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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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소설은 《진이, 지니》 빼고는 다 만났습니다. 소설이 아닌 다른 건 못 봤지만. 이 책 《완전한 행복》을 볼 때는 《7년의 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어딘가 비슷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뭔지. 같은 작가 소설이어서 그랬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다 본 느낌은 ‘무섭다’예요. 이야기는 끝났지만, 신재인과 지유 그리고 차은호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됩니다. 신재인과 지유는 좀 나을 것 같지만, 차은호는 남은 삶을 빈 껍데기로 살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거기 나온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더 생각하다니. 이 책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야.”  (112쪽~113쪽)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자 있었지요(얼마전에도 있었군요). 저는 그 사람 이야기 제대로 안 봐서 잘 모릅니다. 누군가를 죽였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온 신유나와 다 같지는 않겠지요. 신유나는 무섭습니다. 그런 사람한테 남자는 잘 넘어가지요.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건 시간이 흐른 뒤에 깨닫죠. 실제도 그럴지 소설속에서만 그럴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지 않을지도. 저는 그런 사람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는다 해도 마음 안 좋은 사람과 아주 인연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행복에 집착하는 사람 있을까요. 그것도 ‘완전한 행복’을. 그런 건 없는데. 신유나는 억지로라도 그걸 만들려고 해요. 아니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없애야 한다 여기는군요. 그런 일은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었습니다. 신유나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언니인 신재인이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엄마가 아플 때 신재인은 부모와 살았지만 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어요. 어릴 때 부모와 살지 않았다고 사람이 이상해지기도 하는지. 부모는 그 일을 미안하게 여기고 유나 말은 뭐든 들어줬군요. 그게 문제였을까요. 부모가 아이와 좀 더 이야기하고 좋고 나쁜 것을 알려줬다면 유나가 괜찮았을지. 유나는 처음부터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이코패스가 다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닐 거예요. 유나는 자신을 버린 사람은 용서하지 않았어요. 버렸다기보다 떠나간 건데. 그런 사람이 부모여도. 다행스러운 건 거기에 친구는 들어가지 않았네요. 지금 생각하니 유나 여자 친구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딸은 있었어요. 지유. 처음에 지유는 엄마 말을 잘 지키려 하지만, 갈수록 엄마를 의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도 다행이지요. 지유가 유나와 함께 오래 살지 않은 것도. 지유가 유나와 살면서 자랐다면 지유도 유나처럼 됐을 것 같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했군요. 사람은 가까운 사람한테 영향을 받겠지만, 꼭 똑같아지지는 않기도 합니다.


 유나가 바란 게 정말 완전한 행복이었을지. 행복은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유나는 자기 입맛에만 맞는 걸 바랐군요. 사람은 다 다르고 자기 생각이 있는데. 많은 사람은 그걸 알겠습니다. 유나는 자신을 중심에 두어서 잘 모르고 자신이 중심이 아닌 건 생각도 못했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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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17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를 다시 보니 좀 무섭네요. 특히 피부 색깔이...
어린 시절의 안좋은 기억때문에 완전한 행복을 꿈꾼게 아닌가 싶네요~!!

희선 2023-10-18 02:41   좋아요 1 | URL
식구인데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 않는 모습이네요 피부가 형광 분홍이라니...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걸 잘 넘기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10-17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넘 좋게 읽었는데, 종의 기원이 엄청 무섭더라고요.
그 책 읽고 얼마동안 힘들어 그 다음엔 읽지 않고 있어요.
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코패스가 많고 어쩌면 점점 더 많아지는지도 모르겠어요.

