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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산책 - 뿌리가 되는 언어 공부
한동일 지음 / 언어평등 / 2023년 4월
평점 :
내가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면 라틴어를 접할 일이 있었을까? 솔직히 신자여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태어났기에 딱히 접할 이유는 없었다. 간혹 라틴어 미사곡이나 성가를 들을 때 정도나 있을까? 물론 어원들에 관심을 갖는 잡다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에 어떻게든 만나긴 했을 듯하다.
가톨릭 신앙을 갖고 전례 봉사를 하면서 '라틴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라틴어 스터디에 한 번 참석했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과거 구입했던 『초급 라틴어』 교과서는 공부를 한다는 지인에게 선물했었다. 그럼에도 네이밍 등으로 라틴어는 내 주위에 있었고,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은 다시금 라틴어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 그 후 김동섭 저자의 『라틴어 문장 수업』, 한동일 교수님의 『믿는 인간에 대하여』를 각각 책과 전자책으로 소장 중이나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진정 '라틴어 수업'이라기에는 언어로 라틴어를 대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그렇다고 한동일 교수님의 『카르페 라틴어』는 다가가기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 '기초 라틴어' 공부를 해볼 만한 책이 나온 것 같아 접하게 됐다.
'서문 PRAEFATIO'에 '이 책도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라틴어를 공부해 볼까 하는 학습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역시 라틴어 교재는 교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제는 신부님이 된 친한 형이 신학생 시절 고득점을 받았다기에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이해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 외웠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내 따름의 마음의 준비였을까.
책은 총 19강으로 구성되며 뒤편에 연습문제와 해설이 독립적으로 자리한다. 과거 내가 봤던 『초급 라틴어』는 연습문제와 해설 부분만으로 구성되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앞선 강의에 텍스트로 진행되는 강의가 반갑다. 과거에 봤을 때는 설명이 없었던 책을 봤기에 친절하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과거 봤던 책은 강의 때 사용하는 교재였고, 이 책은 앞에서 강의 내용을 담고 있기에 비어 있던 공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작정 외우는 라틴어가 아니라 '라틴어의 이해' 등 체계적인 강의는 언어와 독자와의 거리를 더 가깝게 한다.
예문으로 나오는 명언들은 반갑다. 현재 내 카톡 프로필에도 메멘토 모리를 써놨기에... 라틴어는 알게 모르게 내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발음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로마 발음과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고전 발음이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접한다.
성당에 다니며 접하게 되는 용어들을 마주할 때의 반가움이란... 왜 내가 라틴어를 공부하려 했는가를 기억하게 한다. 각 강의의 마지막에는 연습문제 몇 강을 보라고 체크가 되어 있어 해당 강의를 직접 풀어보며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구조는 마음에 든다. 내 경우 앞의 강의만 먼저 순차적으로 읽은 후 연습문제를 따로 접하니 이게 뭔가? 싶을 정도가 되었으니 바로바로 강의에 이어지게 연습문제를 접하길 권한다.
중간중간 저자의 다른 책들과 연결이 되는 부분들이 있어 어려움에도 흥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느껴진달까? 성, 수, 격을 다 외워야 한다는 문장을 이 책에서도 만나게 되는 것을 보니... 라틴어 공부는 정도를 피해 가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내가 라틴어로 무슨 영화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알아가려 하는 것이니 계속 마주하다 보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 부분의 강의가 없었다면 이미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라틴어 공부가 부담될 때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이나 『믿는 인간에 대하여』로 잠시 시선을 돌리는 방법도 계획은 해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독자들이 라틴어를 포기하게 되는 포인트에서 완급 조절을 하는 노력이 보인다. 그나마 학생 시절처럼 시험과 성적 때문에 억지로 하는 공부였다면 아마도 놔버렸을 텐데 관심을 가지기에 어려워도 서서히 진행하려는 마음가짐이 포기를 지나치게 하는지도 모른다.
마흔이 넘어 새롭게 배우는 언어가 쉬울리는 없다. 마흔이 아니라도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산책하듯 서두르지 않게 다가가며 알아가야 할 언어가 라틴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제목에도 '산책'이 들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뮤지컬이나 문학 작품 속에서도 라틴어는 어렵게 다가오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럼에도 초급 라틴어를 접하는 이들이 이 책을 보면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라틴어 수업 책들이 라틴어 공부에 질릴 때 숨 쉴 공간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라틴어를 어떻게 쓸까? 아마도 성당에서 간혹 사용하게 될 일도 없을지 모른다. 그것보다 네이밍 등에 오히려 활용하지 않을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이었다면 미사 중에 사용했고 전례에 실사용을 했을지도 모를 라틴어. 많은 언어에 기원이 되는 라틴어 기초를 공부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포기가 아닌 꾸준히 마주하며 나아가게 해줄 책이 아닐까?
나도 이제 공부해 가는 입장에서 어렵지만 라틴어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