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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 창비 / 2005년 3월
평점 :
꽤 오래전에 나온 책임에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이 '문장강화(文章講話)'이듯 글을 잘 쓰기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지 실용적인 차원의 문장기술로만 그치질 않는다. 예문들이 과거 여러 문인들의 글에서 꺼내온 것들이라 구경하는 맛도 쏠쏠하다. 요즘같은 세련된 문체들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런 글귀들을 마주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 더 그 가치가 있겠다.
이 책은 전문서는 아니기에, 글을 쓰는 방법에서 어떤 한 부분에만 집착하지 않고 '글쓰기' 전반에 대해 골고루 다룬다. 국어에 대한 기본 지식에서부터 각종 문장들의 특성과 요령들, 퇴고, 그 밖에 문장을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방법 등등 말이다. 가장 큰 장점은 앞에서 잠시 말한데로, 설명과 예문의 조화가 잘 되어서 그 '쓰임새'를 좋은 문장을 통해 눈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긴 시간 갈고 닦은 그네들의 글에서 풍기는 각자의 '내공(內功)'을 엿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의 표현에서 다양하고 고고한 풍경들이 있음을 알고, 자신의 단조로운 표현 방식을 반성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된다. 거기다 책 밑에는 본문에 나온 한자어투들을 친절하게 설명해놔 따로 배우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책을 읽고 기억나는 부분은 '퇴고'의 유래에 대한 것이다.(pp.223-224)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 새들은 연못가 나무 위에 잠들고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책 내용을 잠깐 짤막하게 옮기자면,
위 글은 당 시대 시인 가도(賈島)가 지은 시인데, '승고(僧敲)' 이 부분을 '승퇴(推)'로 할지 '승고(敲)'로 할지 고민하다가, 우연히 만난 유명한 문장가 한퇴지(韓退之)의 조언에 따라 '승고'로 정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끝에 글을 고치는 일을 '퇴고(推敲)'라 일컫게 된것이라 하니 그 유래가 퍽 흥미롭다.
글을 좀 더 정갈하게 다듬을 방법이 없나 해서 찾은 책인데, 여러 다양한 구수한 지식들과 선배 문인들의 맛깔스런 글들도 함께 접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