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페트로스키 선집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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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제부터 글을 썼을까.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그리고 문자를 발명한 다음에 글을 썼구나. 언젠가 본 책에서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정착생활을 하고 난 다음에 기록을 하게 됐다고 한 것 같다. 그런 거 대충 아는구나.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닐지도.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잘 몰라도 괜찮겠지. 인류가 문명을 만든 건 200만년 됐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 재미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욕심 욕망이 많기도 하다. 그러면서 남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도 사람이 발명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동굴에는 무엇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돌 같은 데 그림을 그렸을 테니 단단하고 뾰족한 걸로 그렸겠지. 그건 동물뼈였을지. 철을 알게 되고는 철을 못처럼 뾰족하게 만들어서 그렸겠지. 그건 글을 쓰는 것이 되기도 했겠다.


 이번에 본 책 제목은 《연필》이다. 내가 연필을 쓴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으로 한글 공부할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연필과 샤프펜슬 가끔 볼펜도 썼다. 중학생 때부터는 연필은 거의 안 썼다.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는 연필로 공부할까. 하겠지. 어렸을 때 난 둥근연필을 많이 썼다. 그때 이상하게 둥근연필보다 육각연필이 쓰고 싶었다. 둥근연필이든 육각연필이든 값은 같았을 텐데, 난 왜 둥근연필을 썼을까. 엄마가 그걸 사다줘서 그랬겠지. 육각연필 쓰고 싶으면 내가 사서 쓰면 될 텐데 왜 못 샀을까. 지금 생각하니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크레파스보다 색연필이 갖고 싶기도 했다. 크레파스는 색칠하고 나면 끈적끈적하지 않나. 미술시간에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고 칠해도 다른 건 색연필로 칠하고 싶었다.


 연필을 쓰기 전에 철필로 글을 썼단다. 깃펜도 썼다. 잉크는 연필이 없을 때도 있었구나. 깃펜 멋지게 보이지만, 그때 사람은 쓰기 안 좋다고 여겼을지도. 깃펜을 많이 쓰면 새도 많이 잡았을까. 길에 떨어진 깃을 깃펜으로 썼을지. 이런 건 깃털 이야기 하는 데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철필은 잘못 쓰면 무기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연필이 없을 때도 글을 썼다. 연필은 흑연을 발견하고 만들었을지도. 이 연필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른단다. 이 책을 쓴 헨리 페트로스키는 목공 장인이나 가구 장인이 만들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살이 붙기도 하고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했겠지. 물건을 만드는 사람, 지금으로 말하면 공학자는 기록을 하지 않았다. 연필 만드는 법도 아는 사람만 알았다.


 지금은 어떤 물건을 만들면 특허를 내고 특허권을 가지겠다. 연필 특허권은 한사람한테 없었을지도. 신기하게도 사람은 비슷한 때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 콩테는 흑연과 점토를 섞어서 연필심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콩테라는 그림 도구 있지 않던가. 한때 숲에서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연필을 만들었다. 소로 아버지가 연필을 만들고 소로도 그걸 도왔다고 한다. 소로는 공학자기도 했단다. 하지만 소로는 더 좋은 연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미국 연필 질이 안 좋은 때도 있었다니. 미국도 처음부터 뭔가를 잘 만들지는 않았구나. 한국은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전쟁 뒤에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만든 것보다 미국 거나 일본 것을 더 좋아했다. 지금은 한국 게 더 좋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주 많아졌다. 난 한국에서 만든 거 쓰고 싶은데(종이로 만드는 건 거의 한국에서 만든 걸 판다. 편지지 공책 수첩 그런 거). 제2차 세계전쟁 뒤 예술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을 연필 만드는 것에서도 느꼈다.


 이 책 《연필》을 보다 보니 요즘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가 생각났다. 이 책이 나온 건 1989년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7월에 처음 나왔단다. 연필 한 가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니. 그것만 있는 건 아니구나. 산업혁명 뒤 연필은 기계로 많이 만들었을 텐데, 독일은 수공업이 더 많았던가 보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서 기계를 만들고 그걸로 연필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돈을 덜 쓰려고 유색인, 그것도 유색인 여성한테 일을 시켰단다. 예전에는 연필심이 자루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연필심을 넣지 않은 나무 막대만 판 일도 있었다. 그건 사기구나. 연필이 단순해 보이지만 지금처럼 만들기까지 시간 걸렸겠다. 뭐든 그렇구나. 아쉬운 건 연필 자루로 쓰는 삼나무나 나무가 많이 들고 흑연도 많이 사라졌다는 거다. 영국 컴벌랜드에서 처음 흑연을 발견했는데, 그건 아주 옛날에 다 썼다.


