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희경.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TV없으면 금단현상 일어날 만큼 난 TV를 좋아한다.(학창시절 시험기간 나의 가장 큰 적은 졸음이 아니라 TV였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를 작가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야 시간 때우기지 뭐..' '드라마 작가가 뻔하지 만날 그렇고 그런 이야기.. 작가는 무슨 작가야~'라며 평가절하하는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를 본 친구가 열변을 토하며 재호(배용준분)가 어떻고, 신형(김혜수분)이가 어때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며 한참 줄거리를 읊었지만 시큰둥했다. 솔직히 몇 번 봤지만 싫었다. 스무 살의 삶이 벅찬 나에겐 드라마 보는 시간마저 우울해지긴 싫었다. 하지만 그 드라마의 작가가 노희경이란 건 기억했다.


그 후 그녀는 꾸준히 드라마를 썼고, 난 '우울한 드라마는 싫다'는 소신(?)으로 넘겼다. 그러다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여차저차 너무 힘들었던 그 때.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TV보다 책 읽다 취직자리 알아보는 게 전부인 생활의 연속. 청소한다고 걸레로 방을 닦고 있는데 드라마가 시작했다. 무심한 듯 틀어놓고 청소를 계속했는데 '이거 뭐야?'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배종옥이 주인공이였다. 세련된 그녀가 뽀글머리에 월남치마를 입은 어리숙한 옥희로 나오자 호기심 발동. 그냥 봤다. 계속 봤다. 솔직히 재미없었다. 옥희와 바람둥이 상우의 사랑엔 설렘도 환타지도 없이 짜증만 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다. 옥희가 눈물 흘릴 땐 나 역시 통곡을 하며 울었고, 세상을 원망했다. 왜 그들에겐 그 흔한 사랑조차 쉽지 않는 거냐고.. 왜 멋진 차를 타고, 돈이 많아야만 사랑 할 수 있는 거냐고 원통해하며 그들을 응원했다. 불륜드라마 짜증나서 싫다던 내가 상우와 옥희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빌다니 사람 마음 너무 간사하지 않은가. 불륜은 어느 상황에서건 안 된다는 나였는데 고작 드라마 한편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작가 노희경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려한 시절><고독><꽃보다 아름다워><굿바이 솔로> 최근작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노희경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시청한다. 그녀의 초기작은 일부러 찾아서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거짓말><우정사>보다 난 그래도 <바보 같은 사랑>이 더 좋다.


각설하고 드라마는 더 이상 무언가를 희생하고 볼만큼 내 삶에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습관처럼 TV소리가 안 들리면 섭섭하니깐 무심히 틀어놓고, 내 할 일을 할 뿐인데 그녀의 작품은 대사 하나 놓치면 큰일 날 듯 집중하게 되고, 다음날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며 드라마 속을 허우적 된다. <그사세>가 끝나 무슨 낙으로 사나 싶었는데 에세이집이 나왔단다. 너무 좋았다.


노는 토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책을 펴들었다. 따끈한 호빵과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느긋하게 누워 책읽기 시작. 그녀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엄마이야기. 그녀가 왜 그리 엄마란 존재에 가슴아파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한 글. 괜히 우리 엄마 생각에 눈물 찔끔 났다. 그 밖에 아버지와 화해한 일, 첫 사랑, 함께한 연기자들, <그사세>의 너무 좋은 나레이션이 담겨있었다. 몇 번 울고, 몇 번 책을 덮고 멍~하게 있을 만큼 그녀의 글은 너무 좋았다. 나레이션을 읽을 땐 극중 지오와 준영이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혼자 킥킥거리기까지 하면서..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혼자라서 그것도 우중충한 날이라서 더 좋았던 그 아침 그렇게 난 책을 읽고 자버렸다.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드라마가 환타지일 필요는 없으며 평범한 삶에 초점을 맞추는 드라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는 없을테지만 그녀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왠지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힘이 생긴다. 힘들고, 고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부단히 아파하고, 그 아픔을 겁내지 않는 힘. 그것이 노희경표 드라마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물론 그녀도 말했지만 가벼움을 무시하고, 무거움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시선이 따뜻했으면 하는 의미쯤이라고 해두자.) 부디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란다. 물론 책은 드라마의 감동만큼은 아니라 살짝 아쉽기도 했다.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브라운관이 아닌 문자로 그녀를 만날 수 있어 새로웠다. 어떤 이야기속 인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가와 독자로 일대일로 만날 수 있어 팬의 입장에선 좋았다. 하지만 좀더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일러스트가 담긴 예쁜 책도 좋치만 지금까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노희경의 팬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드라마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새로움~ 게다가 <그들이 사는 세상>을 좋아했다면 주옥같던 나레이션이 모두 담겨져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