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치는 1778가지 이야기
마유무라 다쿠 지음,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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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바치는 1778가지 이야기




한 달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혼자 되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뭔가 위로를 해 드리고 싶다. 매일 전화를 드린다. 식사는 하셨어요? 잠은 잘 주무셨어요? 건강은 어떠세요? 오늘은 뭐 하실거에요? 늘 묻는 이야기들이다. 그때마다 늘 한결같은 답이다. 아니, 아직. 해야지. 글쎄, 별로. 생각이 없구나.




서점에서 제일 먼저 이 책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좋아하는 초난강이 등장한 영화의 원작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첫 장을 열어보니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요. 판단을 그르칠 게 틀림없다면서요. 정상 상태가 아니라서 그렇대요.” 배우자를 잃은 사람에게 해주는 말이다.




작가는 아내의 암투병 5년간 자신과의 약속이자 아내와의 약속으로 제목과 같이 거창한 일을 시작하였다. 하루에 초단편 소설 1편을 매일매일 쓰는 것이다. 에세이는 안된다. 너무 자신의 이야기에 매몰되어 아내를 상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전공이 S/F라서 그런 류를 고집하기로 했단다. 마치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같기도 하고, 한때 TV에서 인기있던 ‘환상특급’과도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남들이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초단편, Short short Story를 거의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써 낸 것이다.




책을 읽어보니 그 중에서 십여편을 골라서 출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 사이 그 많은 이야기들은 자비를 들어 출간하였다고 한다. 아는 출판사를 통해서 지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10권 이상이 이미 발간되었다.




작가와 그의 아내는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작가는 대학을 진학하여 작은 회사를 다니다가 지금의 전문 작가가 되었다. 아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여 그가 대학을 마칠 때 쯤에 결혼을 하였다. 둘은 참 격이 없는 친구이다. 바둑을 함께 두고 남편이 쓴 글을 아내가 비평해준다. 그렇게 수년간 서로서로 반쪽으로 살아왔다.




그런 아내가 병이 들었다. 거의 4년간은 잘 이겨냈다. 병의 진전이 매우 더디거나 때에 따라서는 좋아지기도 했다. 암이 걸려 5년을 넘기면 살 수 있다는 속설이 참으로 사실처럼 느껴진다. 이들 부부의 담당의사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늘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주고 불안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어쩌면 그런 주위 사람들과 특히 남편의 정성으로 그렇게 의미있는 5년을 지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의 아버지는 지금도 후회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어머니께 못해드린 것들 속상하게 했던 말들. 남아있는 어머니의 흔적을 치울 수가 없다. 치우다 보면 위치만 바꾼 상태에서 앨범을 뒤척이고 일기장을 읽고 계신다. 정말 1년간은 정상인이 될 수 없나 보다. 떨어져 사는 자식들은 도무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 나 또한 내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디서 무얼하시는지 궁금하다. 내 얼굴 속에 있는 어머니 모습으로라도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믿고 있지만, 더 이상 소통할 수 없음에 목이 매인다.




아버지도 마유무라 다쿠 선생님처럼 그리움을 글로 써 보시면 어떨까 싶다. 뭔가 집중하고 마음을 주는 것만이 구멍 뚤린 마음을 메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는 자신의 5년간 행적이 다소 민폐가 되어 미안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죽음 앞에서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그것이 자신에게는 선이라 생각된다. 그저 자그마한 민폐일 뿐이다. 그 마음에 내 마음도 같이 뛸 수 있어 기뻤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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