20대가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를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느냐, 왜 남들만큼 못하냐..' 며 남들과 비교하기 급급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가 참 좋다. 이젠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내가 행복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사는 법을 알기에.. 30대여 영원 하라~~~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혼자서도 이렇게 많은 놀거리가 있다니.. 이젠 심심할 겨를이 없겠다!! 현대인들이 일상에 지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고, 막연히 두려워하는데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혼자 놀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봄으로써 나를 알아가는 소중함을 잡아보자. 뭐 그 정도..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여성들.. (물론 남성들도 무방해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p127 

어른들의 이야기를 착실히 들으며 바른 길로 들어선 지금의 내가 받은 보상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르겠다'는 방황이다. 항상 누군가가 선택해 주었고 올바른 길을 알려주었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충고 없이는 알지 못한다. 그 속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을 모른다. 모든 선택 앞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내비게이션은 없다. 있다고 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갈 것이다. 그러려면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부터 알아차려야 한다. 끊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마음 속 소망 이야기를 혼자 조용히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