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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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한테는 써야 하는 것이 있을까. 쓰고 싶지만 쓸 수 없어서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이야기. 가끔 그런 말을 하는 글을 봤다. 보통 사람은 어떨까. 나는 딱히 쓰고 싶지만 쓰지 못한 건 없다. 나는 그렇구나. 난 쓸거리가 떠오르기를 바란다. 쓰고 싶은 게 있는 게 더 낫겠다. 한동안 생각했던 건 벌써 썼다. 대충. 난 그냥 쓰는 사람이니 아주 잘 써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래서 잘못 읽히기도 하는 걸까. 나도 내가 빼놓는 게 많다는 거 안다. 그런 걸 더 생각하고 써야 하는데. 자꾸 쓰면 늘어지고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안 쓴다. 사실은 게을러서. 어쩌면 글은 쓴 사람 마음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소설을 보고 글쓰기를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잘 써 보려고 해야겠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지. 그런 말을 하면 그렇게 되려고 애써야 하니 아예 말 안 한다. 이런 내가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황정은 소설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았다. 이번이 네번째인가 보다. 그래도 <d> 앞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웃는 남자>는 만났다. <d>도 처음에는 ‘웃는 남자’였던 것 같은데. 단편 웃는 남자에서 남자는 자신을 방 안에 가뒀는데(그때는 도도였던가), 여기에서 d는 집 안에서 나온다. dd가 죽고 얼마 동안은 방에만 있었지만. 집을 나오고 d는 본래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자신을 방어하는 걸지도. 예전에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여소녀를 보고 여자라 생각했는데 남자였다. 남자라고 해서 여성 중성 이름을 쓰지 못할 건 없기는 하다. d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말을 잘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것보다 d한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d가 레코드판 들을 것들을 사려고 했을 때 난 d가 고시원에 산다는 걸 잊었다. d가 그걸 고시원에 가지고 가서 들을 때 생각났다. d는 그곳에서 음악을 듣고 옆방 사람이 자신이 있다는 걸 안다고 느꼈다. 고시원에는 사람이 많지만 마주치지 않는다고 한다. 고시원만 그런 건 아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첫번째 소설 <d>는 d가 dd를 잃은 개인의 슬픔에서 많은 사람 슬픔으로 커진 듯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광화문 광장 촛불 시위. 이건 다음 소설로 이으려고 넣은 걸까. 시간의 흐름,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세운상가.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거의 인터넷으로 산다. 세운상가는 그런 물건이 잠시 머물다 가는 창고가 되기도 했다. 다시 상가에 사람이 오게 하려 한다고 하지만 잘 될까. 예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많은 게 바뀌었으니. d와 dd만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제목은 <d>구나. 그렇다 해도 d한테 dd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걸로 마음에 살게 하라 하지만 그 말 쉽지 않다. d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아주 사라지는 것으로 여긴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는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다음 이야기는 <d>보다 조금 긴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다. 소설 제목은 이런데 말이 무척 많다. 지금까지 본 황정은 소설과 달라 보이기도 한다. 이건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말하니. 페미니즘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 <d>에도 dd와 d 엄마는 아들만 생각하는 부모 때문에 힘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처음 나온 건 1996년인가. 연세대에서 김소영(나)과 서수경이 만나고 스무해 동안 함께 살았다고 한다. 제2차 세계전쟁, 홀로코스트, 동성애, 1980년대, 세상에 절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츠바이크와 아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그리고 광화문 광장 촛불 시위.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대통령에서 물러난다. 2017년 3월 10일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생각하는 걸지도. 여기에 무슨 뜻이 있는 걸까.

 

 세상은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조금씩 바뀌었다. 지금도 조금씩 바뀌고 있을 거다. 그렇다 해도 아직 여전한 것도 많다. 여자는 남자하고 결혼해야 한다 같은. 어느 시대를 살든 힘들기는 마찬가진데 윗세대는 아랫세대한테 뭐가 힘드냐고 한다. 윗세대는 전쟁이 없고 굶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겠지. 사람이 먹고 살기만 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것도 생각하지 않을까. 그게 좋은 거면 좋겠다. 지금 물질은 넉넉해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굶주리지 않았나 싶다. 남녀차별은 여전하고 동성애자를 안 좋게 보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밖에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 장애인보다 비장애인 중심인 세상. 김소영 아버지나 엄마는 자신이 불쌍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할까. 난 그런 말할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구나. 자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없지만. 세상은 비장애인이나 결혼한 사람 중심이다. 그것도 바뀌어야 할 텐데.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겠구나. 그냥 안 보이는 데서 조용히 살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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