 인쇄술이나 종이를 발명해서 누구나 쉽게 책을 보게 됐다. 그건 좋은데 지구 자원은 끝이 있다. 사람이 쓰는 물건에는 나무가 참 많이 들어간다. 연필 쓰는 건 지구에 좋은 걸까. 잘 모르겠다. 나무 흑연 점토도 끝이 있을 텐데.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고. 텔레비전이 나오고 라디오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남았다. 연필도 사라질 거다 했던가 보다. 연필이 아니어도 쓸 게 많기는 하다. 하지만 연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이 나왔을 때보다 덜 쓸지 몰라도. 앞으로도 연필 쓰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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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07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볼펜을 사용하고 연필은 책에 밑줄을 그을 때만 사용해요.
연필이 좋습니다.^^

희선 2023-05-08 02:20   좋아요 0 | URL
볼펜으로 밑줄 긋기보다 연필로 긋는 게 더 좋겠습니다 저는 책을 깨끗하게 봐서 밑줄 거의 안 그어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책도 있어서군요


희선

scott 2023-05-07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 깎는 그 순간을 좋아합니다
여러 종류의 연필, 색연필이 있는데 쓰는 게 아까워서 연필 꽂이에 장식용으로 ㅎㅎ
손글씨는 쓰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연필을 쥐지 않는 날이 더 많네요 ^^

희선 2023-05-08 02:24   좋아요 1 | URL
연필 깎는 시간도 좋을 것 같네요 연필깎이로 깎는 것보다 칼로 깎는 게 더 좋죠 지금은 색연필 있어요 깎아서 쓰는 거예요 예전에 샀는데 자주 안 써서 다 못 썼습니다 색칠을 해야 할 텐데... 예전에 색칠하는 엽서 샀는데 다 못했어요


희선

새파랑 2023-05-07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은 책에 밑줄그을때에 특화된 필기구인거 같아요 ~!!

희선 2023-05-08 02:25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도 연필로 밑줄 그으시는군요 새파랑 님 책을 보면 밑줄이 많겠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3-05-07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필 씁니다. 연필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와 힘을 줘도 부러지지 않는 연필심의 촉감이 좋아요. 그래서 연필을 막 모으는데, 쓰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훠얼씬 빨라서 연필이 쌓여 있네요.

희선 2023-05-08 02:28   좋아요 2 | URL
초등학교 때는 거의 연필만 써서 연필이 빨리 닳은 것 같은데, 지금은 쓰기는 해도 잠깐 써서 조금씩만 닳아요 연필로 쓸 때 나는 소리도 좋네요 그런 소리도 들으면서 써야 할 텐데... 연필 사두면 쓰겠지요


희선

2023-06-0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짜툰 4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4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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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 시간은 잘 간다. 사람이 사는 시간과 고양이가 사는 시간은 좀 다르겠지. 고양이 시간이 훨씬 빨리 흐를까. 고양이뿐 아니라 동물은 거의 그렇겠다. 동물이어도 오래 사는 것도 있지만. 개나 고양이는 사람보다 짧은 시간을 산다. 동물은 그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생각하지 않겠지. 사람만이 시간을 아껴쓰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겠다. 동물한테는 동물 일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람과 살면서 달라진 거 많을 것 같다. 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중성화수술 해주는 사람 많겠지. 그렇게 하는 건 사람 마음대로일지 몰라도. 자손을 남기지 못해도 사는 동안 즐겁기를 바란다. 고양이는 여기저기 많구나. 고양이가 사라질 걱정은 없겠지. 또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못 살게 굴면 사라질 위기가 찾아올지도.


