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제플린을 음악을 통해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시디를 구해서 들으면 되니까.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 즉 영상을 통해 그들의 실황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DVD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음악에 비해 조금 더디게 찾아왔지만..
그러나 글을 통한 만남, 그것은 꽤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을 통해서 엇비슷한 정보들이야 넘쳐나지만, 두툼하고 단정한 책에 담긴 물건!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연이어서 레드제플린이 텍스트를 통해 등장했다.
존 브림의 <레드 제플린>은 글과 이미지가 함께 묻어있는 흥미로운 책인데,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좋은 음악 책들을 소개하는 장호연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붉은 외관을 자랑하는 키스 새드윅의 <레드 제플린>은 두께가 말해주듯, 총체적인 제플린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보아하니, 순전히 글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 나도 늦었지만, 이 책들을 손에 넣어야 할텐데, 우선 이 붉은색 책을 먼저 선택할 것 같다. 반가움과 흥분이 앞서기도 하지만, 듬성듬성 들어왔던 제플린의 치부, 그림자들도 제대로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록과 섹스, 폭력은 어쩔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말이다.
DVD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제플린의 실황은 원곡에 비해 약간 템포나 강도가 느리거나 약한 경우들이 많다. 이것을 가지고 제플린이 원곡을 재현하는데 역부족이 있지 않나 의심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음반과는 좀 차별성을 가지려는 제플린의 곡 해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원곡과 비슷한 박력들은 초기 실황들, 물론 부틀렉을 통해서 경험 가능하다.
리마스터링을 통해서 재발매가 되고, 더 파먹을 것이 없을 때 쯤, 디지털이 앞에 붙어 다시 나오는 증식의 순간이 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맑고 깨끗해졌겠지만, 어디 오리지널을 압도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애정의 한 방편으로 모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디지털이든, 리마스터링이든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저기 저 12CD 박스세트는 탐이 난다.