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1 소설 보다
김멜라.남현정.이미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겨울 이야기는 없지만, 《소설 보다 겨울 2021》을 안 봐서 그런지 아직 겨울이 가지 않은 것 같았다. 겨울에 나왔으니 겨울이 가기 전에 봤다면 좋았을 텐데 늦었다. 아니 다시 겨울이 오는구나. ‘소설 보다’에는 단편소설 세 편이 담겨서 읽기 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나만 단편소설 어렵게 생각하는 걸지도.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소설 보다’나 ‘젊은작가상’으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한다. ‘젊은작가상’보다 ‘소설 보다’를 빨리 보면 좋을 텐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는 두번째 소설 <부용에서>를 쓴 남현정이다. 남현정은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작가가 됐다. ‘부용에서’는 뭐가 뭔지 모를 이야기다. ‘나’는 외삼촌을 만나러 부용으로 갔는데, 부용역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나’는 외삼촌 주소를 적은 노트를 제대로 보지 않고 택시를 타고 부용역에서 가장 먼 호텔로 가달라고 한다. 호텔로 가는 건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든다. 택시가 속도를 내고 좀 긴 터널을 지난다. ‘나’는 터널이 끝나고 부용역과 달라진 둘레를 보고 조금 마음 놓는다. 택시는 부용호텔 앞에서 멈춘다. 택시 운전기사가 부용카페로 들어가자 ‘나’도 호텔에 가기 전에 부용카페로 들어간다. 거기엔 사람이 많았다. 부용시 사람이 모두 거기 있는 것 같았다.

 

 곧 ‘나’는 부용호텔로 가고 방을 잡는다. ‘나’가 방에 있는데 ‘나’를 누가 찾아왔다고 한다. ‘나’는 바로 전화를 끊는다. 왜 전화를 끊어버렸지. 프런트에는 ‘나’가 호텔방을 잡을 때 있던 여자는 없고 남자가 있었다. ‘나’가 아까 있던 여자는 어디 갔느냐 하니, 남자는 지금까지 자신은 줄곧 거기 있었다고 했다. 어쩐지 ‘나’는 이상한 곳에 온 것 같다. 다음에 ‘나’는 용부대피소란 말을 보고 거기에 가고 용부대피소로 들어갔다가 다른 쪽으로 나온 것 같다. 이렇게 썼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어딜 헤매는 건지.

 

 첫번째 소설 <저녁놀>은 2022년에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김멜라 소설은 ‘소설 보다’에서 처음 보고 2021년 젊은작가상에서 또 봤는데, 이번 소설도 한번 더 보겠다. ‘2022년 젊은작가상’은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 <저녁놀>에서는 사람이 아닌 물건이 두 여자 지연과 민영, 눈점과 먹점을 바라본다. 이 소설을 보고 눈점과 먹점 둘만 나오네 했다. 집에 있는 물건이 말하는 거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했다. 눈점과 먹점은 둘 다 여성이다. 지난번에 본 소설 <나뭇잎이 마르고>에도 여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는데. 거기에서는 한사람만 좋아했는데 여기에서는 서로 좋아하는구나. 서로 좋아한다 해도 지금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겠지. 남한테 두 사람 사이를 들키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

 

 두 사람은 서로 이름을 쓰지 않고 눈점과 먹점이라 하고 다른 것도 둘만 아는 말을 쓴다. 파값이 비쌌을 때 파를 길러먹은 사람 많았을까. 눈점은 자신이 기른 파에 파파야란 이름을 짓고 음식에 넣지 못한다. 여성 둘이 살아서 더 힘들까.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여자 남자 둘이 살아도 돈이 없고 가난할 수도 있겠다. 여성 둘은 누가 아파도 식구가 아파서 일을 쉬어야겠다 말하기 어렵겠다. 그런 거 서러울까. 그럴지도.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도 함께 살고 식구라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눈점과 먹점은 오래오래 함께 살 것 같다. 그러기를 바라는 건가.

