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 그들과 함께 살아본 일 년
헬렌 러셀 지음, 백종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이 책은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30대 영국 여성이
남편의 덴마크 레고 회사 이직으로 덴마크에 이주하게 된 경험을 이야기한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저자의 서문을 읽었을 때 그저 마냥 좋은 이주 여행기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저자가 "덴마크 사람들 속에서 행복하게 지낸다"는 그런 결론은 아니다.
서문의 내용만 본다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 덴마크 사람들>이 책 제목이 되겠다.


나의 동생이 덴마크로 이주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조카들은 어느새 한국말보다 덴마크어와 영어를 훨씬 잘한다.
또한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 방학때 우리집 아이들과 만나면, 서로 뭔가 다름을 느낀다.
대체로 자신들의 기준과 잣대, 합리성과 다르다며 실랑이를 벌인다.
동생은 조만간 16살이 될 아이의 출가 걱정을 벌써 하고 있다.
덴마크는 그 나이에 독립이 가능하고, 그 몇 년 후에는 결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내 동생 가족들이 복지국가 덴마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한 생활은
매우 많은 어려움과 당황스럼이 가득했었다.
얼핏 들어서는 인종차별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반감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나는 그런 덴마크에 대해 좀더 깊은 통찰을 얻고 싶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같은 유럽연합에 속한 영국 국적의 백인 여성의 이주기라
동생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가 밝히듯 덴마크는 유럽에 있고 영국과 1시간의 시차가 나지만,
달라도 너무 달라서 성실하고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가 필요한 나라라고 밝힌다.
언어의 뿌리는 같지만, 영어권 국민이 덴마크어를 습득한 성공율이 고작 20% 남짓이라고 한다.
또한, 일에 대한 태도는 영국과 한국이 오히려 비슷한 면이 많다.
시간외 잔업이 상당하고, 일주일의 피로회복을 위해 주말을 꼬박 휴식에 사용하는 것이 그렇다.
그에 비해, 덴마크는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18시간 이하이다.
오후 3시만 되면 대부분 퇴근이 시작되고, 근무 중에도 그 분위기는 매우 여유롭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업무회의를 가장한 파티의 연속인 경우도 가능해 보인다.


덴마크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국에 대한 소문들은 이미 많이들 들어 알지 모른다.
대부분 복지국가로 세금이 50% 전후란 점과 이직이 쉽고,
휴직이나 퇴직시 생활비가 꽤 많이 지원되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내 동생도 연봉이 1억 이상이고, 장기 렌탈 하우스 등의 이야기에 아무 고민없이 떠났었다.
하지만, 세금이 5000만원이란 사실과 소형차를 4000만원에 구매한 것과
고작 방 2개에 매매도 쉽지 않아 평생 살아야 되는 집을 경험하면서 많이 당황해 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덴마크 사람들은 사고 자체가 다르다.
구지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없다.
마치 공산주의 사고가 깔린 것이 아닐까 싶게 많이 벌면 세금 많이 내야 되어 싫다란 느낌이다.
어차피 인생 느긋하게 즐기면 되는데, 집이 작으면 어떻고, 평생 빚지면 어때란 식이다.
그런 사고가 없던 내 동생은 초기에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오면 상대적 빈곤감을 털어 놓았다.
자신들의 통장 잔고는 거의 없고, 한국의 친척들 기대감에 많은 돈을 쓰고 가게 된다며 말이다.
그래서, 동생은 그리움을 버리게 되었다. 그냥 영상통화로 그리움을 표현한다.
방학 때 쓰고 가는 돈이 거의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10년간 어려운 덴마크 말을 배우고, 늦가을부터 시작되는 암흑기를 가족들과 집에서 은거하는
생활도 익숙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조카들은 레고가 유일한 인생의 놀이가 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퇴근 후에는 이런 저런 공부겸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 100미터 쯤 떨어져 있어 사람이 아쉽고,
뭔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수백 킬로를 달려 나가야 되고,
물가가 비싸 이웃 독일에 자주 놀러 가는 동생의 삶이 행복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 덴마크에 가면 덴마크 법을 따르면
그 나름의 행복이 가능한 것이다.
그곳 사람들은 욕심보다는 함께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것 같다.
다른 일이 하고 싶으면, 직장을 쉬면서 새로운 일을 위해 직업훈련도 시켜준다.
괜히 전문가라며, 내가 좀더 똑똑하다며 으시대거나 거만하지 않는 것이 정답인 그런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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