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동차
메타디자인연구실 지음, 오창섭 기획 / 어문학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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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동차


옛날 생각이 많이 나게 하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우리 아버님들이 사셨던 80년대, 90년대 차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아버님들은 1960년대 생으로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사회생활과
결혼, 자동차 구매를 시작합니다. 딱 그 시기가  자녀들이 탄생했던 때입니다.
나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내 아버지는 1940년대 생이시고, 1970년대 가정을 꾸리시고,
198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차를 구매하셨습니다. 바로 현대 엑셀이었습니다.
그때는 할부로 구매하였는지, 일시불로 하셨는지 그런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름 그 시절 남자들의 로망이었겠지요. 마이카를 꿈꾸며, 한푼 두푼 모아서, 구입하고,
오늘날의 디테일링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조금이라도 긁힐까 싶어 노심초사하시던 그때.
그 시절 차량들의 서스펜션 그런 건 기억도 안납니다.
포니에 버스에나 장착하는 판스프링이 달렸단 사실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이 책은 서두에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자동차의 변천사 등을 연표 형태로 보여줍니다.
다소 여백이 남아돌아 보통의 깔끔한 디자인의 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분명 디자인연구실을 이끄는 교수님의 작품이지만, 왠지 1980년대 전화번호부 같은
느낌도 전해집니다. 의도적인 것인지 모르겠네요.
다른 한편으로 관공서에서 만든 연감 느낌도 납니다.
자동차 회사나 자동차 판매상들이 만들어 내는 자동차 연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동차 사진은 그렇게 정밀하지 않습니다. 추억과 그 시절의 소재들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을 대변하는 신문 광고가 오히려 반갑고, 신기합니다.


후반부는 자동차 칼럼리스트와 자동차 디자이너이신 '구상' 교수님이 현재 30대 전후인
5명을 통해 그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인터뷰는 간단합니다. 아버지가 현재까지 타시거나, 운전했던 차량들을 나열하고,
각각의 차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바꾸게 된 계기 등이 소개됩니다.
본인 또한 그 차에 가졌던 마음과 추억도 함께 나옵니다.


모든 이야기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크고 힘 좋은 차를 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직장내 위계질서란 이유로, 차량유지비(관리, 수리, 연료비 등)란 이유로
자신의 로망과는 다소 먼 현실적인 차를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여전히 로망은 불꽃처럼 뜨겁습니다.
항상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도 20년이 지났지만,
그 시절에 살 수 없었던 중고차를 오늘날에라도 사려 하는 사람도 있게 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초기 대우 자동차들은 대체로 미국차로 인식되었던 것 같습니다.
프린스, 로얄 프린스, 브로함 등, 사실은 GM이 진두지휘하였지만, 독일 오펠사 차량들입니다.
같은 그룹사라 그렇게 된 것인데, 전후 사정은 몰라도 프리미엄 차량이란 것은 우리 아버님들도
바로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연비가 나빠도 무리하게 타시려 노력하기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초기의 기아차와 현대차는 일본차의 느낌이었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무난하게 오래 탈 수 있는 차.
중고차로 내놔도 감가상각이 적은 차. 그래서, 현실적으로 타지만, 로망과는 먼 차.
그런데, 현대, 기아의 베스트 셀링 카들은 그런 아버님들의 마음을 적당히 녹여 준 차들입니다.
대표 주자는 역시 소나타. 물론, 엔트리급으로는 엑셀, 엘란트라, 아반떼가 있었지만 말입니다.
쌍용의 코란도, 무쏘, 기아의 스포티지 등이 오늘날의 SUV 열풍을 부채질하기도 합니다.
모두 로망입니다. 공도를 달리지만, 마음은 다카르 랠리를 떠나고 싶은 남자들의 로망입니다.
과거에도 연료효율(소위 연비)은 중요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속감이 좋은
기아 세피아, 캐피탈 등과 대우 르망, 현대 액센트 TGR은 현실 속에서 만나는 수퍼카였습니다.
지금도 이 차들을 운전하고 싶어하는 메카닉 베이비들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새대가 바뀌어도 차만큼은 공통 관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죽했으면, 죽을 때 차를 갖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런 미국 영화도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주제는 자동차와 woman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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