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멘티아 연대기 1 - 정의를 위한 퀘스트, 비공식 마인크래프트 어드벤처 팬픽
숀 페이 울프 지음, 최영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엘레멘티아 연대기


연대기란 제목의 책은 <라니아 연대기> 이후로 이번이 딱 두번째이다.
"엘레멘티아 연대기".
우리 첫째는 올해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2시간 전에 우리집의 유일한 노트북 한대의 액정을 깨먹고,
나에게 따끈따끈한 욕을 먹은 후 불편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잠이 들었다.
방학을 맞은 지 딱 이틀이 지난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나는 아버지이지만, 결혼 전에 꿈꾸던 그런 멋진 아버지는 못되고 있고,
그냥 자식들에게 엄하고, 변덕이 죽처럼 쉽게 끓어 넘치는 그런 사람이다.
요즘 같이 정치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고 변비에 걸린 듯 불편하고 짜증나는 시기에
특히나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그런 캐릭터이다.
어쩌면, 우리 아들은 이런 아빠를 게임 속에서 가둬 두거나 만나면 도망쳐야 할 괴물로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공부는 관심도 없고, 승부욕, 식욕, 놀이욕구 등등 욕심은 엄청난 것이
나의 판박이 이기에 항상 걱정이 되면서, 그냥 나와 달리 바른 길로 가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아들에게 참으로 좋은 습관이 딱 한가지가 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도가 매우 높다. 레고 만들기와 게임, 책보기 시간에 특히 그렇다.
요즘들어 읽고 있는 책들이 권수도 많고 글씨도 많은 그런 책들이라 특히나 기특하다.
어린 삼국지 10권을 거의 3번이나 보았고, 해리포터 시리즈도 2번이나 읽었다.
마인크래프트에 푹 빠져서, 아내랑 몇 번이나 지우고 깔고 실랑이를 버리기에
500 페이지나 되는 "엘레멘티아 연대기"를 선물했더니 3일만에 읽었다.
그 모습이 나를 흐믖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마인크래프트, 스웨덴의 한 프로그래머가 육각형 모양의 픽셀 단위의 캐릭터와 가상 공간을
만든 롤플레잉 게임이다. 2011년에 조카가 아이패드로 제일 처음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당시 6살의 우리 첫째가 선망하던 대상이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아이패드는 없었고,
8살이던 조카에 비해 2살이 어렸던 우리 아들에게는 게임은 허락되지 않은 불모지였다.
그런 선망의 대상을 장장 5년이 지나 겨우 시작하게 되었지만,
동생과 싸우거나, 엄마의 잔소리를 무시하거나, 사고를 치는 때에는 가차없이
마인크래프트는 삭제 처리되었다. 그러길 반복하는 상황이라, 우리 아들의 마인크래프트는
항상 아이템도 거의 없이 허허 벌판에 텐트를 치는 수준이었다.
사촌 형이 이룩한 커다란 궁전 같은 집과 정원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갖던 우리 아들.
그런 아들에게 이 책은 꿈의 보고이자 미개척지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하였다.


이 책은 초등학생 남학생이나 사춘기 청소년 들에게 일종의 모험 소설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배경이 반지의 제왕이나 다른 판타지 소설들과는 다르게
마인크래프트란 게임이 제공하는 가상공간이며,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가상의 서버가 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한심스러울 수 있지만,
한창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은 게임기나 콘솔, 아이패드를 들고 몇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사실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내 친구의 경우는 30년 전부터 20여년간 하였던 게임이 있는데,
"울티마"란 것이다. 1980년대 애플 컴퓨터로 시작했다고 늘 과거를 회상하며 말이 많다.
이제 4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노총각이고, 여전히 게임에 미쳐있고,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ㅎㅎ. 우리 아들이 그러길 바라지는 않지만, 세상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졌다 느껴진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게임을 하면서 한두시간을 죽일 때마다 나름 환상 속에 빠진다.
좋지 않게 말해 현실탈피이지만, 때로는 창의력과 독창성은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부모가 자식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서로를 공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공감의 시간을 무시한다면, 언젠가 서로서로가 너무도
이해 못할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지만, 큰 서로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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