 예전에 우연히 《뽀짜툰》 8권을 보고 얼마전에 9권을 보고 앞에 것도 보기로 했는데, 이번 건 《뽀짜툰》 4권이다. 7권까지 보려면 앞으로 세권 남았다. 거기엔 뽀또와 짜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게 나오겠구나. 그거 어떻게 보나. 아직 뽀또와 짜구는 건강하다. 언젠가 헤어질 걸 생각하면 동물과 함께 살기 어렵겠지. 내가 그렇구나. 아니 꼭 그것 때문은 아니다. 내가 잘 해주지 못할 게 뻔하다. 채유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한테 마음을 많이 썼구나. 어릴 때는 잠 못 자면서 우유를 먹이고 애들이 즐겁게 놀 만한 게 없나 생각했다. 애들이라 하다니.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달랐다. 그래도 종이상자는 어느 고양이든 좋아하겠다. 종이상자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할까. 뭔가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느낄지. 이건 아니려나. 그저 고양이는 종이상자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해야겠다.


 네 마리에서 가장 위는 뽀또다. 그래서 뽀또 이름이 가장 먼절까. 짜뽀보다 뽀짜가 나아설지도. 짜구는 쪼꼬나 포비한테 밀린다. 짜구가 조금 만만하게 여기는 건 형제인 뽀또다. 뽀또와 짜구는 둘이 붙어 있을 때가 많다. 둘이 다정하게 함께 자기도 하지만, 투닥투닥 싸우기도 했다. 싸우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잔다. 그런 모습 참 귀엽다. 그림을 귀엽게 그렸구나. 채유리가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된 게 짜구고 가끔 뽀또도 봐주어서 둘이 함께 있는 건 괜찮았다. 뽀또가 처음에 함께 살던 사람을 만나면 아주 반가워했나 보다. 고양이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포비도 다른 집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전에 함께 산 사람한테 보인 행동을 채유리한테는 보이지 않았다. 포비가 다른 곳에 갔다 왔다 해도 잘 살아서 다행이구나. 먹을 게 있으면 괜찮을까. 그것만은 아닐 거다.


 언젠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쓴 글을 보니 고양이가 말을 한다고 했다. 동물도 동물 말이 있겠구나. 사람은 그 말을 못 알아듣지만. 동물은 사람 말을 알아듣기도 한다. 눈치를 잘 보는 걸까. 짜구와 쪼꼬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포비와 뽀또는 말을 많이 했다. 포비는 밥이나 간식 놀아달라고 하고, 뽀또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말을 했다. 혼잣말 잘 하는 고양이도 있겠지. 말하면서 노는 건가. 채유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알려고 했다. 그걸 뽀또 짜구 쪼꼬 포비도 알겠지. 난 이름을 다 쓰는데 채유리는 ‘뽀짜쪼포’라고도 한다.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기는 어려워도 이렇게 책으로 보는 건 괜찮다. 많은 사람이 그렇겠다. 요즘은 개와 고양이를 담은 동영상도 많구나. 우연히 그거 봤는데, 시간이 아주 빨리 가서 찾아보지 않기로 했다. 난 책이 좋다. 채유리는 예전에 기르던 동물 사진 찍어둔 걸 다행하게 여겼다. 기억은 희미해지지. 뽀또 짜구 쪼꼬 포비 이야기는 책으로 나와서 더 좋겠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냄새가 있기도 하다. 캡닙이나 마따따비(개다래나무).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마따따비에 빠져 풀어진 모습 좀 웃긴다. 마따따비는 포비를 폭력스럽게 만들었다. 뽀또는 커피나 치약과 귤 그리고 파스 냄새도 좋아했다. 짜구도 조금 좋아한다. 쪼꼬는 시큰둥하다. 포비는 그런 거 아주 싫어했다. 포비는 생선구이와 닭튀김 냄새를 좋아했다. 뽀또 짜구 쪼꼬는 거기에 반응하지 않다니 신기하다. 포비는 잠시 다른 집에 살 때 그걸 먹었던 걸지도. 고양이 꼬리를 잘라야 집을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나 보다. 그런 건 누가 만들어 냈을까. 고양이한테 꼬리가 있는 건 다 까닭이 있을 텐데. 이상한 말을 보고 고양이 꼬리 자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봤다.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오래 산다면 좋을 텐데. 이젠 이런 말 못하는구나. 뽀또 짜구 쪼꼬는 이제 세상에 없으니. 아니다, 이 책에서는 살아 있다. 그런 거 보는 게 어딘가. 지난번에도 같은 말을 했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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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5-04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들은 꼬리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냥이들 뽀짜툰 주인공들 냥이들 넘 사랑스럽네요😍

