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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1 ㅣ 소설 보다
김멜라.남현정.이미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17/pimg_7987151333634481.png)
겨울 이야기는 없지만, 《소설 보다 겨울 2021》을 안 봐서 그런지 아직 겨울이 가지 않은 것 같았다. 겨울에 나왔으니 겨울이 가기 전에 봤다면 좋았을 텐데 늦었다. 아니 다시 겨울이 오는구나. ‘소설 보다’에는 단편소설 세 편이 담겨서 읽기 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나만 단편소설 어렵게 생각하는 걸지도.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소설 보다’나 ‘젊은작가상’으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한다. ‘젊은작가상’보다 ‘소설 보다’를 빨리 보면 좋을 텐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는 두번째 소설 <부용에서>를 쓴 남현정이다. 남현정은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작가가 됐다. ‘부용에서’는 뭐가 뭔지 모를 이야기다. ‘나’는 외삼촌을 만나러 부용으로 갔는데, 부용역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나’는 외삼촌 주소를 적은 노트를 제대로 보지 않고 택시를 타고 부용역에서 가장 먼 호텔로 가달라고 한다. 호텔로 가는 건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든다. 택시가 속도를 내고 좀 긴 터널을 지난다. ‘나’는 터널이 끝나고 부용역과 달라진 둘레를 보고 조금 마음 놓는다. 택시는 부용호텔 앞에서 멈춘다. 택시 운전기사가 부용카페로 들어가자 ‘나’도 호텔에 가기 전에 부용카페로 들어간다. 거기엔 사람이 많았다. 부용시 사람이 모두 거기 있는 것 같았다.
곧 ‘나’는 부용호텔로 가고 방을 잡는다. ‘나’가 방에 있는데 ‘나’를 누가 찾아왔다고 한다. ‘나’는 바로 전화를 끊는다. 왜 전화를 끊어버렸지. 프런트에는 ‘나’가 호텔방을 잡을 때 있던 여자는 없고 남자가 있었다. ‘나’가 아까 있던 여자는 어디 갔느냐 하니, 남자는 지금까지 자신은 줄곧 거기 있었다고 했다. 어쩐지 ‘나’는 이상한 곳에 온 것 같다. 다음에 ‘나’는 용부대피소란 말을 보고 거기에 가고 용부대피소로 들어갔다가 다른 쪽으로 나온 것 같다. 이렇게 썼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어딜 헤매는 건지.
첫번째 소설 <저녁놀>은 2022년에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김멜라 소설은 ‘소설 보다’에서 처음 보고 2021년 젊은작가상에서 또 봤는데, 이번 소설도 한번 더 보겠다. ‘2022년 젊은작가상’은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 <저녁놀>에서는 사람이 아닌 물건이 두 여자 지연과 민영, 눈점과 먹점을 바라본다. 이 소설을 보고 눈점과 먹점 둘만 나오네 했다. 집에 있는 물건이 말하는 거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했다. 눈점과 먹점은 둘 다 여성이다. 지난번에 본 소설 <나뭇잎이 마르고>에도 여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는데. 거기에서는 한사람만 좋아했는데 여기에서는 서로 좋아하는구나. 서로 좋아한다 해도 지금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겠지. 남한테 두 사람 사이를 들키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
두 사람은 서로 이름을 쓰지 않고 눈점과 먹점이라 하고 다른 것도 둘만 아는 말을 쓴다. 파값이 비쌌을 때 파를 길러먹은 사람 많았을까. 눈점은 자신이 기른 파에 파파야란 이름을 짓고 음식에 넣지 못한다. 여성 둘이 살아서 더 힘들까.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여자 남자 둘이 살아도 돈이 없고 가난할 수도 있겠다. 여성 둘은 누가 아파도 식구가 아파서 일을 쉬어야겠다 말하기 어렵겠다. 그런 거 서러울까. 그럴지도.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도 함께 살고 식구라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눈점과 먹점은 오래오래 함께 살 것 같다. 그러기를 바라는 건가.
마지막 소설 <이중 작가 초롱>(이미상)에서는 초롱이 자신을 문단에서 쫓겨나게 한 사람을 찾으려는 걸까. 꼭 그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작가지망생 때 적은 소설과 나중에 적은 소설이 좀 다르면 배신당했다 여길까. 글과 작가가 같지 않기도 할 텐데. 이렇게 생각해도 난 글과 그걸 쓴 사람이 같기를 바라기도 한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