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그리고 나가르주나
나가르주나(Nāgārjuna)를 통해 불교를 바라보려고 할 때는 이성의 끝을 체험하겠다는 단단한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성의 이로움을 최대한 얻으려는 지적 욕심도 아니며, 이성의 해로움을 피하려는 몸짓과도 다르다.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도 아니고, 둘도 아닌 것도 아닌 것.. 이런 개념이라는 쉬운 장소로 들어가지 못하는 처지, 이 부정의 논리는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아닐 것이다.
힘든 여행을 끝내고 머무르려는 성질, 잠시 어디라도 달라붙으려는 최후 승자의 의지도 결국 일격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그 아집을 무력화시켜야 공성(空性, Śūnyatā)은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 기존의 모든 (비합리적) 구조를 깨뜨리고(해체), 그러한 파편화된 세계(空)에 도취된 수행자(performer) 자신은 악취공자((惡取空者: 空 자체를 실재로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로 더 위험한 버전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망치로 몹쓸 물건을 부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물건이 가루가되자 마자 망치도 흔적없이 사라져야 한다니..
그래서 이건 철학적인 문제로만 해결될 차원이 아니라, 어떤 전환이 결국 성공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가장 극단의 모험이 될 것이다. 개념에 사로잡힌 가상의 분열들을 부정의 논리를 통해 뒤흔들어 전도(顚倒)시키는 일. 여기에는 아직 최고조의 이성의 힘이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전도는 계속 전염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이 결국 출발점(자신)에게로 향해서 자신마저 전환(각성)시켜야 제대로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중론>
나가르주나(용수, 龍樹)는 2세기경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남인도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실존 인물인지 신화적 인물인지 정확한 자료로 그려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특히 티벳에서는 다른 용수라는 인물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론(中論, Mādhyamika-Śāstra) 혹은 (근본)중송(中頌, Mūlamadhyamaka-kārikā)은 그가 극성화된 이론의 충돌이 혼란한 당대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를 담은 책이다[아비달마(阿毘達磨, Abhidharma)사상 체계처럼 존재-원자(요소)들의 실재성에 집착하거나, 대승의 일부 공사상가들이 뜬금없이 그러한 모든 것들을 부정하면서, 그 부정이라는 파괴적인 힘으로써 공에 집착하는 상황].
<중론송 연구>
찬드라키르티(짠드라끼르띠)의 <쁘라산나빠다>는 예전에 민음사(박인성 역)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절판이라 구경도 하기 어렵다.
과연 이런 책을 누가 볼 것인가? 하지만 지적-수행적 차원의 공부까지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눈에는 이런 책들은 빛을 발할 것이다.
찬드라키르티는 불교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데, 그가 남긴 중론의 주석서인 <쁘라산나빠다> 역시 중론 텍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이번에 4권으로 완역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연히 책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다(2011년 6월). 그래서 이 페이퍼에 이 부분을 추가로 넣는다.
<열반의 개념> <불교 논리학 1> <불교 논리학 2>
무르띠의 <불교의 중심 철학>은 중관을 서양 철학의 시각, 칸트와 특히 (헤겔의) 변증법의 입장에서 접근한 선구적인 책에 속한다. 즉 중관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 대표적인 경우인데, 학계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교 본연의 입장에서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기도 한다. <열반의 개념(The Conception of Buddhist Nirvana)>은 불교학에서 결정적인 큰 역할을 한 대학자 체르바츠키(Stcherbatsky)의 책이다. 그전까지 서양학자들이 보여 준 불교에 대한 태도는 허무주의(Nihilism)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한 흐름을 학문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이 책의 역할이 컸다. <불교 논리학> 이 책도 체르바츠키가 쓴 것인데, 불교 자체내에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논리적 구사들을 한데 모은 매우 선구적인 연구서이다. <용수의 공사상 연구>는 종교학의 입장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는 좀 다른 맛을 가졌다. 엘리아데의 지도로 만들어진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한데, 종교적인 관점에서 공을 주로 다루고 있다. 위의 책들 중에서 <불교의 중심 철학>과 <용수의 공사상 연구>는 평소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책인데 반해, 체르바츠키의 책 <열반의 개념>과 <불교 논리학>은 전문적인 성격이 있기에, 불교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해 보인다. -
-요즘에 나온 중관사상 책들을 덧붙여 열거해 본다. 우선 <중관사상의 이해>는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중관의 기본 역사와 주요한 이론을 시대순으로 다룬 것인데, 번잡하지 않게 주요한 줄기를 따라가는 것 같다.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 카지야마 유이치의 <중관사상>도 이 분야에서는 중요한 책 중 하나다. 다소 현대적인 감각은 떨어질지 몰라도, 꼼꼼하게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나카무라 하지메는 카지야마 유이치보다 더 유명한 불교학자인데, 불교 전반에 걸쳐 다양한 책을 쓰기도 했다. 그가 지은 <용수의 중관사상>은 평이하지만, 그래도 중관의 핵심을 잘 짚고 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중관의 후기 사상도 전기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제설을 중심으로 중관사상을 정리한 <샨타라크쉬타의 중관사상>도 눈여겨 볼만하다. <적호의 중관장엄론>은 용수의 정통 중관사상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책이다. 중관사상이 나온 이후로 주변의 사상들도 발전을 했을 터, 이러한 것들을 수용해서 중관사상의 새로운 모색을 시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자칫 중관의 본질을 벗어날 수도 있다고 누군가는 비판할 수도 있겠다. <심오한 중도의 새로운 문을 여는 지혜의 등불>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은 중관이 자체 논리에 치중한 결과 생긴 자립논증파와 귀류논증파의 문제의식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주로 귀류논증학파의 입장에서 상대 진영의 입장도 다루는데, 후기 중관사상의 모습이 담긴 영양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중관과 유식을 함께 다룬 책
*그 외 입문서 성격의 책들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