희선 2023-05-05 03:13   좋아요 2 | URL
개하고는 꼬리로 말하는 게 달라서 서로 다르게 알아듣는다는 말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요새는 개와 고양이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05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정말 잘 갑니다. 토요일이 그제 같은데 내일 또 토요일이라니...
일주일이 휙 휙~~ 지나갑니다. 그렇게 느껴질수록 시간이 소중해지네요.^^

희선 2023-05-06 02:27   좋아요 1 | URL
이번주는 더 빨리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1일과 어제 5일이 있어서... 다 쉬는 건 아니지만, 주말이 가면 바로 어버이날이네요 그날도 빨리 오는 것 같습니다


희선
 
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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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림이라는 이름이 한글이 아닐까 했는데 정말이네. 그것도 미술에서 말하는 말이었다니. 바림이 넌 그림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겠어. 그걸 생각하고 네 이름을 바림이라 지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너를 만든 작가는 생각했겠지. 그림, 난 그림을 잘 못 그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어린이는 누구나 여기저기 낙서를 한다고 하는데 다 그럴까. 어쩐지 난 그러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 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나는 노래를 지어서 부른 거야. 다른 건 생각 안 나도 그건 기억하다니. 노래 하는 거 좋아하기는 했어. 그뿐이야. 그걸 죽 해야지 하지도 않고, 초등학생 때는 합창부 연습 오래 하는 거 무척 싫었어. 바림이 넌 친구 해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술학원에 다녀서 너도 다녔구나. 해미는 그만뒀지만 넌 미술을 죽 했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고등학교 때는 입시미술을 하고. 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리는 것과 입시미술은 많이 다를 것 같아. 난 노래를 죽 하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어. 그저 음악을 좋아했지만, 별 재능도 없고 피아노도 잠깐만 배우고 말았어. 더 배우고 싶었는데. 더 배웠다 해도 고등학생 때 그쪽으로 가야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은 중요하겠지.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말이야. 해미가 편의점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처음에 넌 가지 않는다고 했다가 조금 뒤 해미를 뒤따라갔어. 눈이 와서 미끄러운 길을 걸어야 했는데, 넌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지도 않고 나갔지. 그러다 미끄러지고 손을 다치고 말았구나. 날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넌 손을 다쳐서 두주 동안 손가락을 움직이면 안 되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걱정도 하겠지만, 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구나.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돼서 그랬겠지. 넌 엄마한테 시골, 할머니가 살았고 지금은 이모가 사는 곳에 가겠다고 했구나. 겨울방학 제대로 보내고 싶다고. 어쩌면 그건 충동스럽게 말한 거였겠지만, 너한테 경진은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 곳이었어. 어릴 때라고 해도 거기에 오래 산 건 아니었군. 초등학교 1학년 때 여름방학을 보냈지. 그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한번도 가지 않았어. 할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가끔 갔을지도 모를 텐데.


 이모는 네 마음을 조금 알아주더구나. 그런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야. 사람이 다른 사람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만 해도 좋은데.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정말 쓸쓸해. 이런 말을 하다니. 바림이 넌 무척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난 그런 널 보고 이제 열아홉살인데 벌써 다 산 듯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어. 사람은 어떤 걸 하면 시간과 돈을 쓴 게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쉽게 그만두지 못해. 지금 생각하니 난 아예 그런 건 안 하는군. 하다 그만둘 만한 건. 돈이 없어서 그렇지 뭐. 아니 그런 나도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야. 돈을 버린 일도 조금 있어. 그런 걸 몇번 되풀이하다보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여기게 된 걸지도. 바림이 넌 나처럼 하지 않을 것 같아. 입시미술을 하다보니 그림이 싫어졌지만, 그게 아니면 여전히 좋아하잖아. 그렇지. 아직 모르겠다고.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해미나 이모는 참 대단한 것 같아. 그렇다고 해미나 이모가 결정을 쉽게 했다고 생각하면 안 돼. 사람은 다 다르지. 용기를 바로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기를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도 있어. 난 뒤군. 아니 용기를 내는 때가 있기는 할지. 이런 바보 같은 내 이야기를 하다니. 바림이 넌 시간이 걸렸지만, 네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했군. 아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린 것도 아니었어. 이제 열아홉살이잖아. 나이를 먹은 사람은 내가 열아홉살이면 뭐든 할 텐데, 할까. 난 그런 말 못해. 내가 지금 열아홉살로 돌아간다 해도 난 이리저리 헤맬 것 같아. 나이를 먹어도 다르지 않겠지. 슬프군. 바림아, 이런 말해서 미안해. 네 둘레에는 나보다 멋진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야. 이모와 해미 그리고 경진에서 만난 이레도 있군.


