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상업적으로 그리고 대중의 입맛에 따라 변하는 것하고
원래 상업적이었던 것이 점차 고급화, 예술화되는 것은 어떤 차이일까 ?
캐나다에서 온 서커스단이 지금 우리나라를 여러 달에 걸쳐 자극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뉴서커스(태양의 서커스, 써크 엘루아즈, 세븐 핑거즈는 캐나다에서 뉴서커스 재3세대를 대표한다고 한다고 함)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분명 우리한테 익숙한 재래식? 서커스와는 다른 다양한 볼거리들을 근사한 공연장에 풀어 놓는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퀘백에서 거리 공연을 하던 기 랄리베르테(Guy Raliberte)라는 사람에 의해 1980년대 초중반쯤에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서커스 문화의 침체를 타파하고자 과거와 다른 모습들을 시도하면서 점차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라는 모습을 다듬어 냈을 것이다.
전통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즉 서민적 흥겨움을 꿈틀대게 하는 피에로타입의 친근하고 재미있는 무대마당 분위기를 기본적으로 만들고, 거기에 공연의 연속성과 컨셉을 강화하는 연극적인 요소, 긴장감을 높이는 역동적인 아크로바틱과 전위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몸짓, 중국 서커스풍 같은 (서양인의 입장에서) 이국적인 것 등이 음악과 어울리면서 복합적이고 거대한 공연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저 시장 바닥 풍경같은 익살과 어느덧 눈과 입이 멎을 거 같은 예술적 경지의 구성과 묘기 앞에 관객들은 매료당하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공연도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진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그래서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하는데, < O >와 같은 물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라던가, <주매니티(ZUMANITY)>처럼 성인들을 위한 차별화된 에로틱한 공연. 그리고 최근에 비틀즈 히트곡들을 가지고 만든 <러브> 등등.
이들의 공연은 시각적인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떤 서커스보다 더 음악이 큰 몫을 하는데, 단순히 배경음악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태양의 서커스는 영상물과 별도로 음반으로도 하나의 독립적인 가치를 지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엔, 오래 전에 그들의 대표곡 몇 곡이 음악 매니아들에게 알려지면서, 태양의 서커스가 무대 공연팀으로서가 아니라 거의 음악하는 가수나 (프로그래시브) 밴드쯤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드랄리온(Dralion)은 드래곤(용)이 암시하듯, 중국적인 것들이 다른 공연들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용이 아니라 동양(중국)용과 닮았다. 중국풍 서커스도 볼만 하지만, 역시 거대한 사자탈을 쓰고 하는 사자춤 공연이 인상적이다. 거기다 백인들이 안에서 움직이니까 이색적인 맛도 난다. 또 색다른 거라면, 클래식 악기를 가지고 하는 묘기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끌법석하지 않고 혼자서 우산만을 가지고 하는 묘기도 있는 데, 특히 무대에 스며드는 분위기 있는 여성 보컬이 잘 어울린다. 알레그리아(Alegria)는 역동적이면서도 어쩌면 태양의 서커스의 빛깔과 잘 어울리는 공연이란 생각도 들게 만는다. 거기다 귀를 반기는 멋진 음악들도 있는데, 'Alegria'를 비롯 'Querer', 'Mirko' 등이 유명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나라를 달구고 있는 퀴담(Quidam)을 보자. 이 공연은 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부모로 보이는 두쌍이 의자에 앉아 있고, 어린 소녀가 낯선 손님의 방문을 맞이하기 위해 문을 열어준다. 그럼 머리가 없는 길다란 신사가 실내로 우산을 펴들고 들어온다. 자! 그럼 쇼는 시작하는 것이다. 이 공연은 다른 공연도 그렇겠지만, 특히 남녀노소가 즐길 만한 볼거리들이 많다. 현란한 줄넘기는 어린아이들 눈을 확 사로 잡을 거 같고, 붉은 천을 잡고 공중에서 펼치는 한 여자의 숨막히는 몸짓은 젊은 사람들에게 큰 매력이 있을 거 같다. 이 장면에 흐르는 곡 'Let Me Fall'은 귀까지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