희선 2023-10-18 02:43   좋아요 2 | URL
사이코패스가 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정치 하는 사람에 그런 사람 많다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 그럴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를 조종하려고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시오패스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희선

서니데이 2023-10-17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으면 살인이나 큰 사고 등이 등장하면서 스릴러 장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이 책 이전에 나온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이 책도 읽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네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10-18 02:45   좋아요 2 | URL
정유정 작가가 이런 스릴러 느낌이 나는 소설만 쓴 건 아니기도 해요 청소년 소설도 썼더군요 예전에 잘 모르고 보기는 했는데, 나중에 그걸 정유정 작가가 썼다는 거 알고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소설가는 어떤 거든 쓰려고 하면 잘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주에 많이 쌀쌀해진다고 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 많아도

별과 별 사이는 아주 멀어요


별은 홀로 태어나고

홀로 떠나요


처음부터 혼자인 별은

쓸쓸함을 몰라요


별이 쓸쓸해하지 않아도

별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쓸쓸하게 여깁니다

그건 쓸쓸한 사람 마음이네요


언제까지나 별이 쓸쓸함을 몰랐으면 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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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1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립백 가을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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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드립백 가을하다>다니 예쁘네요. 길을 걸으면 단풍이 조금씩 보이기도 해요. 가을에 마시는 커피 맛있죠. 바람이 차가워져서 가을이 얼마 남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십일월도 가을인데. 가을, 드립백 커피와 함께 보내야겠네요. 선물하고 받기도 했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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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쉬지 않고 날았어요

어딘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내려앉을 나무가 보이지 않았어요


새가 나는 곳은 끝없는 바다였어요

배라도 있다면,

새는 생각했어요


갈수록 새는 힘이 빠졌어요

얼마나 더 가야 쉴 수 있을지……


지친 새가 바다로 떨어질 때

고래가 바다 위로 떠올랐어요

새는 잠시 고래 위에서 날개를 쉬었어요


고래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려 하자

새는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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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0-16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시예요.
새가 날갯짓이 고단해서 쉬고 싶을 땐 배를 타고 가면 좋겠어요.^^

희선 2023-10-17 02:27   좋아요 0 | URL
배에서 쉬는 새도 많을 거예요 사람이 그런 새 쫓아내지는 않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뭐든 힘들 때 마음 편히 쉴 곳이 있으면 좋겠네요


희선

2023-10-16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7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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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맨 앞에 보이는 빨간색 석류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군. 로봇 손 같은 건 여기 담긴 소설과 조금 다르게 보여. <릴리의 손>에 나온 손은 사람 손과 똑같다고 했거든. 이 책 《트로피컬 나이트》에는 단편 여덟편이 담겼어. <할로우 키즈>가 가장 짧군. 유치원 핼로윈 행사 때 사라진 아이 이야기를 하는 거야. 여기에선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는데, 어쩌면 거기엔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재이 부모는 재이를 유치원에 늦게까지 맡겨두고, 정장을 입은 어머니와 술 냄새를 풍기는 아버지가 데리러 왔다고 해.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 걸까. 이건 그저 내가 떠올린 것일 뿐이야. 여기에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건 아니기를 바라.


 혼자 살다 혼자 죽는다면 쓸쓸할까. 사람은 죽으면 남이 뒤처리를 해줘야 하지. 그런 거 해줄 사람이 없으면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겠지. 지금은 그런 일 자주 일어나기는 해. <고기와 석류>에서 옥주도 남편이 죽고 그런 운명을 맞았을지도 모를 텐데. 옥주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그것을 집에 들이고, 언젠가 자신이 죽은 뒤에 그것이 자신을 먹으리라 생각했어. 고기를 바라는 그것 눈이 빨간색 석류처럼 보여서 옥주는 그것을 석류라고 해. 가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과도 마음을 나누지. 석류는 반려동물도 아닌데. 옥주는 암인가 봐. 석류와 함게 살고는 옥주는 살려고 해. 옥주는 자신을 잡아 먹을지 모르지만 석류가 있어서 살 마음이 생긴 거 아닐까.