 사람은 다 자기 일은 아주 커 보이지만 다른 사람은 뭐든 척척 잘 하는 것 같기도 해. 바림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레가 너랑 같은 나이지만,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글도 써서 동화작가가 되었으니 질투가 나기도 했겠어. 이레가 글을 쓴 건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군. 그동안 글을 쓰고 응모했지만 여러 번 떨어지기도 했으니 말이야. 글을 한번도 안 쓰다 어느 날 글을 쓰고 상을 받는 사람도 있어. 그렇다고 그 사람이 하나도 애쓰지 않은 건 아닐지도 몰라. 쉽게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일지도. 그런 사람 보면 나도 그런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기도 해.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난 그런 말 못할 거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잘 할지 모르기도 해. 내가 나를 잘 모르는가 봐. 나도 아직 멀었군. 바림이 넌 열아홉살에 자신을 잘 봐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좋겠어.


 바림이 네가 지금은 그림 그만둬도 다시 할 날 올 것 같아. 대학이나 상을 받으려고 하기보다 그저 바림이 네가 하고 싶어서 할 날 말이야. 그게 더 좋지. 어린 넌 미술 이론을 하나도 몰라도 네 마음대로 그림을 잘 그렸어. 상상한 아이도 만들어냈군. 그건 자연이었지만. 그 아이를 잊었다니. 다시 기억해 내서 다행이야. 길은 하나가 아니고 하고 싶은 것도 하나가 아니겠지. 멀리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딘가에 갈 거야.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지. 바림이 네가 늘 즐겁게 살았으면 해.




희선





☆―


 “세상 모든 만물은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어. 이 나무들도 올곧게 보이지만, 그 뿌리는 이리저리 구불거리잖아. 암석하고도 부딪히고 다른 뿌리와도 뒤엉키고, 그러면서 물을 찾아 깊숙이 더 깊숙이 뻗어 내려가는 거잖아.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지.”  (173쪽)



 “후회? 후회는 회전목마 같은 거야. 끊임없이 되돌아오거든.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 하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지. 바림아,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결정한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한 일에 후회가 남을까 두려워하지 마. 그것마저 받아들여. 그리고 잊지 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지난번에 말했지. 술취한 등산객이 백오산 돌탑 무너뜨렸다고. 거기에 새 돌탑이 다시 생겼어. 그 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새로 쌓아 올린 거지. 본래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고 이 지난한 일을 되풀이하는 게 삶이야. 멈춰 서는 게 아니고 잠시 쉬어 가는 길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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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30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림이 미술용어이면서 바람, 바다의 사투리이기도 하네요.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데 손을 다치면 참 막막할 듯 한데~~
입시생은 하루에 10시간씩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그래도 바림이는 조금 쉬다가 다시 미술을 할 것인가, 다른 길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희선님은 노래 잘 하시는군요.
저는 노래도, 그림도 완전 꽝 입니다^^

희선 2023-05-01 01:09   좋아요 2 | URL
입시생은 하루에 열시간이나 그림을 그리다니... 그때 바림이는 그림을 그만두고 싶어했어요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친구는 쉬었다가 했는데 잘 하기도 했어요 자신은 오랫동안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거 같으면 안 좋겠습니다 입시가 좋아하는 것도 안 좋아하게 만드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손을 다쳐서 쉴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죠 자신이 그림을 처음 그리던 때, 그림을 좋아하던 때를 떠올리는 기회가 왔으니...

