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세일을 하네요. 아무래도 필요한 책이 있다면 미리 골라놓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가장 눈에 들어오는 책은 <1900년 이후의 미술사>이다. 이런 책들은 볼 때 마다 사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데, 손에 쥐게 되면 일단 눈으로 대충 감상하고 책꽂이에 잘 보관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후일을 도모하며 꼭 손에 넣어야 겠다. 할 포스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 이름만 봐도 제법 괜찮은 저자들이 참여했음을 알겠다. 책은 1900년부터 2010년까지 1년 단위로 끊어서 진행하는데, 나름 독특한 구성이라 하겠다.
케네스 클라크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명화를 좀 더 깊게 관찰하는 시간을 줄 것 같다. 그래서 다루는 그림은 많지 않지만, 기본적인 정보만 전달하고 빠르게 넘어가는 다른 미술책들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각인의 이론>이란 책에서 자신의 묵직한 지식을 과시한 휴 J. 실버만의 책 <텍스트성.철학.예술>은 어느 정도 유행에서 멀어진 지식의 궤도를 돌고는 있지만, 해석학과 헤체주의라는 사이에서 어떤 긴장감을 이끌고 올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구조주의와 텍스트성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꽤 높은 만족도를 선사할 것 같다.
'박물학자'라는 말이 뭔지 대충은 알아도, 이에 대해 깊게 고민하거나 상세한 접근을 했던 적은 없다. 어찌보면 박학다식한 자의 거대한 잡학의 집성, 혹은 그 과정이라고도 단순하게 생각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한다. <위대한 박물학자>라는 책을 통해 어렴픗이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한 스케치에 좀 더 윤곽을 지어야 겠다.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볼까? 존재가 아니라 공간! 우선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의 생산>이란 책을 흘낏 엿보면, 그는 공간을 또 세분화 한다. 3가지로 나누는데, 그 나뉨이 어렵지 않게 이해는 간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공간은 우리가 여태 알던, 혹은 다루던 공간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어느 덧 공간이 다시 사유의 고민으로 얼굴을 내미는 것 같은데, 단단히 무장하고 접근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란 책은 아마 이름 정도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데, 아직 접해보진 않았다. '벌거벗은 생명으로서 인간'을 다루는 이 낯선 도전을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강렬해진다. 그러고 보니 <예외상태>는 물론이고, 조르조 아감벤의 책들이 꽤 많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과학과 객관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객관성이 처음부터 과학에 단단히 구비되어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즉 과학에서 객관성이란 말을 거리낌 없이 외칠 수 있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다. <객관성의 칼날>은 이런 주제를 과학의 역사를 통해서 다루는데, 어렵지 않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양자 역학의 법칙>은 전에 <양자 역학의 모험>이란 책으로도 나왔던 책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새롭게 바껴서 나오니까, 왠지 김이 빠지긴 한다. 이 책은 다른 양자역학을 다룬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양자역학에 수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니다.
잠시 옆길로 새어 보자. 외국어 영역, 거기서도 영어다.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영서 -' 시리즈는 전치사, 이디엄, 동사구 이렇게 나와 있는데, 구성이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영어다 This is ENGLISH>는 영어의 어떤 특정 부분이 아닌, 영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식 접근이다. 영어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식으로 설명하면서 영어의 특성을 이해하게끔 하는데, 부담없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 에세이 <존재의 순간들>은 소개글을 잠시 봤는데, 자전적인 글이라 그런지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부분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작가의 속살을 옆에서 차분하게 지켜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윌리엄 깁슨, 그리고 특히 필립 K. 딕의 소설을 세트로 이번 기회에 장만해 보는 것은 어떨지..
그 외에 눈에 띄는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