 세번째 이야기 <릴리의 손>에서는 세상 곳곳에 틈이 벌어지고 사람이 거기에 빠지기도 했어. 틈에 빠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다른 곳으로 가지. 하지만 잘못하면 죽기도 했어. 틈에 빠진 사람은 지난날이나 앞날로 가는가 봐. 그렇게 가기만 하면 좋을 텐데 기억이 사라져. 이건 그리 좋지 않지. 틈을 지나 다른 곳에 간 사람은 기억을 잊어도 가끔 그리워해. 알지도 못하는 것을. 연주와 릴리 이야기 조금 쓸쓸하게 보여. 한사람은 잊어도 한사람은 기억하니 조금 나을까. <새해엔 쿠스쿠스>는 가장 많이 현실과 닮은 이야기야. 엄마가 딸을 자기 멋대로 기르려고 하는 모습이 나오거든. 엄마와 고모가. 유리와 연우는 사촌 사이로 연우는 뭐든 잘했어. 잘한다고 해도 엄마 때문에 힘들었어. 유리도 다르지 않았는데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어. 연우는 결혼식 날 사라지고 유리는 힘든 학교 일을 그만둬. 그 학교는 엄마가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곳이야. 유리가 당한 여러 가지 일을 엄마한테 말했는데도 엄마는 참으라고 해. 유리와 연우가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해서 다행이야. 앞으로는 둘 다 엄마한테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살겠어.


 지금보다 시간이 흐른 앞날엔 미세먼지가 더 심해지고 먼지 바람이 나타나기도 할까. <가장 작은 신> 속 세상에선 바깥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해.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 하다니. 수안은 먼지 바람이 생기고 두해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았어. 집 밖에 나오지 않고도 살다니. 물건은 택배로 받았어. 코로나19가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세상이지. 수안은 밖에 나가지 않아도 택배 일을 하는 사람은 있군.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수안을 고등학교 동창 미주가 찾아와. 미주는 수안이 걱정돼서 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수안한테 물건을 팔고 다단계 회사 영구회원으로 만들려고 다가온 거였어. 수안이 속는 건가 했는데, 수안은 그걸 알면서도 미주가 찾아오는 걸 기다려. 혼자 지내는 게 쓸쓸했던 걸지도. 미주는 수안을 속이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수안을 그만 만나려고 했어. 수안은 미주와 연락이 잘 안 되자 미주를 걱정하고 미주를 찾으려고 집 밖으로 나와.


 누가 걱정된다고 해도 어디 있는지 알아야 구하든지 할 텐데. 다행하게도 수안은 미주를 구해. 하지만 나쁜 건 다시 찾아온다고 해. 그거 바이러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나쁜 꿈과 함께>에서 몽마는 은성 꿈에 찾아가고 몸이 뜯긴 곰인형이 돼. 은성은 그런 곰인형을 꽉 안아. 몽마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기분이 이상했어. 은성한테 마음 쓰던 몽마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지 않고 다시 은성한테 가.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은 SF군. 외계고양이가 지구에 왔다는 설정이고 외계고양이 별에 큰일이 일어나서 지구를 떠나는 거야. 외계고양이가 큰일을 해결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면 좋겠군. <푸른 머리칼 살인마>는 <푸른 수염의 아내>를 새롭게 쓴 것 같아.


 여기 담긴 소설은 거의 읽고 나면 마음이 따듯해지는 거군. 끝이 다 좋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야. 릴리와 연주는 멀리 떨어졌지만. 사람한테는 한사람이라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좀 낫겠지. 그 사람이 가까이 있지 않다 해도.




희선





☆―


 이야기가 끝날 때면 고모는 엄마가 일부러 골라 내놓은 무른 배를 포크로 찍으며 늘 이렇게 말했다.


 “연우는 내가 만든 작품이야.”


 연우에게 내 인생을 다 갈아 넣었다고.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새해엔 쿠스쿠스>에서, 127쪽)



 “네가 사립학교 일이 처음이라서 그래. 부장 비위 좀 잘 구슬려서 맞춰보렴. 이사장 조카라며. 학교 이사장이 이 일대 유지란다. 한번 말뚝 박으면 평생 교사 소리도 듣고, 그거보다 괜찮은 직장이 없어. 지금은 힘들어도 다 빛 볼 날이 있다. 엄마가 너한테 들인 게 얼만데 아무 일이나 하면 안 되지.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참고 극복할 줄도 알아야 해. 넌 할 수 있어. 우리 유리,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건 내가 지금껏 느꼈던 어떤 감정보다도, 가장 강렬하고 커다란 배신감이었다.  (<새해엔 쿠스쿠스>에서, 138쪽~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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