 

 마지막 소설 <이중 작가 초롱>(이미상)에서는 초롱이 자신을 문단에서 쫓겨나게 한 사람을 찾으려는 걸까. 꼭 그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작가지망생 때 적은 소설과 나중에 적은 소설이 좀 다르면 배신당했다 여길까. 글과 작가가 같지 않기도 할 텐데. 이렇게 생각해도 난 글과 그걸 쓴 사람이 같기를 바라기도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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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17 1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현정 작가님은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부용이라. 어딘가를 헤메는 것 같은데 꿈인듯 현실인듯 독특하네요! 김멜라 작가님은 몇 번 들어 이름만 익숙해졌습니다. 정작 소설은 한 번인가밖에 읽지를 못했네요. 단편 소설은 초반이 특히나 중요한 것 같아요. 길이가 짧은 만큼 진입이 어려우면 어느새 끝나버리더군요^^;

희선 2022-11-18 23:51   좋아요 2 | URL
부용에 갔는데, 나중에 용부대피소라는 말이 나와서 부용을 거꾸로 말했네 했습니다 실제 그런 곳이 있는지 없는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를 소설입니다 평론가나 다른 작가는 그런 소설에서 뭔가를 찾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멜라 소설집 나왔는데, 저도 단편 두편밖에 못 봤습니다 언젠가 볼지도 모르죠 앞으로도 이름이 자주 들리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

새파랑 2022-11-17 1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보다 겨울 2022도 곧 나오겠네요 ^^

희선 2022-11-18 23:52   좋아요 2 | URL
2022년 얼마 안 남았는데, 지난해에 나온 겨울을 보다니... 2022년에 나온 것도 다 봐야 할 텐데...


희선

그레이스 2022-11-17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넘 예쁘네요
소설보다란 정기간행물이 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희선 2022-11-18 23:55   좋아요 1 | URL
처음부터 다 보지는 못했지만, 처음에는 단편소설 네편이었는데 한편 줄어서 세편이 실리게 됐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오는 것도 괜찮네요 무엇보다 책값이 쌉니다


희선

scott 2022-11-17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 계간지에 실린 작가들 요즘 문단에서 가장 참신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들이네요
깊어가는 가을 진정한 독서,
책에 집중하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

희선 2022-11-18 23:59   좋아요 1 | URL
십일월에는 책을 별로 못 봤네요 마음은 보고 싶은데 잘 안 되는군요 여기 실린 소설 다 잘 보지는 못해도 작가 이름을 여러 번 보다보면 언젠가 본 적 있지 하기도 합니다 얇으니 좀 빨리 보면 좋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2-11-17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편소설이 더 어려워요. 아마도 장편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내주는데 단편은 압축을 많이 하니 그 행간을 읽어내는게 항상 어려운것 같네요. 이런 참신한 이야기들도 읽어주고 싶은데 읽을 책만 쌓여가는 가을입니다. ^^

희선 2022-11-19 00:03   좋아요 1 | URL
단편도 오랜 시간이 담긴 것도 있지만, 장편보다는 짧은 시간이나 짧은 이야기가 담길 때가 더 많겠습니다 다 말해주지도 않고, 말 안 하는 걸 알아내기 참 어렵습니다 조금이라도 짐작 가는 게 있으면 다행일 텐데... 읽을 책이 많아서 좋기도 하죠


희선

감은빛 2022-11-17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멜라 작가의 <저녁놀>은 저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좀 민망한 물건이 화자인데, 처음에는 다소 억지스럽다고 느꼈지만, 두 주인공 여성의 이야기는 참 좋았어요.

재작년, 작년 그리고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주욱 읽으며 느낀 점은 적어도 문단에서 만큼은 동성애가 유행이구나 하는 점이었어요. 매년 두 작품 이상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희선 2022-11-19 00:07   좋아요 0 | URL
사람이 아닌 물건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니, 나중에는 그 물건이 철학책을 보기도 하는군요 자신처럼 버림 받을지도 모를 책...

몇 해 전에도 동성애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뒤로 죽 나오는 듯합니다 대상 받은 것도 있고... 2022년 봄에 나온 것에도 그런 소설이 실렸군요 젊은작가상에도 있고... 제가 말한 사람 같은 사람이군요 소설 보다에 실린 것과 젊은작가상 받은 건 다르지만...


희선

파이버 2022-11-17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녁놀>에서 자신이 기른 파를 먹지 못하는 것은 그 식물이 반려식물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궁금하네요... 요즘 물가가 비싸서인지 베란다가 넓은 집으로 이사간다면 파를 길러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희선 2022-11-19 00:08   좋아요 1 | URL
파에 이름을 지어주면 먹기 어려울까요 맞아요 거의 반려식물처럼 생각하게 돼서 파를 못 먹고 마트에서 산 파를 먹어요 파값 비싸서 길러 먹으려고 한 건데... 반려식물은 먹는 것보다 보기만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과일 같은 게 열리는 거면 고맙게 먹어도 괜찮을까요


희선

서니데이 2022-12-08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12-13 01:4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십이월도 많이 흘렀네요 남은 날은 천천히 가면 좋을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