어렸을 때 노래 하는 거 좋아하기만 하고 보통이었어요 지금은 별로예요 안 해서... 오월이네요 페넬로페 님 오월 첫날 좋은 날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3-05-0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5-02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짝거리는 불꽃이 있는 표지가 예뻐요.
가끔씩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가 있는데, 학생시절의 이야기들은 재미있어요.
청소년기 지난지 오래되었지만 그 시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되어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있다면 수험생이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희선님, 5월이예요. 좋은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희선 2023-05-04 01:21   좋아요 1 | URL
지금은 청소년 소설이 따로 나오기도 하는군요 이것도 시간이 많이 지났겠습니다 저도 가끔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 봐요 그냥... 청소년이라고 청소년 소설만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이 아니다 해서 그걸 보면 안 될 거 없겠지요 사람은 어느 때든 자기 갈 길을 잃고 헤맬 것 같아요 그럴 때 책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면 좋을 텐데... 그런 거 찾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잘 못 찾아요

서니데이 님 오늘 지나면 어린이 날이네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뽀짜툰 3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3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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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 함께 살면 그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는 즐거움이 있겠다. 보기만 하면 안 되겠지만. 놀아주고 밥이나 간식도 줘야겠지. 고양이나 개가 여러 마리면 사람이 놀아주지 않아도 아주 심심하지 않겠지만, 한마리면 놀아줘야겠다. 그런 거 못하는 난 그냥 살아야지. 지난번에도 이런 말 했구나. 동물과 살면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다. 내가 나를 잘 돌보지도 못하는데. 바로 《뽀짜툰》 3권을 만났다. 앞으로도 이어서 볼지 잠깐 쉬었다 볼지. 빨리 보면 아쉬울 테니 잠깐 쉬었다가 나머지를 보는 게 좋을지도. 뽀또 짜구 쪼꼬 포비 이야기 재미있다. 책 제목 ‘뽀짜툰’은 뽀또와 짜구 이름에서 따 온 거구나.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책속에선 여전히 살아 있는 뽀또 짜구 쪼꼬다.


 이 책을 그리고 쓴 채유리는 엄마 아빠가 농장을 한 적이 있어서 동물을 좋아했다. 농장을 하다 농사를 짓게 됐나 보다. 채유리는 병아리를 좋아했는데, 병아리가 조금 크면 관심을 덜 가졌다. 병아리가 40~50일 자라면 닭이 되고 팔려도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다. 채유리가 어릴 때는 엄마가 닭을 잡기도 했다. 팔지 못하는 닭이나 남은 닭이었다. 엄마가 닭을 죽이고 손질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고, 엄마가 닭털을 뽑자 채유리도 그걸 따라했다.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게 그걸 했겠지. 동물, 고기가 되는 동물도 살았을 때는 괜찮아야 할 텐데. 좁은 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자라는구나. 지금은 고기가 어떻게 사람한테 오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른다. 다행하게도 난 고기 거의 안 먹는다. 아주 안 먹는 건 아닐지도. 가공 식품 먹기도 하니. 난 고기 별로 안 좋아한다. 채유리는 고양이와 살면서 동물을 더 생각하게 됐다. 그건 좋은 거겠다.


 겨울은 추워서 별로지만 눈이 와서 좋다. 이젠 지구온난화로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사는 곳은 눈이 많이 오기도 했는데,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부산도 바다와 가까운데. 부산은 눈이 비가 된다. 부산은 여름엔 많이 덥지 않고 겨울엔 많이 춥지 않아서 살기 괜찮은가 보다. 어릴 때 부산에 살았는데, 생각나는 건 별로 없다. 죽 거기에서 살았다면 눈 별로 못 봤겠다. 채유리는 겨울이면 눈이 오길 기다리기도 했다. 부산에 눈이 쌓일 만큼 온 적이 있는데, 포비는 그때 눈을 처음 보고 신기하게 여겼다. 채유리는 베란다에서 포비와 눈싸움을 했다. 포비는 눈을 던지지 못했지만. 그런 기억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 채유리 엄마 아빠가 비닐하우스를 할 때 눈이 많이 와서 식구들이 눈을 치웠는데, 비닐하우스가 내려앉기도 했다. 그때 엄마 아빠는 사람이 다치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긍정스럽구나. 그랬기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나아진 거겠구나.


 이 책 ‘뽀짜툰’을 보니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하는 행동이 웃겼다. 웃기고 귀여운. 채유리는 고양이 보면서 많이 웃었겠다. 쪼꼬는 방석을 물고 다니면서 자기 마음에 드는 자리에 놓고 거기에서 잤다. 그런 모습 보면 참 기특하겠다. 포비는 낚싯대 같은 걸로 채유리한테 놀아달라고 가지고 왔다. 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치지 않는 포비였다. 뽀또 짜구 쪼꼬는 채유리 식구가 밥을 먹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포비는 관심을 가졌다. 포비가 사람이 먹는 걸 다 먹지는 않고, 생선과 닭튀김은 달라고 했다. 채유리가 과자를 먹을 때면 가까이 와서 ‘나도 줘’ 해서 채유리는 포비가 먹어도 괜찮게 김을 구워서 같이 먹었다. 동물한테는 사람이 먹는 음식 주면 안 되지만, 먹고 싶다고 하면 안 주기 어렵겠다. 처음부터 그런 버릇을 들이지 않는 게 좋겠다.


