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후덕지근해진다. 독서와 어울리지 않는 계절이 온 것이다. 그러나 걱정마라.. 책읽기 좋은 계절에도 책장을 잘 넘기지 않았으니.. 자랑같지 않은 자랑은 여기서 멈추고, 다시 흥미가 생긴 유식 등 불교 책 몇 권을 건드려보자.

 

 

<-요코야마 고우이치 <유식철학>

 

 

 

 

 

 

 

 

 

 

 

 

 

 

 

 

 

 

 

 

 

 

 

 

 

 

 

 

 

 

 

 

 

 

 

 

 

 

 

 

 

 

 

 

 

 

 

 

 

 

 

 

 

 

 

 

 

 

 

 

 

 

 

 

 

 

 

 

 

 

 

 

 

 

 

 

 

 

 

유식학은 꽤 어려운 분야다. 마음의 작용으로 우리 외부 대상, 즉 현상 세계를 설명하지만, 유심론이나 관념론과도 다른 것들이 많다. 이러한 사상이 4~5(6)세기에 등장했다는 것도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이것이 아직도 현대 사유를 통해서 다시 곱씹는 과정이 미미하다는 것도 그러하다.

 

유식학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우선 일본 학자 요코야마 고이치가 눈에 띈다. 전에는 요코야마 고우이츠로 표기되어 나왔는데, 이 분야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다. <유식철학>, <유식이란 무엇인가>가 나왔었고, 최근에 요코야마 고이치라는 새로운 표기법을 가지고 <불교의 마음사상>, <마음의 비밀>이 나왔다. 이 중에서 <마음의 비밀>이란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쉽게 유식을 풀이하고 있다.

 

<법상유식학으로 풀이한 반야심경>은 예전에 <법상유식학으로 이해한 반야심경>이란 책이 다시 나온 것인데, 유식학을 막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그리 도움이 되진 않겠다. 하지만 유식학 안에 중관의 '공'사상이 어느 정도 녹아 있기에, '공사상'의 정수가 담긴 <반야심경>을 유식학의 렌즈로 다시 가늠한다는 작업은 흥미로울 것 같다.

 

<성유식론>은 그 유명한 중국의 현장이 한역해서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친 유식학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초기, 무착과 세친의 정통 유식설은 물론 반대의 입장도 계승한 흔적이 있기에, 더 복잡한 이론들을 만날 수 있다.

 

<양자역학과 불교>는 직접적으로 유식과 관련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불교의 중관과 유식을 중심으로 양자역학과의 창조적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방향의 책들 중에는 물론 사이비들이 많지만, 목차나 소개서를 잠깐 보니, 나름 진지함을 갖춘 책으로 보인다. 주문을 한 책인데, 정독을 하고 나서 리뷰나 페이퍼를 쓸 생각이다.  불교와 현대과학의 만남을 이룬 가장 바람직한 경우에 속하는 책은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참여한 <몸의 인지과학>이 있다. 전에 <인지과학의 철학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불교, 특히 용수의 중관철학을 현대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구경할 수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구의 두뇌들은 이런 놀라운 접근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기껏해야 훈고학적인 고증이나 비교에 갇혀 있는 실정인데, 그나마 거기서도 일본이나 유럽학자들에 비해 성과가 별로 없다. 하여튼... 뜬금없는 푸념은 여기서 그만.

 

-유식학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에 페이퍼로 정리해서 다시 올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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