 고양이 네 마리 적지 않다. 가끔 채유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고 고양이 임시보호를 해 볼까 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해선지 채유리는 진짜 새끼 고양이를 잠시 돌봐야 했다. 채유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어미를 잃고 우는 고양이였다. 어미가 다른 새끼는 데리고 갔는데 그 고양이는 데리고 가지 않았단다. 채유리는 엄마 아빠한테 곧 입양 보내겠다고 말했다.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는 병아리 소리 같기도 할까. 채유리는 그 고양이를 삐약이라 했다. 처음엔 다른 애들과 잘 지내지 못했는데 한주쯤 가니 나아졌다. 포비는 삐약이랑 잘 놀았다. 뽀또 짜구 쪼꼬는 새끼 고양이여서 봐주는 듯했다.


 아무리 고양이가 좋아도 다섯 마리는 힘들겠지. 채유리는 마음먹고 삐약이를 입양할 사람을 찾는 글을 블로그에 썼다. 곧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 집에 보내기로 했다. 뭐든 잠시 동안이어도 함께 살면 정이 들겠지. 채유리는 삐약이를 보낸 날 많이 울었다. 들어온 자리는 티가 안 나도 나간 자리는 티가 나겠지. 채유리가 삐약이라 한 고양이는 다른 집에 가고 김호랑이 되었다. 호랑이라니. 호랑이 아직 잘 살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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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4-27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서 이런 귀요미 스러움이 있는 줄 몰랐네요

저도 꼬꼬마 때 삐약이를 키웠었는데 학교 앞에서 사온 삐약이들은 오래 살지 못한채 죽었고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삐약이들은 닭으로 성장 했습니다

삐약이가 다른 집으로 가서 김호랑이 되었다는건 더이상 새끼냥에 깜찍함이 사라져서 겠죠 ^^

희선 2023-04-28 01:17   좋아요 1 | URL
고양이마다 다르겠죠 혼자 있으면서 가끔 사람한테 오는 고양이도 있고 늘 사람한테 놀아달라고 하는 것도 있겠습니다 자기들끼리 놀기도 하고... 8권에서 노는 모습 웃기기도 했어요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다니, 지금 생각하면 무책임한 일인 듯도 합니다 그런 병아리는 오래 살지도 못할 텐데...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요 어떤 사람은 그런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기도 했더군요 닭 수명도 꽤 긴데...

김호랑, 이름 재미있죠 동물한테도 성을 주다니... 지금은 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드립백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3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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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마시는 시간은 따로 없다. 그저 마시고 싶을 때 마신다. 아침 점심 밤. 지금 생각하니 아침엔 안 마시는구나. 마시기 싫어서가 아니고 그때 거의 깨어 있지 않아서다. 어두울 때 자야 하는데, 거의 날이 새고 잠을 잔다. 창피하구나.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는 사람 보면, 게으르게 지내는 내가 부끄럽다.












 이달에도 커피를 샀다. <드립백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3>이다. 이건 삼월에도 있었는데, 사월에 마셔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커피는 예전에도 나왔던가 보다. 난 처음 마신다. 늘 그렇지만 알라딘 커피는 누구나 마시기에 좋다(커피 안 맞는 사람은 이것도 안 되겠구나). 좀 연하게 마시고 싶은 사람은 물을 더 붓는 게 낫겠다. 나도 물 많이 붓는 건지도. 그렇게 연하지 않은데.


 포도의 달콤한 산미가 있다고 하는데, 산미 있구나. 포도의 달콤한 산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초콜릿 같은 바디감, 어쩐지 이건 그런 것 같기도. 흑설탕 같은 단맛도 아주아주 조금 느꼈다. 커피에서 느껴야 하는 게 많구나. 이런 거 쓰여 있지 않았다면 조금 신맛도 나고 단맛도 나는 커피다 했겠다. 예전엔 블랙커피는 쓰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젠 드립백 괜찮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뭘 더 넣으면 맛있을지 모르겠지만, 잘못 넣으면 맛을 망칠지도.


 그달마다 나오는 커피를 사면 스탬프 두개와 글을 남기면 다음달에 그달까지 써야 하는 적립금을 주었는데, 이달에 적립금이 없어서 왜인가 했다. 커피가 있는 곳을 찾아보니 거기엔 적립금이 아닌 스탬프를 준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이건 언제 바뀌었으려나. 그거 보고 투비컨티뉴드 때문에 스탬프로 바뀌었나 했다. 그거 보기 전에 이상하게 스탬프가 늘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스탬프가 많다. 그걸 커피 사는 할인 쿠폰으로 바꿔야 할지, 책 사는 할인 쿠폰으로 바꿔야 할지. 적립금은 기한이 한달이었지만 스탬프는 모았다가 쿠폰으로 바꾸는 거니 좀 낫겠다. 쿠폰으로 바꾸면 그것도 써야 하는 기한이 있지만. 적립금이든 스탬프든 그런 게 있어서 커피를 사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보다 커피를 좋아해서 산다고 해야 하는데. 커피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며 책 보거나 글쓰기 좋아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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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4-24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밭에 앉은 커피 드립백이 참 잘 어울립니다^^
저도 이달 초 드립백을 주문해서 야금야금 마시고 있어요. 드립백 봉지 뜯었을 때 나는 커피향이 언제나 기분 좋아요. 스탬프가 2개 주는 경우도 있고 행사면 4개 주기도 하고 일반적으로는 1개더라구요. 10개 모으면 주는 적립금이나 쿠폰 중에 반반 확률로 사는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커피를 다 좋아하는 듯합니다*^^*

희선 2023-04-25 02:28   좋아요 1 | URL
사월 마지막 주 첫날도 다 갔네요 드립백에 꽃이 있어서 실제 꽃하고도 잘 어울리죠 저는 게을러서 드립백 어쩌다 한번 마시는군요 알라딘에 커피가 있어서 마시게 되기도 했습니다 거의 이달 커피만 삽니다 아주 가끔 괜찮다 싶은 거 산 적 있기도 하군요 그것도 그렇게 많지 않네요 10그램보다 12그램이 훨씬 좋은 듯합니다 드립백은 값이 오르지 않았는데 그렇게 늘렸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4-24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게 주무시는군요. 저도 밤12시쯤 잘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11시가 되기 전에 자려고 누워요.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서 하루가 길기도 하고, 일찍 잠자는 게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긴 정말 싫은데 오늘은 토스트에 치즈 얹고 커피 마셔야지, 그러면서 일어났어요.
커피 마실 생각으로 아침을 먹을 때도 많고요. 커피가 있어 그나마 아침에 누워 있는 시간이 줄어드네요.
커피 너무 좋아합니다. 커피 종류가 많은데 맛없는 커피가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커피만큼 맛있는 걸 발명하는 사람이 있으면 노벨상 줘야 할 듯...ㅋㅋ

희선 2023-04-25 02:34   좋아요 1 | URL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서 좋지요 저는 오랫동안 늦게 잤더니 일찍 자면 오래 못 자고 새벽에 깨요 밤에 일어나 있을 때가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자기한테 맞게 하면 괜찮겠지요

커피와 토스트, 아침에 그걸 먹을 생각을 하면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잠이 깼을 때 바로 일어나면 좋을 텐데, 저는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군요 일어나기 싫어서... 요새는 더 그러는군요 잠이 깨면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바로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커피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안 될 텐데... 커피보다 맛있는 게 나올지... 많은 사람은 커피가 없으면 힘들겠습니다


희선

2023-04-24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5 0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4-25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행성이 창피한 건 아니예요.
사람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패턴이 있잖아요.
저도 야행성 인간이었는데 나이 들수록 밤에 견디기 힘들어요.
아침에는 저절로 눈이 떠 지고요 ㅎㅎ
꽃들 예뻐요^^

희선 2023-04-26 03:06   좋아요 1 | URL
늦게 자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면 좀 나을 텐데...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데 그게 좀 늦은 시간이네요 잠을 잘 못 자면 낮에 힘들잖아요 저는 늦게 자도 어느 정도는 자려고 해요 페넬로페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